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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았으면 백년은 족히 생존했을 것을, 영혼 쪼개고 온갖 고생은 다해놓고 허망하게 가버린 비운의(?) 마법사 볼드모트. 

'해리포터' 시리즈의 모두 본 사람도 볼드모트를 연기한 배우의 분장 없는 모습을 한 눈에 알아보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볼드모트의 모습은 창백한 피부에 민머리, 민둥민둥한 코를 가진 흉악한 비주얼이었으니 말이다. 

알고 봐도 '맞나?' 싶을 이 사람, 영국 출신 배우 랄프 파인즈다(레이프 파인즈라고도 발음한다). 

볼드모트로 소개했지만, 사실 그는 정말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아마 개인의 영화 취향에 따라 기억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가 바로 랄프 파인즈였고... 

'007' 시리즈의 M이 바로 랄프 파인즈다. 

혹시 이 애니메이션 보셨는지?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의 빅터 쿼터메인 목소리도 랄프 파인즈다.

애니메이션 필모가 또 있다. '이집트 왕자'에서는 람세스 2세 목소리를 담당했다. 

이 외에도 '잉글리시 페이션트', '쉰들러 리스트' 등등 장르 불문, 시대 불문 굉장한 출연작을 가지고 있다. 

탄탄한 그의 연기인생은 왕립연극학교에서 시작됐다. 영국 명문가에서 태어난 그는 왕립연극학교를 졸업한 뒤 극단생활을 거쳐 TV와 영화로 활동 영역을 확장했다. 

랄프 파인즈의 정말 놀라운 부분은 그의 '꾸준함'이다. 1990년대에 데뷔한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작품을 내놓았다. 

올해 개봉 예정인 작품도 이미 세 작품이다. 그 중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더 디그'가 가장 먼저 공개됐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더 디그'는 남편을 잃고 아들과 살아가던 프리티(캐리 멀리건)이 무명 고고학자인 배질 브라운을 고용해 사유지에 있는 둔덕들 아래 숨어있는 것들을 조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그는 프리티 소유의 땅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돈을 더 주겠다는 제안도 마다한 채 발굴 작업을 시작한다. 프리티와 배질 브라운은 그곳에서 역사적인 발견을 하게 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그런 뚝심있는 중년의 고고학자를 랄프 파인즈는 안정적이고 무게감 있는 연기로 표현해냈다. 

강렬한 비주얼의 랄프 파인즈만 알고 있다면 이젠 실존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든 그의 연기를 맛볼 차례. 볼드모트일 때와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에 한 번 놀라고, 완벽하게 역할에 녹아드는 연기에 또 한 번 놀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