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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새로운 이정표, 한층 완성도가 높아진 제네시스 GV70 시승기

조회수 2020. 12. 24. 09: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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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 한 아우 없다?

2020년 끝자락, 마침내 제네시스 GV70이 공개되었습니다. 제네시스란 브랜드는 탄생한지 수년이 지났지만 최근 떠오르는 SUV 시장에 대응할 카드는 오랫동안 내놓지 못했죠. 올해 초 준대형 SUV 모델 GV80으로 첫 SUV 라인업을 시작으로, 한 세그먼트 아래에 위치하는 GV70까지 같은 해에 공개하며 SUV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신제품 출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제네시스 패밀리룩을 적용하여 전면 얼굴의 첫 인상은 다른 제네시스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옆모습에서 보이는 지붕선의 흐름이나 보디의 비율은 GV70만의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보닛 높이가 낮고 지붕이 부드러운 호를 그리다가 뒤쪽 유리를 날렵하게 낮춰 통상적인 왜건 스타일보다 해치백 느낌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붕선을 길게 강조한 GV80과 대조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후면부는 커브들로 외곽선을 강조하고 다시 한 번 두 줄의 가느다란 테일 램프로 포인트를 줬습니다. 상단 스포일러에 자리한 보조 제동등도 단순히 수평으로 처리하지 않고 중앙 부분에 각을 줘서 화려합니다. 

실내로 들어가면 먼저 작은 감탄사가 한 번 나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선과 굴곡을 빚어냈죠. G80이나 GV80은 대동소이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지녔는데 GV70을 통해 새로운 이정표를 쓰는 것 같습니다. 공조 장치 컨트롤러는 물리 버튼과 터치 버튼을 조화롭게 혼합했습니다. 보기에 좋은 것을 넘어 만져지는 촉감과 인체공학적 배려도 돋보입니다. 아, 딱 하나! 중앙의 14.5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터치하기에 알맞은 거리는 아닙니다. 화면이 너무 넓어서 우측 화면 끝은 팔이 닿지도 않습니다. 큰 화면의 딜레마라고 할까요? 특히 주행 중에는 만지는 게 위험할 정도인데 모니터를 가깝게 재배치하거나, 아예 터치 기능을 빼고 컨트롤러의 조작 방식을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게 낫겠습니다. 시트의 높이는 살짝 높게 설정되어 있어요. 낮게 위치를 조정해도 보닛을 내려다보는 느낌이 있습니다. 덕분에 전방 시야는 훌륭한 편입니다. A 필러 옆에 마련한 작은 삼각창은 사거리 선회시 진행 방향이 사이드미러에 가리지 않게 해주죠. 시트 착좌감은 훌륭합니다. 약간 높게 앉는 느낌이지만 시트 자체가 주는 안정감으로 불안함을 해소했습니다. 스포츠 주행에 맞는 조절식 사이드 볼스터가 특히 마음에 들었죠. 하지만 여기에도 작은 버그가 있었습니다. 주행 모드를 바꾸면 원래 설정해 둔 사이드 볼스터 위치를 기억하지 못해서 매번 다시 조작을 해줘야 합니다. 전반적으로 인테리어 부분은 GV70이 경쟁군에서 가장 크게 어필할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 도어 트림의 어색한 패턴의 앰비언트 라이트는 제 취향이 아니지만 종합적인 감성 품질 면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긴장할 만큼 공을 들였습니다. 

시승 모델은 3.5리터 트윈터보 모델입니다. 작은 체구에 380마력을 뿜어내는 고출력 버전으로 사륜 구동까지 옵션이 들어가 있습니다. 별도로 N과 같은 고성능 브랜딩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꽤나 강력한 스펙입니다. 같은 세그먼트의 X3나 GLC로 가면 M40i나 43 AMG급으로 고성능 배지를 달고 있는 모델들이 내는 수준의 출력입니다. 제네시스측은 시속 100km/h 도달 시간을 5.1초로 발표했는데, 실제 계측기 측정을 해도 5.1초가 나왔습니다. 론치컨트롤 기능을 쓰지 않았는데도 말이죠. 추운 날씨와 미끄러웠던 노면, 길들이기도 안 된 신차 상태임을 고려하면 인상적인 성능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과격하게 달린다면 연비도 5.1이 나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스포츠 패키지가 들어가지 않았기에 e-LSD는 빠져 있었으나, 구불구불한 국도에서 페이스를 높여 달릴 때에도 AWD 자체가 똑똑하게 토크를 배분해서 LSD의 부재가 아쉽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차를 어느 정도 자유롭게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차에 익숙해질수록 예상보다 높은 한계 기동성과 제어력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G70 AWD 버전보다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SUV의 움직임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은 상태로 시승을 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GV70에서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부분은 다름 아닌 프리뷰 서스펜션입니다. GV80에서 먼저 선보인 기술이지만, GV70에서 그 완성도가 한결 높아졌습니다. 노멀 모드나 에코 모드에서 안락한 승차감을 보장하면서도 불필요한 잔진동은 걷어냅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해도 승차감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전방 노면을 스캔해서 필요할 때마다 댐퍼를 부드럽게 풀어줄 수 있으니까요. 특히, 과속 방지턱처럼 큰 요철을 치고 지나갈 때 네 바퀴의 상하움직임이 아주 신속합니다. 차체 자체가 위아래로 요동치는 게 아니라, 민첩하게 바퀴들만 오르내리고 빠르게 수평 균형을 잡는 모습입니다. 시승 내내 19인치 휠을 장착한 모델이라고 착각할 만큼 불규칙한 도로에서의 노면 추종성이 좋았거든요. 물론 SUV로 스포츠 주행을 할 오너가 많지 않겠지만, 높은 페이스의 주행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기본기가 좋은 섀시를 가졌다는 점은 GV70의 큰 매력입니다.

8단 변속기는 수동 모드로 변속할 때 가끔 일관적이지 않은 반응 속도를 보여주곤 했으나 자동 모드에서는 흠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주행 소음은 평균 이상으로 조용합니다. 100km/h 전후로 A 필러 주변 풍절음의 존재가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타이어의 패턴 노이즈나 하부 소음, 파워트레인 소음 모두 고요하게 조율되어 있죠. 한국과 해외 시장을 두루 만족시킬 세팅입니다.

GV70의 종합적인 상품성은 G80이나 GV80을 앞서는 느낌입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능과 기능, 마무리가 본연의 상품 콘셉트와 잘 부합하기 때문이죠. 선택 옵션의 폭이 워낙 다양한데, 기본 제공 사양이 꽤 풍성하기에 자신에게 꼭 필수적인 기능이 무엇인지 지혜롭게 따져보기를 권해 드립니다.


글 강병휘 선수

사진 강병휘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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