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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조선의 감성 핫플레이스

조회수 2021. 6. 7. 10: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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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초 서울에서는 신기한 전시가 열립니다. 1919년 한국에 방문한 30대 초반의 영국 여성화가 엘리자베스 키스가 자신이 본 한국을 그린 작품들로 전시회를 연 것입니다. 그녀는 이미 같은 해 일본에서도 한국을 주제로 그린 작품들을 전시했었습니다. 이 전시는 그 후 파리, 런던을 비롯해 미국 여러 도시를 순회했습니다.

출처: <New year's shopping, seoul>, 엘리자베스 키스, 1921

엘리자베스 키스는 동생과 함께 1919년 서울에 왔고, 한국이 처한 사정과 일본의 식민지 정책을 알게 됩니다.  
그때부터 한국의 여행기를 책으로 쓰기로 다짐합니다. 언니인 엘리자베스는 그림을 그리고 동생인 제시는 글을 써 '올드 코리아'를 기획한 것이지요. 이 책은 예술가 자매의 여행기뿐만 아니라 일본의 잔혹한 식민지 정책을 고발하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출처: <returning from the funeral>, 엘리자베스 키스, 1922

엘리자베스는 서울, 평양, 함흥, 원산, 금강산을 여행하며 그림을 그렸고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험준한 벽지도 돌아다녔습니다.

훗날 그녀가 회고하기를 가장 난처했던 상황은 그림을 그리려고 재료를 펼치면 처음 본 서양 여자가 신기해 순식간에 몰려드는 구경꾼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숙소로 돌아가 해 뜨기 전 새벽에 다시 그림을 그리러 나가곤 했습니다.

출처: <해 뜰 무렵의 동대문>, 엘리자베스 키스, 1920

아마 '해 뜰 무렵의 동대문'도 그래서 새벽에 그려진 듯합니다. 동대문 주변이 이불이라도 덮은 듯 눈에 싸여 있습니다.

출처: <모자 가게>, 엘리자베스 키스

그녀가 제일 좋아했던 장면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녀는 서민들의 삶에서 진솔함을 찾았던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여행자의 시선이기보다는 가까운 이웃의 시선처럼 한국인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은 '원산'입니다. 그녀는 이 작품을 그리며 자신의 책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출처: <원산>, 엘리자베스 키스, 1919

“내가 아무리 말해도 세상 사람들은 원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하늘의 별마저 새롭게 보이는 원산 어느 언덕에 올라서서, 멀리 초가집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노라면 완전한 평화와 행복을 느낀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한 말이 떠오릅니다. 이 말의 참 뜻은 어쩌면 매일 보는 익숙한 풍경도 새롭게 볼 수 있는 자가 곧 최고의 여행자라는 의미 같습니다.
"여행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이다."
이 글을 보며 저는 제가 사는 마을을 이런 진심어린 시선으로, 시간 내어 바라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 봅니다.

출처: <미술에게 말을 걸다>,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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