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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러리·2017.05.19. 작성

문재인 대통령의 5.18 기념사 꼼꼼하게 함께 읽기

서른일곱 번째 5.18을 조금 더 특별하게 마음속에 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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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기억하라.

다시 오월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날을 생각합니다.

서른일곱 번째 5.18을 조금 더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념사를 꼼꼼히 읽고, 되새겨봤습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연설 시작을 알리는 호명입니다. 청중은 2017년 5·18 기념식 참가자들이 아니라 국민 모두죠. 하지만 기념식에 참여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위의 문장을 들으며 누군가를 떠올렸을 겁니다. 부모님, 친구, 친지, 동료, 우연히 만난 시민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말이죠.

오늘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5·18묘역에 서니 감회가 매우 깊습니다.

‘감회가 새롭다’가 아니라 “감회가 깊다”. ‘서 있음’과 ‘깊은 감회’는 대구를 이룹니다. ‘맞아’, ‘서니’, ‘깊다’. 그리고 이 대목에선 숫자 518, 37, 518이 연속해서 등장하죠. 앞의 518은 시간, 뒤의 518은 장소, 이 둘을 잇는 것은 37주년입니다. 즉, 5.18을 기념하고 기리는 시민의 기억입니다. 기념일은 한 해가 지나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기억해야 돌아옵니다.

37년 전 그날의 광주는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먼저 80년 오월의 광주시민들을 떠올립니다.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습니다.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습니다. 그들은 인권과 자유를 억압받지 않는, 평범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광주를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으로 놓습니다. 광주를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광주시민들’이죠. 역사와 민주주의, 항쟁과 진상규명 모두가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입니다. 왜 그렇지 않겠습니까? ‘가족’이었고, ‘이웃’이었으며, ‘시민’이자 ‘학생’이었습니다. 우리네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죠.

이 대목은 문 대통령 기념사 직후 연단에 오른 1980년 5월 18일생 김소형 씨의 이야기와 만납니다. 그의 아버지 김재평 씨는 객지에서 일하던 중 1980년 5월 18일 딸을 보려 광주에 왔다가 계엄군에 의해 희생당합니다. 그래서 김소형 씨의 생일은 ‘슬픈 생일’이죠. 그녀의 탄생은 아버지의 죽음이었고,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었습니다.

슬픈 생일 단상에 오른 김소형 씨는 많이도 떨었습니다. 고이 담아둘 수 없는 슬픔이 눈물이 되어 터져 나왔고, 온몸을 흔들어댔습니다. 낭독을 마치고 눈물 흘리며 퇴장하는 김소형 씨를 따라가는 대통령, 그 오랜 아픔을 꼭 안아주며 위로하는 장면에서 저도 많이 울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새 정부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훌쩍 뛰어넘어 많은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소형 씨의 포옹, 말이 필요 없습니다. 많은 국민이 함께 안고, 함께 울었습니다.

출처 : 청와대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오월 광주가 남긴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돌아볼수록 감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앞에 앉아 있습니다. 묘역에 묻혀 있습니다. 그리고 기념식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앞의 ‘영령들’은 돌아가신 분들입니다. 뒤의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은 살아계신 분들입니다. 이들은 가족, 이웃, 동료 저항군의 관계로 엮여 있습니다. 즉, 과거와 현재는 피와 살로 엮여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질문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이 인간, 이 역사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습니까? 또, 어떻게 단절돼 있습니까?

1980년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입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역사입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이 비극의 역사를 딛고 섰습니다. 광주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의 민주주의는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오월 광주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주신 광주시민과 전남도민 여러분께 각별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언합니다. 오월 광주는 지금도 살아있는 현실이라고 말합니다. 물리적 시간은 과거지만, 역사의 시간, 마음의 시간으로 보면 그 오월은 여전히 ‘지금, 살아있는’ 현실입니다. 또, 오월 광주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입니다. 하지만 광주의 희생으로 민주주의가 ‘버티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다시 일어섬’은 뒤에 ‘촛불혁명’ 그리고 ‘부활’이라는 단어와 만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선 시민들의 항쟁이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진실은 오랜 시간 은폐되고, 왜곡되고, 탄압 받았습니다. 그러나 서슬퍼런 독재의 어둠 속에서도 국민들은 광주의 불빛을 따라 한걸음씩 나아갔습니다.

5·18의 역사적 의의를 다시 한번 규정합니다. 앞에서는 ‘현대사에서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으로 표현했고, 여기에서는 ‘현대사의 비극’으로 표현합니다. ‘가장 슬프고 아픈 장면’과 ‘비극’의 외연은 비슷하나 내포된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슬프고 아픈’ 것은 개별 ‘장면’이고, ‘비극’은 하나의 ‘극’이다. 같은 사건에 대한 두 개의 서로 다른 양상(aspect)을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오월 광주에서 국가권력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짓밟았습했습니다. 이 비극은 세월호와 연결됩니다. 그 광기를 뒤집은 것은 시민의 항쟁이었고, 이 저항은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광주는 ‘이정표’, ‘불빛’입니다.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 민주화운동이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저 자신도 5·18때 구속된 일이 있었지만 제가 겪은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습니다.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준 힘이 됐습니다.

광주가 이정표요, 불빛이었기에 광주의 진실은 곧 민주화의 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문 대통령은 시대와 개인사의 교차점을 언급합니다. 문 대통령 자신이 5·18로 인해 구속당한 것이죠. 그 분노와 고통은 용기의 원천이기도 했습니다. 그 용기로 성장했고, 오늘 기념식 자리에 설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오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하는 함성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 된 마음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연설에서 가장 멋지고, 감동적인 대목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에 대한 ‘은폐, 왜곡, 탄압’이 오랜 시간을 지나 ‘촛불혁명’으로 ‘부활’했습니다. 5월이 어둠 속 빛이 되어 시민을 이끌었고, 시대의 길이 되었으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 손에 들린 촛불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한 ‘불빛’이 광주라는 등대에서 세상에 뿌려지는 빛이었다면, 촛불은 그 빛을 받아 안은 시민들이 밝힌 희망이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감히 말씀드립니다.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있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맥을 잇고 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이 땅의 민주주의를 온전히 복원할 것입니다.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낼 것입니다.

‘촛불정신 계승’을 강조한 문재인 정부의 뿌리가 5·18과 촛불혁명을 관통하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광주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준 ‘용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의 온전한 복원’을 이야기함으로써 전 정권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음을 지적합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만드는 희망. 5.18의 역사는 촛불혁명과 다시 만납니다.

출처 : 게티이미지(그린피스 제공)
여전히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오월 광주를 왜곡하고 폄훼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용납될 수 없는 일입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룩된 이 땅의 민주주의의 역사에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문 대통령은 광주 정신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습니다.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이어지는 “상식과 정의”이라는 구절과 만납니다. 광주에 대한 폄훼는 개인적 의견이 아니라 상식과 정의를 짓밟는 일입니다.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헬기사격까지 포함하여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왜곡을 막겠습니다. 전남도청 복원 문제는 광주시와 협의하고 협력하겠습니다.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구체적 공약을 언명합니다. ‘헬기사격까지 포함하여’는 구체성을 더합니다. ‘진상과 책임’의 범위를 한층 명확히 밝힙니다. 구체성과 함께 적시성도 드러납니다. 헬기사격 진상규명, 도청복원 등은 그 예입니다.

완전한 진상규명은 결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식과 정의의 문제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가꾸어야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입니다.

진상규명의 철학을 제시하는 대목입니다. 진보와 보수가 아닌 상식과 정의의 문제. 그래서 ‘모두’의 문제입니다. 보수 진영의 ‘딴지걸기’에 대한 선제적 포석이기도 합니다. 더는 광주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정치적 쟁점으로 삼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순간 상식도 정의도 내팽개치는 집단으로 전락한다는 경고입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규명이 완전해야만 민주주의는 온전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온전해야만 역사적 사건에 대한 완전한 규명이 가능합니다.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저의 공약도 지키겠습니다.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습니다. 5·18민주화운동은 비로소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될 것입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 개헌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어서 국회의 협력과 국민여러분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 드립니다.

헌법 조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는 공약을 환기합니다. 그리고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개인적인 다짐으로 끝내지 않고, ‘협력과 동의’ 요청으로 말을 맺습니다. 헌법 개정은 대통령 혼자 할 수도 없고, 하려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닙니다. 오월의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입니다.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입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입니다. 오늘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은 그동안 상처받은 광주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 될 것입니다. 오늘의 제창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끝나기를 희망합니다.

수년간 논란이 된 ‘임을 위한 행진곡’에 관해 문 대통령이 논평합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피와 혼이 응축된’ 상징입니다. 그 상징적 의미를 풀어서 이야기하면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며,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는 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논란은 ‘불필요하다’고 일축합니다. 민주주의 정신과 역사, 그를 지켜낸 이들의 명예에 대해 갑론을박할 게 뭐가 있다는 말입니까.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2년 전, 진도 팽목항에 5·18의 엄마가 4·16의 엄마에게 보낸 펼침막이 있었습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짓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습니다. 저는 그것이 국가의 존재가치라고 믿습니다.

5·18과 4·16의 정신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대목입니다. 무능하고 폭력적이며, 책임을 전가하고 내팽개치는 국가와 극한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는 국민이 대비됩니다. 국가의 존재가치는 국민의 생명, 그리고 사람의 존엄을 받는 것이라고 문 대통령은 말합니다.

저는 오늘, 오월의 죽음과 광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며 세상에 알리려 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도 함께 기리고 싶습니다.

1982년 광주교도소에서 광주진상규명을 위해 40일 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스물아홉 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사태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스물네 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스물다섯 살, 숭실대생 박래전.

수많은 젊음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던졌습니다.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을 때, 마땅히 밝히고 기억해야 할 것들을 위해 자신을 바쳤습니다. 진실을 밝히려던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도 강제해직되고 투옥 당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부분입니다. 5·18을 위해 희생한 분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희생’이니 ‘헌신’이니 하는 말은 추상적입니다. 상대적입니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 살았던 사람의 이름은 구체적이고,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절대적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설명되거나 비교될 수 없는 존재들. 비극적 결단. 그러나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는 젊은 얼굴들.

저는 오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의 역할을 다짐합니다. 대통령은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는 사람이고, ‘서러운 죽음과 고난이 없’애며, ‘참이 거짓을 이기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앞장서는 사람입니다.

광주시민들께도 부탁드립니다. 광주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온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주십시오.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주십시오. 광주의 아픔이 아픔으로 머무르지 않고 국민 모두의 상처와 갈등을 품어 안을 때, 광주가 내민 손은 가장 질기고 강한 희망이 될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광주 시민들께도 부탁합니다. 광주시민을 위로하고 자신의 다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고, 놀랍게도, “전국의 5·18들을 함께 기억”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이제 5.18은 개별성과 구체성에만 머물지 않고, 역사적 보편성과 상징성을 획득합니다.

이를 위해 ‘5·18’을 사건을 나타내는 고유명사에서 사람을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표현합니다. ‘5·18들’이 그것입니다. 오월 광주는 수많은 ‘5·18들’을 낳았습니다. 그렇기에 광주에게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는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먼저 가신 분들이 ‘산 자여 따르라’고 외치는 후렴구와도 조응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오월 광주의 시민들이 나눈 ‘주먹밥과 헌혈’이야말로 우리의 자존의 역사입니다. 민주주의의 참 모습입니다. 목숨이 오가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광주정신은 그대로 촛불광장에서 부활했습니다. 촛불은 5·18민주화운동의 정신 위에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습니다.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선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 천명합니다.

‘주먹밥과 헌혈’,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먹거리와 생명의 상징인 피를 나누는 사람들 모습을 ‘자존의 역사’요 ‘민주주의의 참 모습’이라고 문 대통령은 표현합니다. 제도적 민주주의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연대를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파악하는 대목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한민국입니다.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숭고한 5·18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대한민국’은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거)을 넘어 5·18 어머니가 4·16 유가족에게 보낸 메시지(지금)와 만납니다. 손을 내미는 것은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무 손이나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식과 정의 앞에 내미는 손이라야 상처를 싸매고 아픔을 보듬을 수 있습니다.

‘가치’라는 말은 세 번째로 나옵니다. 먼저 ‘민주주의의 가치’, ‘국가의 존재가치’, 그리고 위의 ‘살아 숨쉬는 가치’입니다. 그리고 이를 관통하는 것은 위 마지막 문장의 주어인 ‘5·18 정신’입니다.

다시 한번 삼가 5·18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5·18 영령의 명복을 비는 것으로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마칩니다. 영령들의 명복을 비는 일은 약속, 부탁, 다짐 등이 응축된 행위입니다.


기념사의 모든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명록에 적은 “가슴에 새겨온 역사, 헌법에 새겨 계승하겠습니다”는 문구에 녹아 있습니다. “가슴에 새긴” 것은 우리의 분노, 상처, 저항의 역사입니다. 소중한 자산이지만 이를 모두의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헌법에 새"기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민주주의의 정신이 모든 이의 가슴에 새겨질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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