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는 무엇을 먹고 자라나?
자신을 싫어하는 아이: 아동학대는 가난을 먹고 자란다
학대를 학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아이들
일상적으로 방임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아동학대’는 낯선 단어다. 학교에서 ‘학대 행위’를 가르친다고 해서, 이 아이들이 당장 경찰에 신고할 수 있을까? 폭력에 익숙한 아이들은 폭력 속에서 안정을 느끼기도 한다. 자기 자신이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다.
내가 몸담은 부스러기사랑나눔회는 수도권 4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아동 74명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아동학대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주관식 설문에서 참여한 아이의 60%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17%의 아동은 이렇게 답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아동 권리 인식도 조사에 참여한 아동 중 단 1.6% 만이 아동학대가 ‘아이의 잘못’이라고 응답했다. 이 두 결과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번 설문조사에선 학대 행위를 학대로 인지하는 지에 관해서도 확인했다. 9가지 학대행위 중 3가지 행위에 관해 설문에 참여한 아동의 30% 이상이 학대가 아니라고 했다. 그 행위들은 다음과 같다:
자기혐오를 낳는 방임과 학대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이 아동의 자존감에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설명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아동권리 및 학대예방 교육도 중요하다. 하지만 아동 스스로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로 ‘아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빈곤환경 아이들의 낮은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심리 정서적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 환경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자아존중감을 회복시킬 때, 아동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이야기하고 학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아동학대는 가난을 먹고 자란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4년 아동학대 전국현황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정의 23.3%가 기초생활수급 가정으로 파악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2014년 기준 2.6%임을 감안하면 빈곤 가정의 학대 발생 비율이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학대 가해자의 직업은 무직 또는 단순 노무직이 약 50%를 차지했다. 학대 가정의 경제적 빈곤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다.
빈곤과 아동학대의 관련성을 좀 더 깊이 알아보기 위해 실제 빈곤 현장에서 일하는 아동복지 실무자 3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빈곤 환경 아동에 대한 방임과 학대 비율이 높은 원인을 묻자 실무자들은 이렇게 답했다.
빈곤 가정의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아동복지 실무자는 이렇게 말했다.
심리 지원 프로그램이 중요한 이유
스트레스와 학대의 대물림은 부모가 겪는 심리 정서적 문제에 기반을 둔다. 이 문제는 정부에서 대책으로 내놓은 ‘부모교육’ 과 ‘위기아동 발굴 매뉴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빈곤 가정이 처한 긴급한 위기상황 해소를 도울 수 있는 지원 체계와 빈곤 가정 부모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심리상담 및 심리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익중 교수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