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가지도 쓸 수 있는 김혜수가 존경받는 이유
1986년, 겨우 열여섯의 나이로 김혜수는 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깜보'를 찍기 전 김혜수는 어린시절부터 국가대표를 꿈꾸며 태권도에 열중했던 소녀였다.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다. 34년 동안 연예계는 참 많이도 변했지만, 김혜수는 단 한 순간도 스타가 아닌 적이 없었다.
동시에 김혜수의 이미지도 외모를 닮고 싶은 스타에서 삶을 닮고 싶은 어른으로 달라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수많은 배우들이 김혜수를 존경한다고 말한다. 연기도 연기지만, '사람 김혜수'에 대한 존경도 못지 않게 크게 담은 표현일 것이다.
평소 후배 배우들의 이름을 적어 가지고 다닌다. 눈에 띄었던 배우들의 이름이다. 어린 배우부터 중년의 배우까지 제한도 없고, 개인적인 친분이 없는 배우들도 많다.
기억해뒀다가 딱 맞는 작품이 있을 때 추천하기 위함이다. 누가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한 것도 아니다.
김혜수는 진심으로 칭찬한다. 후배들, 동료들의 장점을 캐치해서 칭찬하고, 따뜻한 포옹으로 축하할 줄 안다.
시상식에서 자신을 패러디한 장도연에게 재미있고 멋졌다는 문자를 보내고, 수상소감을 말하며 오열하는 천우희를 보며 함께 눈물 흘렸던 김혜수.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후배 배우에게 손등키스를 건네는 센스를 누가 떠올릴 수 있을까.
데뷔 후에도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조권에게 손을 내민 것도 김혜수였다. 그 이상으로 힘이 됐던 건 항상 "멋진 사람"이라 말해주고 "하이힐이든 뭐든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어린 지지였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김혜수는 자연스럽게 나이들어간다. 청춘의 아이콘이었던 그 배우는 이제 작품 속에서 조직의 보스가 되고, 변호사가 되고, 국가 조직의 팀장이 된다.
그러면서 여전히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다. 어른들에게는 어른들의 사랑이 있는 법이니까.
작은 역할이어도, 규모가 작은 작품이어도, 할 이유가 있다면 과감히 함께한다. 작은 영화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되면 그 작품을 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