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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러지 환자가 고양이를 사랑하는 법

나는 이 심각한 문제를 억지로 해결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가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고양이는 귀엽다. 게다가 우리 집에 있는 고양이 두 마리는 사교적이기까지 하다. 구체적으로 다시 말하자면, 얘네들은 나랑 노는 걸 아주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내게는 고양이 알러지가 있다.

날 못만지나옹?

출처 : @TeamK

그것도 꽤 심해서, 고양이를 한 번 만지면 목이나 팔에 두드러기가 돋고, 고양이 만진 손으로 그대로 눈을 비비는 순간 그 해에 흘릴 눈물을 모두 펑펑 쏟는 그런 정도의 알러지다. 하지만 이렇게 귀엽고 사람 잘 따르는 녀석들을 내가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덕분에 고통은 반복된다. 엎치락뒤치락 신나게 놀다가, 엉엉 울고, 비누로 빡빡 온 몸을 닦아내고, (아주) 잠깐 외면했다가 내 발목 근처에 와서 가르릉대는 걸 보고 또 안아주고… 쓰다듬어주고… 엉엉 울고… 계속 그래 왔다.

여기까지 읽은 여러분이 내 입장이라면, 이 중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 안만질꼬야?

사실 “해결”하는 길은 하나다. 내가 고양이를 만지지 않고, 피하고, 참으면 된다.


모르는 게 아니다. 번번이 눈물을 쏟고 기침을 하고 눈이 팅팅 부어 앞을 못 보고 문턱에 걸려 넘어질 바에는 그게 훨씬 낫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나 자신도, 우리 엄마도 날 한심하게 본다. 어떻게 그 결심 하나를 못 해서 이 문제를 해결을 못 하나, 하고.


그런데 지금, 나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 극복했다.

결심을 하면 실현이 되나?

그 비결을 소개하기 전에 잠시 문제와 해결에 대하여 얘기해 보자. 과연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대로 “불가능은 없”는지, “하면 된다”라는 게 정말인지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결심을 한다. 내일이면 깨질 걸 알고 있으면서 괜히 한 번 하는, 나 자신에게 한 번 더 스트레스를 줄 뿐인 그런 뻔한 결심들 말이다. 


예를 들면 대학에 입학할 당시 내 계획은 6시 반 기상 후 아침 운동과 독서활동을 하다 수업에 들어가, 매일 7시부터 10시까지 공부를 한다는… 그런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현실.

지만 이런 과한 결심들은 나 스스로를 언제나 못난 사람으로 만들었다. 이것도 못 하는 게으른 녀석이라고, 이 녀석은 자기가 한 결심 하나도 제대로 못 지킨다고. 내가 세웠던 그 계획은 나를 한 학기 내내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강연을 접했다.

직면하도록 합시다. 만약 다이어트가 효과가 있다면 우리 모두는 이미 날씬했을 겁니다. 왜 맨날 똑같은 걸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있을까요?


다이어트는 해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들은 실제로 많은 부수적인 손상을 줘요. 최악의 경우, 인생을 망쳐요. 몸무게에 대한 집착은 섭식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어린아이들이 그래요.

그러니까 결심이나 노력과 무관하게, 아무리 해도 뜻대로 안 되는 게 있단 말이지?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많은 것들이 한결 명쾌해졌다.

어차피 안 될 건 해 봐도 안 되던데?

세상에는 쓸데없는 목표들이 있다. 쓸데없다는 게 무슨 뜻이냐면, 얼핏 보기엔 내 인생이 가야 할 방향을 지시해 주는 듯하지만, 사실은 ‘이거 하나도 못 하냐’라며 내 인생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 하는 자기계발서들을 한번 보자. 분명 내용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일 거다.

열심히 살아라

하면 된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

창의적으로 사고해라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 불가능을 두려워하지 않고 / 창의적으로 산다? 말도 안 되는 현실이다. 이렇듯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부추김은 희망과 열망을 주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승패를 구분 짓는 규칙일 뿐이다.

호오~ 이거 정말 보기 드문 헛소리군ㅎ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책들이 아름다운 미사여구와 표지 디자인으로 서점을 점령하는 바람에, 이 규율들은 충만한 의지로 유전자 속까지 박아넣어야는 명령처럼 느껴진다. 


그 당연한 일을 하지 못하는 건 한심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으면서, 여전히 삶은 바뀌지 않으면서도, 해도 안 되는 게 있는 우리에게, 불가능이 없다고 윽박지른다.

솔직해지자. 나에게 불가능은 매우 많다! 나폴레옹은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난 절대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는 살 수 없다. 나는 고기를 경멸해 마지않기에 고기를 먹을 수 없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영어 단어 외우는 것도 할 수 없다! 절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아마 그럴 것이다. 아무리 해도 못 하는 일이 한두 개 정도는 있지 않은가?

그래, 이게 현실이라니깐~

적어도 나는 내 편이어야지

“어차피 나랑 안 논다는 결심 지킬 수 없지 않냥?”

‘누구나 할 수 있다’라는 말은 어렸을 때 장난감 조립을 할 때부터 깨우치게 되는, 가장 말도 안 되는 거짓부렁이다. 그런 일들로 자기 자신을 욕하는 걸 그만두자. 안 그래도 나한테 삿대질하는 것들이 많은데, 나까지 나한테 면박 주면 참 답도 없다. 내가 할 수 없는 것들, 그걸 받아들이자. 적어도, 나 자신은 내 편을 들어줘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고 던져 버리란 뜻이 아니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실패’ 또는 ‘해결’의 두 가지 길만 보지 말자는 것이다. 


세상 모든 문제가 ‘해결’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앞서 확인했다. 그러니, 자꾸만 실패의 늪에 빠지고 있다면, 쓸데없이 괴로워하기를 그만두고, 차라리 빨리 다른 길을 찾자. 나 자신과 좀더 쓸모있는 협상을 하자. 세상이 아무리 ‘왜 해 보지도 않고 그만두느냐, 그것도 못 하느냐’ 짖어도, 당신까지 그것에 휘둘리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 그냥 내가 편한대로 하면 된다니까?

마지막으로, 나는 그냥 고양이 만지기를 참지 않기로 했다. 마음껏 같이 놀고, 재빨리 달려가 얼굴과 손을 씻기로 했다. ‘눈 비비지 않기’라는 최소한의 한계선만 정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고양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받아들이자, 알러지 문제는 자연히 극복이 되었다. 지금 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에게 등을 돌리지도 않고, 고양이를 만지는 나 자신을 타박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두드러기는 돋지만, 이젠 나도 고양이들도 행복하다.

중요하니까 한번 더 말한다. 불가능은 있다.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명백히 못하는지를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난 고양이를 절대 외면할 수 없다. 그 사실은 언제나 내게 고통을 줄 것이다. 다만 나는 그 사실을 난 알고 있고, 안고 살아갈 것이다.

행복하게 같이 놀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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