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번째 같은 작품에서 만난 남녀배우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이들의 인연은 얼마나 더 각별한 것일까.
같은 작품에 무려 9번이나 함께 출연했으니 말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바로...
배우 박인환과 나문희다.
박인환과 나문희의 인연은 2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조용한 가족'이 그 시작이다. 이어 '아름다운 비밀', '상도', '소문난 칠공주', '내 사랑 금지옥엽', '사랑을 믿어요', '아들 녀석들'까지... 다양한 작품에 같이 출연해온 두 사람이다.
재밌는 점은 여러 가지 관계성을 보여줘왔다는 것이다. 부부로 출연할 때도 있었지만 이미 갈라선 부부로 등장할 때도 있었고, 아예 다른 구도인 장모와 사위로도 호흡한 적이 있다.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는 옛날 주인집 아가씨와 시종 관계에서 한층 발전한 남사친, 여사친 관계도 선보이지 않았겠나.
물론 완전히 우정이라기보다는 박인환이 연기한 박씨가 오말순(나문희)을 오랫동안 좋아해 오긴 했다만. 시크한 말순의 대사들에 비해 박씨의 대사들에선 애틋하고 절절한 연모의 정이 묻어났었다.
"그럼 나도 죽여! 아가씨가 없으면 나도 산목숨이 아니니까 나도 죽여! 나도 죽여서 한강에 던져. 아가씨 옆에만 데려다놔!"(박씨)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우리 아가씨가 얼마나 마음이 고운 사람인 줄 알아?"(박씨)
그로부터 7년 만인 최근엔 부부로 재회했다.
방황하는 스물셋 발레리노와 발레가 배우고 싶은 70세 노인의 이야기를 다룬 '나빌레라'를 통해서다.
여기서 박인환과 나문희는 자식 셋을 훌륭하게 키워낸 노부부로 출연하고 있다. 이로써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서 만난 것은 9번째다.
9번이나 함께 작업하는 기분은 어떨까. 박인환은 '나빌레라' 방송에 앞서 나문희와의 인연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한 인터뷰에서다.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연기할 장면에 대한) 느낌이 통합니다. 특히 이번엔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있는 노부부로 호흡을 맞추게 돼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게 연기하고 있습니다."(박인환)
실제로 '나빌레라'를 통해 자연스러운 노부부의 생활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해남(나문희)과 심덕출(박인환)이 극중 살아온 삶은 그저 자식들, 손주들 잘 되길 바라는 우리네 부모, 조부모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만큼 극 중에서도 눈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는 사이다.
그러나 덕출이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왔던 발레에 대한 꿈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해남과도 재밌는 상황이 벌어질 전망이다.
방송 말미 그려진 예고편에서도 아내 몰래 발레를 연습하는 덕출의 모습이 재밌게 그려지지 않았나.
눈빛만 봐도 통하는 본체들의 연륜 있는 케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나빌레라'에서 만나 보시길.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