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의 판도를 바꾼 기계
이 콘텐츠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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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N]
근현대사 최악의 전쟁이자 최대의 전쟁이었던 2차 세계대전.
매일 육지에서, 해상에서, 공중에서 수많은 전투가 일어나는 동안 각국의 기지에서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에니그마(enigma).
수수께끼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암호 생성기다. 보통의 문장을 입력하면 알 수 없는 조합의 암호를 출력해내는 기계.
기계로 암호화한 문장은 말 그대로 수수께끼 그 자체였다.
다섯개의 회전자와 열 개의 연결선을 가진 에니그마가 만들어낼 수 있는 암호화 규칙의 수는 수억가지가 넘었다.
사실 상 에니그마로 출력한 암호는 에니그마 없이는 풀 수 없었다.
에니그마가 있다고 해도 누구나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독일군이 에니그마의 다이얼, 배선 설정값을 24시간 마다 변경했기 때문.
사실상 이 설정값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지 못하면 암호를 푸는 건 불가능했다.
독일군은 에니그마의 설정값을 일정 기간마다 책자로 만들어 공유했다. 이 책자를 입수하더라도 다음 책자가 나오는 때가 되면 다시 에니그마의 설정값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이들은 하루 종일 독일군의 암호를 풀기 위해 애썼지만 모든 노력은 24시, 에니그마가 설정값이 새로 세팅되는 시간이면 물거품이 됐다.
24시간 안에 모든 설정값 경우의 수를 대입해보는 것은 불가능했다. 설사 운이 좋아 한 번은 쉽게 찾았다 한들, 그런 행운이 매번 오는 것은 아니었다.
에니그마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이런 생각을 했다. 매일 바뀌는 설정값을 사람보다 빨리 찾아낼 수 있는 기계가 있다면?
매일 달라지는 에니그마의 설정값을 몇 시간, 몇 분 만에 빠르게 알아낼 수 있다면 독일군이 매일 기계의 설정을 바꾼다 해도 그들의 교신을 해독할 수 있다.
그렇게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은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할 기계 개발에 착수한다.
그리고 숱한 실패 끝에 전쟁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기계를 개발해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영웅이 아닌 범죄자로 경찰에 붙잡히게 됐다. 지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 시대에는 금기였던 '그 이유' 하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