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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 북한 병사는 또 한 번의 인격 테러를 당했다

조회수 2017. 11. 17. 16: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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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대 의원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페이스북 글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습니다. 이제는 관심의 초점이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과 유엔사 교칙수칙으로부터 귀순 병사의 몸으로 옮겨지는 양상입니다.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입니다.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혹이 있습니다. 13일 귀순한 병사가 수원 아주대에서 수술받는 동안 수술실에 들어온 군 정보기관 요원은 도대체 누구였냐는 것입니다. 수술실은 가족도 들어갈 수 없는 의사 고유의 성역입니다.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송영무 장관이 “환자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답변한 것도 의사의 소견과 무관한 정보요원들의 보고였을 것입니다. 이들의 수술 참관이 허용된 것도 찜찜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15일 기자회견에서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의사는 “나는 오직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다”라며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정략적인 외부 시선에 대해 절규하듯이 저항했습니다. 기자회견 역시 의사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과 병원 측의 압박에 의한 것임을 실토했습니다. 누가 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압박을 넣은 것일까요?

처음부터 환자를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관리되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기자회견이 끝나고 또 찾아가 괴롭히던 기자들은 다음 날 몸 안의 기생충에 대해 대서특필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여기서 보호받아야 할 존엄의 경계선이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의료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부정되었습니다.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지구에 사는 기생충들입니다. 그런 기생충들이 서로를 기생충이라고 혐오하고 죽이는 이런 광경이야말로 잘못된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비극적 이미지의 전형입니다. 이 병사를 통해 북한은 기생충의 나라, 더러운 나라, 혐오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제가 국방위에서 ‘JSA’라는 영화를 빗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진실이 은폐됨으로써 유지되는 평화가 있다, 그것이 역설의 공간 공동경비구역이다”라고 말입니다. 몸 안의 진실은 은폐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평화입니다.

출처: 연합뉴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과정에 대한 유엔사령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북한의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 사실이 있다면 유엔사령부는 조사 결과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재발방지 요구 등 제반 조치사항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그 방침을 결정해야 합니다.


정전협정과 별개로 북한군이 남쪽으로 귀순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한 것 자체는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반인도주의 행위이며, 상대국의 주권을 부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강력히 항의해야 합니다. 하루속히 판문점이 안정을 되찾고 정전협정이 준수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건 처리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북한과 똑같은 짓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생충의 나라 북한보다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이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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