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서사를 이렇게 써놓고 서브남이라니요
요즘 '스타트업' 보며 지평앓이 하고 있는 사람 한두명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지평(김선호)의 서사가 너무나 극적이고 탄탄하기 때문.
웬만한 로맨스 드라마 남주도 못 이길 절절한 서사의 소유자 한지평, 설정들 쭉 나열해보면 더 애잔하다.
18세가 되어 시설에서 퇴소해야 하는 상황, 가진 돈이 워낙 적어 집도 구할 수 없던 지평을 거둬준 것이 바로 여주 달미(배수지)의 할머니 원덕(김해숙)이다.
도움 받는 입장이지만 항상 툴툴대고 매사에 불만이 많았던 지평을 원덕은 거칠지만 따뜻하게(?) 품었다.
겉바속촉 같은 성격에 플러스 1점.
그런 여주와 얽히게 되는 건 원덕의 부탁 때문. 부모의 이혼과 친구 같았던 언니의 부재로 우울해하는 손녀 달미를 위해 원덕이 펜팔을 부탁한 것.
뉴스에 나온 남도산(남주혁)의 이름을 빌려 지평은 달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고...
그렇게 지평은(달미에겐 도산이지만) 달미의 첫사랑이 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첫사랑이.
가상의 인물 남도산이 되어 쓴 편지였지만, 지평의 진심이 은근히 녹아있었다.
첫사랑 서사에서 플러스 1점.
심지어 삼산텍의 CEO가 되어 샌드박스에 들어가려는 달미를 위해 삼산텍의 멘토가 되어 주기도 한다.
키다리아저씨 서사 추가요. 플러스 1점.
이 한지평 서사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이 모든 것이 평생의 은인인 원덕을 위해 시작한 일이라는 것이다.
원덕에게 은혜를 갚는 길이라 생각하고 달미를 돕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에게 자꾸만 눈이 간다.
서달미도 그럴까? 너처럼 이해해줄까?"
그렇게 곁에서 달미를 지켜보면서 점점 지평은 CEO로서 달미의 능력과 결단력을 알게 된다.
그저 원덕을 위해 달미를 돕고 있을 뿐인데, 자신이 한 독설이 달미에게 혹시 상처가 됐을까 신경이 쓰인다.
첫사랑의 주인공, 꿈 실현을 돕는 키다리 아저씨, 여주 할머니와 얽힌 과거...
결정적으로 이런 사연을 가지고도 곁에서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이 한지평 서사를 더 완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