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뻘 남자한테 시집가라는 외숙모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세상에 이런 가족도 있다. 아버지와 동년배는 되어 보이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라고 등 떠미는 가족이라니!
외숙모의 등쌀에 떠밀려 결혼식을 치르게 된 여자, 불불의 이야기다.
1800년대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한 통의 편지가 에디터N에게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인도에 사는 불불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저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부모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저는 외숙모 손에 컸죠. 저한테는 외숙모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외숙모는 저에게 화려한 옷을 입히고 잔치를 열었어요. 그저 웃으면서 제 발가락에 반지를 끼워줬죠.
궁금했어요. 왜 이런 걸 발가락에 끼는지요. 물어보니까 외숙모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발가락에 신경이 있어서 거길 누르지 않으면 여자아이는 날아가기 때문이라고요. 이걸로 절 통제해야 한다고요.
전 그때 통제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모를 나이였습니다.
정신없이 외숙모 손에 이끌려 복잡한 의식들을 치렀어요. 벌써 해가 지고 있었죠. 오늘이 지나면 제게 신랑이라는 게 생긴다고 하더군요.
그게 뭔지, 신랑이 누굴지 궁금해하다 잠시 잠이 들었어요. 눈을 떠보니 가마 안이었죠.
집을 영영 떠나게 된 거예요. 이렇게 한 순간에 집을 나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았죠.
그때 외숙모를 찾으며 무서워하는 저에게 어떤 남자아이가 말을 건넸어요. 저를 달래며 옛날이야기를 해주더군요.
잠깐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도 따뜻한 마음씨가 느껴졌어요. 그 아이의 이름은 사티아입니다. 아마도 제 남편인가 봐요.
그런데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어느 궁궐 같은 어느 집에 도착하고서야 알게 되었어요. 제 남편은 사티아가 아니라 웬 어른이었다는 걸요.
그 사람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좀 자라면 남편과 시동생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될 거라고요.
저는 그렇게 어느 왕족 가문의 안주인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1800년대 인도에서는 이렇게 귀한 가문에 일찍 시집오는 게 풍습이었거든요.
시댁 식구들과 다 같이 살게 되었어요. 제 남편과 저, 남편의 동생 부부, 그리고 사티아까지 이렇게 다섯이서요.
사티아와 저는 둘도 없는 친구였어요. 모두 까마득한 어른들인데 아무래도 사티아만 유일한 또래이다 보니까요.
말도 잘 통했고 공통 관심사도 있었죠. 글 쓰는 거요. 함께 소설을 쓰기도 하면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았어요. 사티아가 있다면 이 집에서 사는 일도 꽤 즐겁다고 생각했죠.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행복은 오래가지 못 하더군요. 어느날 사티아의 결혼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올케가 먼저 그 이야기를 꺼냈어요. 올케는 평소 저와 사티아가 함께 있는 모습을 대놓고 싫어했거든요.
사티아가 결혼한다니, 심장이 내려 앉는 것 같았어요.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티아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을요.
어쩌면 사티아를 오래전부터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도요.
사티아도 저와 같은 마음이었던 걸까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자유로운 영혼인 사티아는 결혼할 바에 차라리 집시들이랑 도망 다니겠다는 농담을 하곤 했죠. 그 말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제 마음을 눈치챈 것이 저만이 아니었나 봐요. 어느 날 남편이 저와 사티아를 한 곳에 불렀습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티아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고요. 그 대신 유학을 떠나라고요.
무려 런던으로 보내겠다니요. 갑자기 그렇게 먼 곳을요?
제가 절망에 빠진 사이 사티아는 유학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곤 우리가 함께 쓰던 이야기 책을 제게 건넸어요. 저 혼자 글을 완성하라고 하더군요.
혼자서는 차마 이야기를 완성할 자신이 없습니다. 혼자서는 이 집에서 살아갈 자신도 없어요. 이제 누구랑 이야기하고 누구와 교감을 하나요?
사티아에게 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붙잡아볼까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저도 알아서 괴롭습니다.
아니면 제 마음을 평생 숨겨도 좋아요. 사티아와 함께할 수 있는 방법만 알 수 있다면요. 저를 도울 방법이 있다면 제발 제게 알려주세요.
과연 불불은 사티아를 잡을 수 있었을까.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에 피어난 아픈 첫사랑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불불'에서 만나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