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많이 받는다고 남들이 욕해요
해당 콘텐츠에는 '잉글리시 게임'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일한 만큼 돈을 받는 건 당연한 건데, 월급 많이 받는다고 욕할 건 또 뭐람?
남들보다 월급 좀 많이 받는다고 욕먹고 있다는 주인공의 사연이 에디터N 앞으로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퍼거스 수터라고 합니다.
영국 사람이고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가 제 고향입니다. 지금은 친구 지미와 함께 고향을 떠나 다웬이라는 지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왜냐고요?
축구를 하기 위해서죠.
사실 전 축구 선수입니다. 고향 팀에 속해 축구를 하다가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어요.
다웬에서 방적 공장을 하며 노동자 팀을 꾸리신 사장님 월시가 숙식 제공에 돈까지 준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 사실이 다웬 팀 동료들에게 들키고 말았네요.
욕 엄청 먹었습니다. 축구 선수가 돈 받고 스카우트돼서 오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요?
제가 살고 있는 1878년에선 규칙 위반입니다.
초창기 축구는 경기 규정을 만든 상류층 클럽이 주도하는 '아마추어' 스포츠였습니다.
그러니 돈 받고 뛰는 '프로페셔널' 선수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욕먹을 일이죠.
덕분에 소위 축구의 규칙을 만들었다는 상류층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들은 저희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품팔이들'이라고요.
축구는 아마추어와 신사의 경기야. 우리 종목이라고."
(아서 키니어드)
특히 이 사람. 아서 키니어드가요.
아서 키니어드, 지금 영국에서 제일 핫한 축구 선수죠. 부유한 은행가 집안 출신의 귀족이고요, 축구 협회 임원이면서, 올드 이트니언스 팀 소속 선수입니다.
FA컵 결승 최다 출전에 세 차례나 우승한 전력도 있습니다.
내부 사정도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공장 직원이면서 축구 선수들인 동료들은 저희를 싫어합니다.
이해는 가죠. 누군 돈 받고 뛰고, 누군 공짜로 축구하고. 하지만 저희 사장님이 저와 제 친구를 돈까지 줘가며 데려온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FA컵이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노동자 팀이 귀족 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저희가 우승을 한다면? 새 역사를 쓰는 겁니다.
하지만 공장 파업이다 뭐다, 팀 동료들은 축구할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저는 축구가 제 인생의 모든 것인데 말이죠. 이러다 아예 경기도 뛰어보지 못할 것만 같습니다.
100파운드. 한국 돈으로 약 15만 원 정도이더군요. 2020년엔 가치가 얼마일지 모르나 1878년 영국에선 어마어마하게 큰 금액입니다.
다웬FC의 라이벌 팀인 블랙번에서 제안을 받았어요. 100파운드를 선금으로 주겠다고요.
게다가 다웬 팀에서 주는 주급의 2배를 주겠대요.
솔직히 달콤한 제안입니다. 더 나은 조건에서 오로지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습니다. 당장 큰돈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저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다웬FC 사장님이 마음에 걸렸지만...
네, 결정했습니다. 팀을 옮기기로요. 블랙번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받으며 축구를 하고 싶습니다.
노동자 팀이 귀족 팀을 꺾고 우승하는 역사를 제가 직접 써 내려가고 싶습니다.
덕분에 배신자로 낙인찍히긴 했지만요.
사람들이 저를 '유다'라고 부르더군요. 돈이 그렇게 좋냐면서.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걸까요. 그저 축구만 하고 싶은 마음을 '그저 돈만 밝히는 속물'로 폄하시키는 걸 받아들여야만 할까요.
여러분이 살고 있는 2020년은 어떤가요.
축구만 하면서 먹고살 수 있나요. '축구 선수'를 직업으로 삼아도 되는 시대인가요.
지금까지 세계 최초의 '프로 축구 선수', 퍼거스 수터에게서 온 고민 사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