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대사도 모른 채 연기한 배우
보통 연기를 할 때 서로의 대사 합을 맞춰보고, 상대방의 대사에 어떻게 리액션을 할지 연구도 하는 배우들.
하지만 상대방의 대사를 전혀 모른 채 연기를 한 배우가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결혼이야기'의 두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다.
'결혼이야기'는 파경을 맞았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두 사람은 이혼을 결심하는 부부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애덤 드라이버) 역으로 등장한다.
이 장면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될 말만 골라하는 대사로 가득하다.
이에 '결혼이야기'를 연출한 노아 바움백 감독은 날 것의 리액션을 담아내고자 두 배우에게 서로의 대사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서로의 대사를 완벽하게 가르쳐 주지 않고 서로의 리액션을 모르게 한 상태에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감정을 끝까지 끌어내게 하려고 이틀 동안 롱테이크로 찍은 장면이래요."
(민규동 감독)
쉽게 말해 스칼렛 요한슨은 애덤 드라이브가 "당신이랑 사는 거 재미없었다고!"라는 대사를 할 지도,
저렇게 무릎을 꿇고 울게 될지도 몰랐다는 거다.
그러니 정말 리얼한 리액션이 나올 수밖에.
'결혼이야기'의 리얼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단 '결혼이야기' 탄생의 시작부터 리얼함이 가미돼 있다.
왜냐? 노아 바움백 감독이 이혼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쓴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배우이자 아내였던 제니퍼 제이슨 리와 이혼을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결혼이야기'가 탄생된 것.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위해 실제 이혼 변호사들의 자문을 구했다고 하는데.
'결혼이야기' 속 또 다른 명장면인 법정 다툼신의 그 자극적인 대사들.
"찰리는 혼외정사를 했어요." (니콜 측 변호사)
"니콜은 갑자기 LA로 이사를 하겠다며 아들 헨리를 인질로 잡고..." (찰리 측 변호사)
이혼 변호사들을 만나 '실제 이런 부부가 있다면 어떻게 변호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던져 완성된 대사였던 거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철저한 조사 덕분에 아주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배우들의 명연기 역시 사실적일 수밖에 없었으니 다들 관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니콜 역의 스칼렛 요한슨과 노라 변호사 역의 로라 던은 이혼한 경험이 있었으며.
찰리 역의 애덤 드라이버는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란 것이다.
심지어!
스칼렛 요한슨은 촬영할 때 이미 두 번째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었어요."
(민규동 감독)
개인적 아픔이 컸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혼을 결심한 니콜의 감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스칼렛 요한슨.
그러니 이런 명연기가 나온 게 아닐까.
게다가 극 중 니콜의 변호를 맡은 노라 팬쇼라는 인물은 스칼렛 요한슨과 로라 던의 이혼을 맡았던 변호사를 모델로 삼은 인물이라고 한다.
이거 뭐, 배우들의 명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네...
그 덕분일까. 아카데미 시상식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총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우조연상, 제44회 토론토 국제 영화제 관객상, 제45회 LA 비평가 협회상 각본상 등을 수상했다.
감독과 배우들의 사실적인 경험, 연출, 연기 등으로 탄생한 '결혼이야기'.
그 하이퍼 리얼리즘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결혼이야기'를 확인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