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분만하다 아이가 죽었습니다
[에디터N의 비밀상담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날이 가장 불행한 날이 됐다. 소중한 새 생명을 품에 안자마자 떠나보내야 했던 한 어머니의 이야기다.
도대체 그날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듣기만 해도 가슴 먹먹한 그 사연을 에디터N과 함께 만나보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마사(바네사 커비)입니다.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전하게 됐네요.
얼마 전까지 전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가정 분만을 하고 싶었어요. 아이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아주 자연스럽게요.
그렇게 가정 분만을 준비해오던 중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과 단둘이 있는데 양수도 터졌어요.
남편이 원래 오기로 했던 조산사 바버라에게 전화를 걸었죠. 지금 바로 와 달라고요.
바버라는 곤란해하더군요. 다른 사람의 분만을 돕는 중이라고요. 대신 에바라는 조산사가 저희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바버라가 아닌 에바의 도움을 받게 된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아이만 무사히 나오면 되니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에바는 상냥했고 침착하게 분만을 돕기 시작했죠.
진통이 점점 더 거세지고 순조롭게 분만이 진행되는 줄 알았던 그때. 갑자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에바가 말하길 아이의 심박수가 필요한 만큼 올라오지 않는다더군요. 병원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고요. 남편은 이미 에바의 요청에 따라 911에 전화까지 했고요.
전 병원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얼마나 기다려온 가정 분만의 순간인데요. 집에서 마저 분만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진통은 계속되는데 아이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어요. 에바는 지금 바로 낳아야 한다고 힘을 내라고 했죠.
죽을힘을 다해 힘을 줬어요. 곧 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제 딸이 무사히 세상에 태어난 거예요.
아이는 너무 예뻤어요.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남편은 기념이 될 아이의 사진을 찍었어요. 저희 부부는 부모가 됐다는 행복을 만끽했죠.
그런데 기쁨은 정말 잠시였어요. 에바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아이가 숨을 안 쉰다는 거예요.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에바는 아이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했고 밖에는 앰뷸런스가 도착한 소리가 들렸어요. 남편은 정신없이 뛰쳐나가 구급대원을 불러왔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상황 파악도 되지 않았어요.
그날 허망하게 아이를 잃었습니다.
대체 뭐가 잘못됐던 것이었을까요? 갑작스러운 죽음의 이유를 찾고 싶었어요.
저와 남편이 나쁜 유전자를 물려줬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평소 안 좋은 습관들이 아이에게 해가 된 걸까요?
부검 결과가 나왔네요. 염색체 이상이나 태반 문제는 없대요. 아이가 사망한 이유는 아무래도 산소 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합니다.
산소 부족이라니... 혹시 분만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그렇다면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 거죠?
이 사실을 접한 저의 어머니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히 조산사의 잘못이라고요.
소송을 걸어야 한다고요. 이 비극에 대한 책임을 조산사가 져야 한다고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어머니뿐만이 아니더군요. 조산사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일었어요. 주변에서 하는 말을 들어 보니 소송을 하면 저희가 이길 확률이 높대요.
그런데 이건 제 방식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그렇게 소송에서 이기고 에바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면 진정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저는 그저 아이의 시신을 의학 교육을 목적으로 기증하고 싶다는 생각만 듭니다. 제 아이를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런 저의 결정을 모든 이들이 말립니다. 아이의 아버지였던 남편마저도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머니 말씀대로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먼저인 건가요?
단 하루밖에 못 살고 간 안타까운 제 아이를 위한 길은 도대체 뭘까요? 제게 그 길을 알려주세요.
마사는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허망함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긴박했던 가정 분만의 과정과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의 슬픔을 그려낸 작품,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그녀의 조각들'에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