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너를 돈 주고 사왔지?"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입양부모들

조회수 2018. 2. 19. 15:1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입양부모의 목소리가 빠진 입양특례법 개정안
출처: SBS 화면 캡처
대부분의 입양가족은 사회적 편견 등의 이유로 비공개 입양을 원한다.

‘너희 엄마가 너를 돈 주고 사왔지?’


한 국내 입양 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반 친구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입양부모는 아이가 ‘네 엄마가 너를 주워 온 거니?’, ‘너의 친엄마는 어디 있니?’ 라는 소릴 들을 때마다 괜히 입양을 공개했는지 후회가 됩니다.


아이들이 입양 아동에게 저런 소리를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른들이 가진 의식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입양 아동을 ‘진짜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불쌍한 아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입양부모에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습니다. 입양부모는 ‘우리는 짐승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그 외침은 ‘남의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편견에 또다시 가로막힙니다.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입양절차


입양을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국내 입양수속은 절차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연봉 5천만 원이 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은 입양 시도조차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입양특례법 제 10조(양친이 될 자격 등)

집의 평수를 묻는 질문은 그나마 양호합니다. 교통 위반 경력이나 사소한 정신과 치료 기록까지 묻는 질문들은 모욕적이기까지 합니다.


입양을 준비하는 부모들 사이에서는 ‘영혼까지 탈탈 털리는 기분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심지어 인사청문회보다 더 힘든 과정을 거친다는 넋두리도 나옵니다.


입양 상담과 서류 제출, 심리 검사 등의 과정에서 입양을 포기하는 예비 부모들도 발생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입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이 되고자 하는 희망으로 엄격한 절차와 과정을 모두 감수합니다.



아동학대 친부모 76%, 입양부모는 0.4%에 불과



2016년 대구와 포천에서 입양 아동 두 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했습니다. 입양가족들은 더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신들이 키우고 있는 아이들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입양가족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언론 보도와 사회의 차가운 시선 속에 입양 부모들은 아이를 학대하거나 살해할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이후 입양부모들은 전수조사라는 명목으로 담당 공무원의 전화와 가정방문을 받습니다. 불쑥 찾아와 냉장고를 엽니다. 입양 아동에게 밥을 잘 먹이고 있는지 확인한다는 이유입니다. 아이들이 맞았는지 확인한다며 옷을 걷고 몸을 살핍니다.


혹시 모를 아동 학대를 찾아내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방식이 입양 부모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방식이어선 안됩니다.

출처: 교육통계칼럼
아동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입양부모의 아동 학대는 0.4%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입양 아동은 15,845명입니다. 이 중에서 두 건의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만 명이 넘는 아이들과 이만 명이 넘는 입양부모들은 아동학대 피해자나 가해자로 취급 받고 있습니다.


실제 아동 학대의 75% 이상은 친부모가 저지릅니다. 친부모의 아동 학대 건수는 2004년이나 2014년이나 거의 변동이 없습니다. 계부나 계모의 학대는 4%였고, 입양부모로부터 발생한 아동 학대 건수는 0.4%에 불과했습니다. 오히려 대리 양육자(시설 종사자나 교직원)의 아동 학대가 9.9%까지 증가했습니다.


두 건의 비극적인 입양 아동 관련 사건으로 2만 명이 넘는 입양부모가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혔습니다. 과도한 주홍글씨입니다.



입양부모의 목소리는 빠져있는 입양특례법 개정안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 1월 16일 입양특례법 개정 제안이 포함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이후 정책변화와 과제 토론회’가 남인순 의원실 주최로 열렸습니다. 이날 토론회 이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남인순 의원의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은 전면 재고(再考)되어야 한다>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입양부모들이 남인순 의원이 준비 중인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 제안’을 반대하는 큰 이유는 입양을 통해 아동이 가정에서 양육되고 보호받을 기회를 박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 입양특례법은 해외 입양인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였고, 그들이 주장하는 ‘반입양’에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작 입양가족은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습니다. 이는 입양가정을 무조건 비정상적인 가족으로 취급하고 오로지 혈연 가정만이 정상이라는 혐오와 차별 속에 있습니다.


성폭행과 근친 관계 속에서 출생한 아이가 입양 가정에서 잘 자라다가 갑자기 친생 부모라고 찾아온다면 입양부모는 아이를 만나게 해줘야 하나요? 친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른 가족들이 장기 이식 등을 위해 입양 아이의 정보를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나요?


입양부모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남의 자식을 키우다니 대단하다’는 소리입니다. 입양가족은 법이 인정한 ‘친가족’입니다. ‘친부모’에게나 입양부모에나 자식들은 다 똑같은 자녀입니다. 막장드라마와 같은 시선으로 추진하는 입양특례법 개정을 입양가족들이 반대하는 이유입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