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페이스로 돌아온 BMW 5시리즈 LCI 시승기 Feat.강병휘 선수

조회수 2020. 11. 23. 11: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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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5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전쟁터는 바로 중형 세단 시장입니다. 메르세데스 E 클래스와 BMW의 5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이기도 하죠. 5 시리즈와 E 클래스는 국내 수입차 시장 판매 1위 자리를 오랜 기간 지켜온 모델입니다. 이번 5 시리즈 LCI는 이례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 공개를 단행했습니다. BMW의 한국 시장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참고로 BMW는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에 LCI라는 용어를 씁니다. 통상 부분 변경 모델은 설계 변화에 대한 투자비용을 높게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외형적 변화도 화장을 고친 정도로 마무리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차 자체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죠. 그런데 5 시리즈는 그릴의 크기와 헤드램프 어셈블리의 금형이 변했고 완전히 새로운 범퍼 디자인을 수혈 받았습니다. 

첫 인상은 완전히 다른 차가 된 느낌입니다. 기존보다 면을 더 많이 쓰는 범퍼 디자인 덕분에 존재감이 확연하고, 그릴과 헤드램프의 비율 변화로 인해 형제 모델 7 시리즈처럼 보이는 효과도 생겼습니다. 사실 전폭은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죠. 신모델 발표마다 자꾸 그릴의 크기를 키우는 점은 유감이지만 아직까지 선을 넘지 않는 균형미를 보여줍니다. 블랙 베젤 테일램프는 짙은 색의 페인트와 조합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됩니다. 실내는 외관에 비해 변화 폭이 적습니다. 커진 스크린은 정보 가독성을 높여주고 조작성이 좋습니다. 다만 계기판의 표시 면적을 제대로 활용할 컨텐츠나 그래픽 아이디어는 아우디나 메르세데스에 비해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5 시리즈 LCI의 파워트레인은 디젤에서 가솔린 중심으로 재편되었습니다. 국내에서 5시리즈 2리터 디젤 엔진이 큰 사랑을 받았던 건 부정할 수 없는 발자취입니다. 적당한 출력과 훌륭한 연비와 가격이 구매 확정에 좋은 명분을 주었으니까요. 소음은 어쩔 수 없었지만 디젤 엔진도 스포티할 수 있다는 명제를 입증하기도 했죠. 이제 대중들의 선호도는 디젤에서 가솔린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듯합니다. 그래서 20i 엔진의 어깨가 무거워졌습니다. 조용하면서도 잘 달리면서 좋은 연비까지 내줘야 하는 팔방미인의 기대감이 몰리니까요. 520i를 타고 고속도로로 향했습니다. 184마력이라는 숫자에 별다른 기대감 없이 주행을 시작했지만, 1단부터 8단까지 기어를 차곡차곡 바꿔가는 과정에서 부드러움과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운전자들이 주로 사용하게 될 2500rpm 이하의 회전 영역에서 발휘하는 토크 특성이 좋기 때문입니다. 1350rpm부터 최대 토크가 바로 시작되어 중고회전까지 그대로 유지되는데, 고속도로 제한 속도로 달릴 때 정확히 그 최대 토크 시작점에 엔진회전수가 머무르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현행 5 시리즈 중에서 유일하게 1.7톤을 넘지 않는 가장 가벼운 중량도 한 몫 하죠. 530i의 엔진과 비교하면 둘의 차이는 중고회전 영역에서 또렷해지고 2000rpm 이하 실용 구간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패들 시프트를 써본 적이 없거나 3000rpm 이상 엔진을 돌려본 적 없는 분들이라면 30i와 구분해 내기가 어려울 겁니다. 과거 5시리즈가 탑재했던 자연흡기 6기통 25i급 엔진과 비교해도 지금의 520i가 더 상쾌하게 달릴 수 있는 수준입니다. 

고속도로 정속 연비는 어떨까요? 저는 연비 비교를 할 때 고속 정속 연비 위주로 평가합니다.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주행 조건이 가장 운전자의 영향력이 적으며 엔진과 변속기, 차체 공기 저항의 변수가 더 크게 영향을 발휘하는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시내 연비는, 누가 어떤 정체구간에서 어떻게 운전했느냐에 따라 같은 차에서도 결과 값이 들쭉날쭉하거든요. 직접 보유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과거 520d 엔진은 고속도로에서 쉽게 20km/l의 수치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허나 520i 가솔린 엔진 역시 18~19km/L 정도의 실 연비를 기록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고속도로 위주의 장거리 여정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한 번 주유로 1000km 이상 달려내는 것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신형 520i의 공인 연비(12.4/10.9/14.8)는 동생인 320i(11.0/9.7/13.1)보다 더 앞서고 있기도 하죠. 물론 독일 아우토반처럼 평속이 140km/h 이상이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상당한 부하 조건이라면 디젤과 연비 격차는 더 커지게 되겠지만 국내 실정에서 크게 디젤이 아쉽지 않을 인상적인 수치였습니다. 

M 스포트 패키지는 후륜에 275mm의 초광폭 타이어가 들어가고 럭셔리 라인은 전후 모두 245mm 동일 규격이 쓰입니다. 520i 차량의 출력이나 승차감, 연비를 고려하면 후자가 더 조화로운 하체 감각을 제공합니다. 런플랫 타이어를 적용하지 않은 까닭에 요철이나 이음매를 지날 때의 승차감도 쉽게 평정심을 잃지 않습니다. 역대 5 시리즈의 기본형 시트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아온 적은 없습니다만, 이번 520i의 다코타 가죽 시트는 요추 지지대와 옆구리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자세 잡기도 편했습니다. 하체 관절이 움직이는 감각은 견고하면서도 기민해 가변 댐퍼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도 크게 없습니다. 비록 200마력이 안 되는 출력이지만 스포츠 세단으로 부르기엔 손색이 없습니다. 코너에서 오른발의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4.96미터에 달하는 세단의 크기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본기가 참 좋은 차라고 할까요? 넘치는 펀치력을 원한다면 BMW 엔진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직렬 6기통 540i 모델로 가는 게 좋습니다. 고혹적인 음색의 엔진 사운드와 묵직한 배기음도 즐길 수 있으며, 4초대의 0-100km/h 가속력도 거의 스포츠카 수준입니다. 

하지만 가벼운 노즈 무게가 주는 경쾌한 회두성과 후륜 구동 특유의 솔직한 움직임은 되려 520i가 더 앞서는 부분도 있습니다. 540i가 사륜 구동 조합으로만 수입되는 건 그래서 좀 아쉽습니다.

때마침 숙적인 메르세데스의 E 클래스도 외관에 크게 변화를 준 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5 시리즈와 E 클래스의 새로운 경쟁, 과연 누가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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