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도민준처럼 점잖게 디스하는 법
최근 김수현의 SNS에 올라온 사진 한 장. 차분하게 덮은 앞머리, '#별에서온그대', '#도민준'이라는 해시태그를 보면 알 수 있듯 6년 전 추억을 소환하는 사진이었다.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까. 젊고 잘생긴 얼굴에 그렇지 못한 예스러운 말투 말이다.
그중에서도 극 중 '조선욕쟁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그 점잖았던 디스법이 포인트. 이래 봐도 400년 넘게 지구에 살면서 터득한 유서 깊은 디스법이다.
추억 돋는 김에 다시 배워보는 도민준표 어록들, 그 점잖으면서도 뼈때리는 명대사들을 지금 만나보자.
병자년 방죽을 부리는 군
하버드 출신 대학교수 도민준이 제자 천송이에게 했던 말. 이 말을 듣고 천송이는 지금 자기한테 '년'이라고 욕했냐며 발끈했다.
그도 그런 것이 뜻을 모르고 들어도 어감이 다소 디스스럽다.
이 말의 뜻을 살펴보려면, 고종 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종 13년이 바로 그 병자년. 가뭄이 크게 와서 조선팔도 방죽(물을 막기 위해 쌓은 둑)이 모두 말라붙은 해였다.
말라붙은 방죽을 보고 사람들이 건방죽이라고 했고, 그것이 '건방지다'라는 말의 시초가 됐단다.
그래서 당시 주제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을 보면 이렇게 말했다. 병자년 방죽을 부리는군.
[잘못된 사용법]
이런 븅(병)자년에 죽빵을 날릴
이런 븅(병)자년에 죽빵을 날릴
그런 도민준의 조선 욕에 천송이는 이렇게 응용도 했더랬지.
물론, 이건 따라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사용법이다.
밤중에 버티고개 가서 앉을 놈
홈쇼핑에서 물건을 주문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퀄리티에 실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을 주문했다가 사기를 당한 천송이처럼.
그럴 때 도민준이 이런 말을 했다. 밤중에 버티고개 가서 앉을 놈.
서울 지하철 6호선 역 이름 중 하나인 버티고개. 약수동에서 한남동으로 넘어가는 고개다.
옛날에는 장사꾼들이 버티고개를 자주 다녔단다. 그런데 길이 좁고 험해서 도둑들도 많이 있었다고.
한 마디로 '밤중에 버티고개에 앉을 놈=도둑'이라는 소리다.
남한테 사기를 치거나 못된 사람에게 점잖게 욕하고 싶을 땐 이 표현을 써보시길.
시집가고 장가가는 데 재물을 논하는 건 오랑캐의 도라고 했어
재벌 2세에게 죽을 때까지 온 가족이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프러포즈를 받은 천송이.
당시 그는 CF 위약금 물어주고 소속사 재계약도 못 하면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신세가 될 위기였다.
그럼에도 프러포즈를 거절한 천송이가 그 결정을 다소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도민준은 이렇게 말했다.
시집가고 장가가는데 재물을 논하는 건 오랑캐의 도라고.
유명한 말이란다. 도민준 피셜, 무려 명심보감에 나온 말.
이 말은 반려를 찾을 때 재력만 보는 사람에게 쓸 수 있는 말이다. 물론 극 중 도민준의 경우 질투심에 쓴 말이었지만.(큼큼)
그런 도민준이 만약 디스를 받는다면 어떨까. 어떻게 그답게 점잖게 맞불을 놓을 수 있을까.
인생책으로 구운몽을 꼽은 도민준. 구운몽은 조선 후기 숙종 때 서포 김만중이 지은 고대소설로, 꿈을 소재로 한다.
그러자 천송이는 도민준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거 조선시대 책 아니에요? 어우, 고리타분해"라고.
그럴 땐 이렇게 대처하면 된다.
옛날 건 다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 구운몽은 조선이 낳은 신개념 판타지 소설이었어
바로 역사적 팩트로 다가서기.
그 근거로 구운몽은 '해리포터'보다 400년 앞선 조선의 판타지 소설이었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텍스트로만 봐도 여전히 귀에 선한 도민준의 그 말투, 그 목소리.
추억 소환한 김에 돌려 봐야겠다. 이번 주는 '별에서 온 그대' 정주행 당첨! 넷플릭스에서도 지금 바로 볼 수 있으니 '별그대' 팬들 모두 모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