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범팔 못지 않은 요즘 넷플 회원들의 워너비
넷플릭스 회원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었다.
‘인생은 범팔처럼’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데 이상하게도 운 좋게 살아남는 ‘킹덤’ 시리즈의 범팔을 부러워하는 말이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본 후에는 부러운 캐릭터가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 범팔 못지 않은 최강 운의 소유자 완수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완수는 오묘하다. 학교 곳곳을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활기찬 아이지만 민우(이석형) 외에는 딱히 친해지려 하지 않는 무심함이 있다.
이 독특한 캐릭터를 개구진 표정으로 완성한 배우, 모두 눈여겨 봤을 것이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배우 심달기다.
# 나, 심달기
이름 심달기. 본명이다. 달래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단편영화 ‘동아’에서 동아 역을 맡은 것이 배우로서 첫 작품. 이후 넷플릭스 ‘페르소나-키스가 죄’, ‘유열의 음악앨범’, ‘배심원들’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위 영화들을 보지 않았다면, 혹시 이 장면 기억하시는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아픈 아이를 둔 어린 엄마로 출연했었다.
매사에 뚱한 표정으로 괜찮은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의사 준완(정경호)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던 이 역할로 큰 인상을 남겼다.
스스로 생각하는 매력을 물었다. 대답을 듣고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한 동의했다. 아마 심달기의 연기를 본 사람들은 다들 인정할 것이다.
말을 안 듣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배우로서 매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역할들도 보면 뭔가 쉽게 보이지 않는 인물들이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저 어릴 때 말 잘 들었어요!”
완수와 닮은 점도 있다. 활동적이라는 것. 특정 종목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다. 액션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다. 이왕이면 완수 캐릭터로 액션을 선보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게 좋고.
다른 점도 있어요. 완수보다는 제가 좀 더 예의가 바른 편이에요.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그때는 좀 더 완수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때는 왈가닥이었어요. 장난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재미가 덜해요.”
아주 사소한, 남들보다 특출한 능력이 있는지 물었다.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답이 돌아왔다.
저 있어요! 통각이 둔감한 거예요. 어릴 때부터 병원에 가는 것에 큰 두려움이 없어서 아빠가 편해하셨어요(웃음).
제가 주사 맞을 때 아픈 걸 잘 못느끼니까 어릴 때는 다른 사람들이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근데 매운 건 잘 못먹어요. 매운맛도 통각이라는데…”
# 완수와 나
‘보건교사 안은영’ 이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이렇게 완수를 좋아해줄 것이라고는 심달기도 예상하지 못했다.
완수는 심달기에게 딱 맞는 옷과 같았다. 오디션 때 이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고 있었단다.
워낙 이경미 감독님을 좋아해서 어떤 역할이든 붙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1,2차 오디션때는 혜민이랑 아라 대본을 받아서 준비해갔고, 3차 페어링 오디션에서 완수를 받았어요.
다른 배우와 호흡을 맞춰보는 오디션이어서 없던 대사도 나오고, 즉흥적으로 바뀌기도 했는데 다들 많이 웃으셨던 기억이 나요.
촬영 현장에서도 다들 웃고 계셨어요. 민우가 많이 웃겨서 였던 것 같아요.”
넷플릭스 시리즈 속 완수는 여자지만, 원작에서는 남자였다. 달라진 캐릭터이다보니 어려웠을 법도 한데, 심달기는 오히려 원작에 매어있지 않을 수 있어서 좋았다.
완수는 일단 다른 사람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이 가장 유의할 점인 것 같았어요. 그게 저와 다른점이기도 했고요.
저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완수는 그런 불안함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부럽기도 하고, 완수로 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요.
원래 사람들을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따라하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보건교사 안은영’의 또 다른 주인공, 젤리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촬영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민우와 완수를 연결한 젤리의 모습이 완성된 걸 보고 꽤 놀랐다는 심달기다. 댕기같은 모습을 상상했는데 오히려 탯줄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옴젤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웃음). 그래도 제일 좋아하는 젤리는 민우와 완수 사이에 있는 다발젤리예요.
그 젤리들이 나오는 장면 중 웃겼던 게 있는데, 안은영 선생님이 민우와 완수가 축구하는 모습을 보는 장면이 있어요. 젤리가 길게 늘어져서 다른 사람 머리에 한 번 걸려요. 이게 너무 웃겼어요.
‘보건교사 안은영’의 젤리들이 먹을 수 있는 진짜 젤리로 출시됐으면 좋겠어요!”
# 달기의 사람들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잘 풀리는 것이 완수의 운이라면 심달기의 운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통해서도, ‘페르소나-키스가 죄’를 통해서도 좋은 인연들을 만났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저 뿐만 아니라 언니들도, 친구들도 거의 다 신인들이었어요. 촬영하면서 다들 정말 재미있었어요. 아직도 많이 만나고 있고요. 다들 처음이라서 좋은 것이 있었죠.”
‘페르소나-키스가 죄’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이지은(아이유)과 인연도 쭉 이어지고 있다. 서로를 흥미로워하는 사이라니,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아닐까.
저와 소통이 잘 되는 분이세요. 서로를 흥미로워하는 관계?(웃음).
워낙 어릴 때부터 활동하셨고, 많은 커리어가 있는 분이잖아요. 그래서 가지고 있는 능숙함과 초연함 같은 것들이 도움이 될 때가 많아요.
한 번도 선배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언니’였어요. 그런 호칭이나 위계를 고집하는 분이 아니예요.”
대화를 마치며 뻔한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의 각오와 계획에 대해서.
심달기의 답은 명확했다. 흔들림 없이,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고 싶은 것. 99년 생, 올해 22살인 심달기는 이미 내면이 단단한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