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몸과 마음이 처지는 날일수록, 꼭 해야 할 '이것'

조회수 2020. 8. 8.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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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을 때

5년여 만에 일을 하다가 혼자 빈 회의실에 들어가서 전화기를 붙잡고 조금 울었다. 


간만의 욕심나는 업무라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지만 꼬깃꼬깃한 수첩에 적힌 플랜 B부터 E까지 전부 엑스가 쳐졌다. 


일주일간 버둥댄 것이 거의 허사였다. 스스로가 더 없이 무력하게 느껴졌다. 

피곤에 절은 정신과 삐걱대는 문짝 같은 관절을 해가지고 어떻게든 겨우 스트레칭을 마친 뒤 등 운동을 하기 위해 랫풀 다운 기계 의자에 앉았다. 


손목에 스트랩을 걸었다. 그리고 손잡이를 아래로 힘껏 내려잡는 순간 정신이 까맣게 고요해졌다. 쿵쿵대는 헬스장 음악 위로 내 숨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억울해, 억울해. 답답해. 슬퍼. 울고 싶어. 화나. 난 왜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지?’

머리가 온통 까매진 와중에 불현듯 뇌리를 스치는 한마디.


‘할 수 있어! 이건 할 수 있다고!’

눈앞에 번쩍, 불꽃이 튄다. 


얼어 있던 근육 심지에 나직하게 붙어 있던 불꽃이 불시에 화르륵 타오른다. 


손잡이를 잡고 팔꿈치를 뒤쪽으로 잡아 빼서 광배근을 접었다 폈다. 


좁은 근육에 무게를 싣는 단순한 일. 

이 일만큼은 내가 이를 악무는 대로 반응이 온다. 


울리지 않는 전화를 붙잡고 가슴을 졸일 필요도,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자료 때문에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내 몸에 집중하는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밤마다 쏟아지던 잠도 내쫓을 정도로 번잡했던 머릿속이 땀으로 씻은 듯 상쾌해진다. 


이때만큼은 운동을 통해 체력, 근육량을 올린다든지 하는 생각 역시 멀찌감치 떠나버린다. 


무거운 추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근육에 생생하게 달라붙는 감각은 내 몸이 책상에 앉아서 손가락 마디만 움직이고 종이 위로 펜을 끄적이는 일보다도 더 굉장한 ‘무언가’를 할 수도 있다고 일깨워주는 듯하다.

그로부터 삼일 뒤, 그렇게 고민했던 날들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나타나고 뿌려 놓은 씨앗들 가운데선 몇 개나마 싹이 올랐다.  


운동으로 인해 갑자기 봉인 해제된 초싸이언이 된 나머지, 내 앞의 모든 장애물들이 부서졌을 리는 만무하다. 


다만 삶엔 언제나 ‘rise and fall’이 있고, 때로 삶이 바닥을 칠 때 그 아래 작은 발판이나마 있는 것과 그마저도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대체로 ‘fall’은 나의 의지로 불가능한 일들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내가 무언가 해내고 성취해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것은 굉장한 위안이 되곤 한다.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을 때, 이보다 더 최악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때, 홀로 몰두해서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활동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조용히 홀로 빠져들 수 있는 자수, 악기 연주, 춤, 요리 등이 그렇지 않을까? 


내게 있어선 운동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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