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업소용 콜라가 따로 있죠?

조회수 2018. 6. 25. 07:30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왜 업소용 콜라가 따로 있죠?

그러니까 도대체 콜라는 왜 업소용이 따로 있나요?


떡볶이집에서 초등학생의 취재의뢰를 받고 인터넷에는 어떤 얘기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한 네티즌은 동네 마트에서 업소용 콜라를 엄청 싸게 파는 걸 보고 업소용과 가정용이 뭐가 다른지 루리웹에 질문했다. 댓글에는 맛이 다르다는 얘기부터 세금 차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한 가설이 난무했다. 다른 커뮤니티에서는 업소용 콜라를 컵에 따랐더니 4~5초 만에 탄산이 다 가라앉았다는 불평이 나왔다. 진짜 품질이 다른지 알아봤다.

취재를 위해 사무실로 치킨 6마리를 주문했다. 업소용 콜라 2페트가 따라왔다. 치킨을 뒤로 한 채 기자 8명을 대상으로 콜라 시음회를 열었다. 가게에서 사온 일반 콜라와 업소용 콜라를 같이 주고 맛이 다른지 물어봤다. 신나게 순살 치킨을 집어먹던 기자들은 아무도 맛의 차이를 구분해내지 못했다. 나름 예민한 미각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인턴기자도 두 종류의 콜라 맛이 똑같다고 했다.


업소용 콜라=일반 콜라


그래도 뭔가 다르니까 업소용 라벨을 붙여놨을 터. 다짜고짜 코카콜라에 전화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업소용 콜라와 일반 콜라는 똑같은 제품이다. 생산하는 공장도 같고 제조 공법도 동일하다. 마시는 입장에서는 맛도 품질도 아무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일반 콜라와 업소용 콜라의 차이는 도매가격과 유통과정 그리고 용량에 있었다. 콜라회사는 공식적으로 치킨업체와 피자집 등 배달업종으로 분류된 곳에만 업소용을 공급한다. 보통 배달업종은 음식을 시키면 콜라를 공짜로 주거나 저렴한 가격에 판다. 그래서 콜라회사는 배달업종엔 일반 가게보다 싼 도매가로 콜라를 납품한다. 용량도 일반 콜라는 페트병 기준 1.5L, 업소용은 1.25L로 차이가 있다.

콜라회사가 업소용을 따로 표시한 이유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업소용을 못 팔게 하기 위해서다. 슈퍼 주인이 아는 치킨집 사장에게 부탁해 아주 싼 가격에 콜라를 납품받아 팔면 콜라회사는 제대로 마진을 남길 수 없다. 그래서 콜라회사는 일반 소매점에서 업소용을 팔 수 없도록 라벨을 붙인 것이다.


결국 콜라에 업소용 여부를 적는 건 법적으로 강제된 것도 아니고 세금이 다른 것도 아니다. 슈퍼마켓에서 업소용 콜라를 파는 건 불법이 아니란 뜻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업소용 콜라가 세금이 다르냐고 묻자 “국세청이 콜라를 관리하겠느냐”며 하하하 웃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안전처 관계자는 “죄송하지만 콜라에 붙는 라벨은 저희가 관리하지 않습니다”라며 기자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가정용 소주≠할인매장용 소주


업소용 콜라를 검색하다보니 가정용, 할인매장용, 업소용 소주는 뭐가 다르냐는 질문도 많이 나왔다. 가정용 소주보다 업소용 소주에 더 많은 주세(술에 붙는 세금)가 붙는다는 얘기도 횡행했다. 하이트진로에 전화했다.

주류회사에서는 가정용이든 업소용이든 분류에 상관없이 주세를 똑같이 낸다고 답했다. 다만 콜라와 달리 술에 붙는 라벨은 국세청에서 감독하며 법적으로 강제된 것이었다. 세금이 같은데도 라벨을 붙이는 이유는 주세가 아니라 소득세 탈루를 막기 위해서다. 음식점이 주류업체로부터 업소용 술을 공급받아 손님에게 팔아야 국세청은 판매량을 알고 세금을 매길 수 있다. 음식점이 대형마트에서 가정용 술을 사서 재판매하면 국세청은 식당에서 얼마나 많은 술이 팔렸는지 알 수 없다. 탈세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최근엔 술에 붙는 가정용, 할인매장용 라벨을 없애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농식품부, 식약청 등으로 구성된 ‘맛있는 맥주 만들기 태스크포스(TF)'에서 소규모 맥주양조장 활성화를 위해 번거로운 포장 과정을 간소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세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논의 결과에 따라 주류 라벨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텔레비전, 케첩까지 업소용


황당하게도 텔레비전과 케첩 등도 업소용이 따로 있다. 인터넷에는 업소용 텔레비전을 샀는데 화질이 나쁘다는 불만부터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는 업소용 케첩이 유난히 맛있다는 칭찬까지 다양한 업소용 물품에 대한 품평이 넘쳐났다.

엘지전자에 물어보니 업소용 텔레비전은 소위 ‘호텔티비’라고 부르며 주로 숙박업소에 납품한다고 했다. 업소용에는 일반 가정용에는 없는 특수한 기능을 추가하는데 가령 채널 0번을 누르면 숙박업소 소개가 나온다든가, 유료결제 해야 특정 채널을 볼 수 있다든가 하는 기능이었다. 업소의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만큼 가정용 텔레비전과 기능과 성능이 다르다고 했다.


케첩은 콜라와 달리 업소용과 가정용의 성분이 달랐다. 오뚜기 가정용 케첩에는 토마토 페이스트가 43.8% 들어가는데 업소용(식당용)에는 24% 들어갔다. 대신 업소용 케첩은 당분이 더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더 달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인즈 케첩은 업소용과 가정용 모두 동일하게 토마토 페이스트를 35% 넣는다.

일체유심조 :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업소용 콜라와 일반 콜라의 맛은 똑같다. 업소용 콜라가 맛없게 느껴지는 건 선입견으로부터 비롯된 마음의 눈속임이다. 당나라에 가던 원효대사는 굴속에서 잠을 자다 바가지에 담긴 물을 시원하게 마셨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가 마신 물은 해골바가지에 담긴 썩은 물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구나.”(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더 많은 영상과 취재의뢰는 이곳으로!▼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