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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왜 채식을 했을까?

조회수 2017. 4. 12. 2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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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소크라테스가 채식을 하게 된 사연

플라톤의 [국가, Republic]에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제목만 보고 무거울 것으로 지레짐작한다면, 그동안 살면서 첫인상에 속았을 때의 경험을 떠올려보시라. 나는 한밤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너무 무섭게 생겨 겁에 질렸으나 이야기해 보니 세상에 이렇게 순박하고 친절한 분이 없었던 때 이후 이만한 반전이 없었다.

인류에 대해 철학자 같은 통찰력을 지닌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말했다.

“도살장이 있는 한, 전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500년 전에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설명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소크라테스다.

[국가]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와 글라우콘의 대화를 보고 난 후 김밥에서 햄을 빼고 주문하기 시작했고, 카페라테는 우유 대신 두유로 바꿨다. 두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해 보았다.

2,500년 전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

소크라테스는 텃밭에서 재배한 배추 잎을 뜯어 위에 완두콩을 뿌린 샐러드를 한 접시 먹고 나와 산책을 하는 길이다. 마침 고기 뷔페 런치 메뉴를 먹고 나와 배를 두드리며 앉아있는 클라우콘을 발견한 소크라테스,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글라우콘: 식사하셨어요?

소크라테스: 샐러드를 한 그릇 먹었지요.

글라우콘: 에이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야지 샐러드로 되나요? 저는 고기 뷔페 다녀왔어요.

소크라테스: 나는 고기를 안 먹어요. 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육식이 인류를 불행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글라우콘: 제가 지금 얼마나 배부르고 행복한데,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크라테스: 도시는 단순해야 합니다. 아테네 시민이라면 곡물과 채소를 주식으로 삼고, 무화과와 밤을 디저트로 먹으며, 포도주를 적당히 마시면서 살면 평안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요.

글라우콘: 채소랑 밤이요? 그건 돼지들이나 먹는 것 아닌가요? 인간이라면 요리를 먹어야지요. 미슐랭 스타 세 개짜리 식당 요리는 아니더라도 긴 의자에 누워 세 종류의 고기로 만든 메인이 나오는 코스 요리 정도는 먹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 말만 들어도 염증이 생기는 것 같군요. 고기를 그렇게 먹으면 채소만 먹고 살 때보다 의사가 많이 필요할 것 같지요?

글라우콘: 그렇겠네요.

소크라테스: 메인 요리만 세 종류의 고기라니 온갖 종류의 동물이 끝도 없이 필요하겠군요.

글라우콘: 물론입니다.

소크라테스: 동물을 기르려면 땅이 많이 필요하겠네요.

글라우콘: 그럴 테지요.

소크라테스: 땅이 부족해도 고기를 줄이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땅을 빼앗아야겠지요?

글라우콘: 아마 그렇게 될 겁니다.

소크라테스: 폭력이 전쟁이 되고 땅을 잃고 우는 사람이 많아지겠군요.

글라우콘: (…) 

소크라테스: 방탕함과 폭력과 질병이 발생하면 법원과 병원이 많이 필요하겠군요. 전에는 누구도 맡지 않으려던 일이지만 수요가 늘면 권력이 되니 법률가와 의사는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다니게 되겠지요?

글라우콘: 설마 그런 날이 오겠습니까?

소크라테스: 이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동물을 먹어야 한다면 나는 차라리 채식하겠습니다.

이 슬픈 기시감은 무얼까?

2,500년 전, 구글도 빅데이터 분석기도 없이 가만히 앉아 고기를 먹는 일이 세상을 어지럽게 할 것을 예견한 소크라테스의 통찰력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하루다.


이 글은 필자의 책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 B컷(책에 포함되지 않은 원고) 중 하나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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