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소름 돋는 그림
이 그림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우피치미술관을 대표하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뭔가 부자연스럽다. 비너스의 목부터 처진 어깨와 그 아래로 내려오는 팔과 손이 특히 어색하다.
이 시기까지만 해도 인체를 완벽하게 그리는 것의 아름다움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거장의 등장으로 미술사는 완전히 바뀌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호기심이 남달랐던 그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답이 풀릴 때까지 탐구에 몰두했다.
특히 인체 내부의 생김새를 모르고 겉모습만을 그리는 것에 대해 아쉬워했고, 해부학에까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무려 1,500여개에 달하는 인체 스케치를 남겼는데, 해부로 알게 된 인체의 특징을 그림에 자연스레 녹아들도록 했다.
그의 대표작 <모나리자>. 학자들에 따르면 이런 은은한 미소가 만들어지려면 최소 40개 이상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이 분야에 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으니 미켈란젤로다.
그 역시 인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표현하려는 열망이 가득했고 그가 해부한 시체의 수는 헤아릴 수 없다고 전해진다.
대표작<다비드>를 가까이서 관찰한 이들은 "정교한 아름다움에 소름이 돋았다", "이 작품으로 조각의 역사는 끝났다"고들 말한다.
두 거장 덕분에 해부학 지식을 연마하게 된 화가들은 이후 자기도 모르게 가능하면 그림 속 남자들의 옷을 벗기려 한다.
전투 중인 남자들. 갑옷을 입어도 모자랄 판에 왜 옷을 벗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옷을 입혀서는 근육을 그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남성 누드 드로잉. 에로틱한 느낌 보다는 잘 만들어진 사람의 몸이 뿜어내는 ‘묘한 쾌감’이 마치 눈을 뚫고 들어오는 것만 같다.
‘이 맛을 보고 나면’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미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밋밋한 신체 묘사는 ‘못 그린 그림’과 동의어가 되었다.
다시 돌아와서 해부학 지식이 없던 시절에 그려진 비너스. 여기에 해부학이 더해지면 그림이 어떻게 달라질까?
우리는 고전미술의 피날레를 장식한 거장 카바넬이 그린 비너스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을 그릴 땐 먼저 뼈를 그리고 그 위에 근육과 힘줄을 붙여라. 이어 피부를 덧씌우고 마지막으로 옷을 입혀야 한다."
-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
미술사 결정적 순간에서 창조의 비밀을 배우다. <아트인문학_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