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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를 제치고 최고의 그림으로 꼽힌 이것은?

조회수 2021. 6. 7. 1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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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vs 천지창조 vs 시녀들?

1985년. 당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 잡지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 뉴스>에서 설문투표를 실시했다.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대한 그림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이 설문은 화가와 비평가들,
즉 미술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그림을 꼽을까?

지금까지 그 미소의 신비함을 잃지 않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네덜란드 황금시대 화가로 빛과 어둠의 마법사라 불리는 렘브란트의 <야경>?

미켈란젤로가 4년 동안 혼신을 다해 그린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제법 상당한 격차를 두고 1위에 오른 그림은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이었다.

이런 의외의 결과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30여 년 전만 해도 벨라스케스는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렘브란트에 비해 대중적으로 그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그림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은 <시녀들>을 보려는 인파로 일대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과연 어떤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 그림을 대단하게 여겼던 것일까.

한눈에 보기에도 이 그림은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주인공은 가운데에 있는 어린 소녀, 바로 스페인의 마르가리타 공주다. 그 옆으로 두 명의 시녀와 두 명의 난장이들, 그리고 개가 있고 뒤에는 몇 명의 수행원들이 보인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가가 공주의 맞은편, 즉 관람자의 위치에서 공주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공주 왼편에 큰 캔버스 뒤로 붓과 팔레트를 든 남자가 보인다. 바로 화가인 벨라스케스다. 화가를 보는 순간 우리의 선입견은 깨진다.

‘아하, 화가가 거대한 거울을 보면서  공주와 여러 궁정인들을 그리고 있구나!’

그렇게 이해를 하려는 순간 멀리 배경에 있는 작은 거울이 눈에 들어온다. 거울 속에 두 인물이 보이는데 흐릿하긴 해도 알아볼 만하다. 이들은 바로 왕과 왕비다.

‘가만...!’  거울 속에 국왕부부가 등장하는 순간 다시금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즉 관람객이 있는 자리엔 왕과 왕비가 있는 것이고, 화가는 공주가 아니라 이들을 그리는 중이었다.

이제야 그림 속 상황이 제대로 풀려나간다. 공주는 이제 막 불려온 것이다. 초상화 모델이 되어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국왕 부부는 사랑하는 공주를 데려오라고 했다.

그런데 별로 오고 싶지 않았는지 공주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하다. 왼쪽의 시녀는 마실 것으로 공주 마음을 달래려고 열심이다. 오른쪽 시녀는 막 도착했는지 국왕 부부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려 한다.

본래 국왕이 있는 곳이면 늘 함께 있어야 하는 난쟁이들과 개는 공주와는 상관이 없이 여기에 있던 이들이었다.

이제 다시 그림을 보자. 화가는 그림에 자신의 모습을 넣음으로써 한 번의 반전을 만들어내고 거울 속에 국왕부부를 넣음으로써 두 번째 반전을 만들어냈다.

화가는 그림과 관람자의 관계를 가볍게 비틀어 버린다.  이 작품을 처음 본 화가들과 문인들,  철학자들 모두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시녀들>에 등장하는 시녀를 다시 보자. 그림 속 작은 부분을 이렇게 확대하고 보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의상에서 특히 소매부분의 반짝이는 느낌은 몇 개에 불과한 하얀 선들만으로도 충분하다.

게다가 아름다운 머리 장식을 보자. 몇 번의 붓질로 물감을 뭉개버렸다.

이제 다시 거리를 두고 이 시녀를 보자. 그야말로 사진을 보는 듯 생생한 느낌이 살아난다.

출처: 벨라스케스 자화상(1599, 발렌시아 미술관)

바로 이것이 당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벨라스케스의 마법이다.

출처: 피카소의 <시녀들>(1957, 피카소미술관)

피카소는 이 그림을 주제로 무려 58점에 이르는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이 그림에서 얼마나 큰 영감을 받았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 그림이 세상 최고의 그림으로 선정된 데에는 그만큼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보이는 것을 잘 보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미술의 언어를 만든 예술가들의 통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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