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범팔처럼
성은 조씨요, 이름 범팔.
조선에서 왕 이상의 권세를 누린다는 해원 조씨 집안에서 태어난 사내로다.
퀸 오브 조선 혜비 조씨의 가까운 친척 오라비이며, 영의정 조학주의 조카로 조씨 중에서도 찐 로얄 조씨라 할 수 있겠다.
큰 재주는 없으나 집안 권세가 남달라 동래부사로 부임하였다.
부임 첫 날 동래에서 역병이 터져 팔자에 없는 고생을 겪게되었으나, 운이 좋게도(?) 그곳에 세자 이창이 있어 책임을 면하였다.
본래 사회라는 것은 가장 직책이 높은 이가 책임을 지는 법. 후세 사람들은 이것이 범팔의 제 1 운벼락이라 하였다.
생사역이 깨어난 난리통에 운 좋게도 전투력 강한 서비의 뒤에 숨어 목숨을 부지했다. 범팔 인생사 제2 운벼락이 바로 이것이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였거늘, 두려움에 서비에게 꼭 붙어있는 그의 모습에서 강한 여성에게 끌리는 현대적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야사에 따르면 서비 덕에 살아난 그날 이후 노골적으로 애정을 드러냈다한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널 내 옆에 둘것이다"라고 청혼에 가까운 말을 했으나, 서비는 의녀로 곁에 있어달라는 것으로 이해하여 자연스럽게 차이고 말았다.
이를 두고 후세 사람들의 평가가 분분한데, 일각에서는 '양반이 평민에게 청혼을 하고 차인것이 민망하여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평하였고, 반대로 '서비의 의사를 존중하는 신사적인 태도'라 극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후 서비에게 약초(인줄 알았던 잡초)를 잔뜩 뽑아다 주는 등 생전 해본 적이 없는 일들을 행하는데, 조선시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호의라 할 수 있겠다.
훗날 후손들은 이를 두고 참 진(眞) 자를 붙여 진사랑이라 하였다.
사람을 쉬이 믿어 세자가 이미 상주로 도망갔다는 이방의 말에 본인도 상주로 도주를 하였다.
이 때, 양반들만 배에 태우는 다소 속이 작고 치사한 행위를 하였으나,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이후 이에 대해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시대를 잘 타고난 것 또한 천운이렷다.
더 대단한 천운은 양반들을 태운 이 배에도 생사역이 있었다는 것이다.
질긴 생명 타고난 범팔은 용케 살아남아 상주에서 이창 무리에 합류한다.
언골에서 서비와 살아남은 후 조학주를 찾아가 목숨을 부지한다. 해원 조씨 인맥의 승리라 할 수 있겠다.
이때 조범팔은 친척형인 조범일이 숨져 본인이 해원 조씨의 유일한 아들이라는 소식을 접한다. 해원 조씨에게는 비통한 일이나, 조범팔 개인에게는 이것이 제3 운벼락이라 할 수 있겠다.
조학주가 생사초로 회생한 안현대감에게 물려 사경을 헤매는 동안, 조학주의 명으로 군사들을 불러들이는 과오를 저지른다.
이 사건으로 무영이 숨을 거둔다. 팀 오브 이창 입장에서는 이것이 배신임이 분명한데, 이후에도 범팔에게 이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세자의 편에 서기로 한 조범팔은 그들과 함께 싸워 생사역들을 물리치고(야사에 따르면 큰 도움은 되지 못하였다한다), 훗날 좌의정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조범팔 자신도 좌의정의 자리에 올라있는 자신의 벼락같은 팔자에 놀랄 정도였다 한다.
이를 두고 후세 사람들은 '인생은 범팔처럼'이라는 말로 그의 타고난 운을 기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