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뷰 본문

라이브러리·2017.05.19. 작성

영화 <미녀와 야수>에 반영된 오늘날의 여성상

향상된 연출만큼 그 의미도 깊고 새롭습니다! by 천재이승국
프로필 사진
슬라이디 630명이 봤어요 ·개 댓글
 아래로 스크롤

<미녀와 야수>의 주인공 벨은 지적이고, 감수성 풍부하며, 당차기도 한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기본적으로

'연약한 여성' 이라는 고전적 여주인공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죠.

벨은 시련이 닥칠 때마다 울고,

울고,

또 웁니다.

물론 눈물이야 누구나 흘릴 수 있는 거고 눈물의 종류도 많지만...

벨의 눈물은 언제나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사람'의 눈물로 통일되어 있죠.

그래서 울 때마다 이렇게 쓰러집니다... 풀썩...

연약하니까요...

보호가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이번 실사판에서는,

죽어가는 야수를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면

벨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아예 등장하질 않습니다.

눈물로 퉁치기보다는 직접 슬퍼하거나 외로워하고, 분노하죠.

또한, 야수와 벨이 눈싸움을 하는 장면을 살펴보면

애니메이션에서는 벨이 일방적으로 야수를 곯리는 것만 등장할 뿐

막상 벨이 당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사판에서는

야수가 아주 정확하게, 그것도 아주아주 강하게

벨의 얼굴에 직격으로 눈덩이를 맞추죠.

영화는 오히려 이런 장면을 통해서

'여자 = 연약하고 예쁜 존재'라는 공식을 깨뜨리고 있습니다.

또 하나 큰 차이점은, 실사판 벨이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능동적이라는 건데요

애니메이션에서 벨이 야수를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을 보면

벨은 어둠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향해 "빛으로 나오라"고 말하고,

야수는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벨은 깜짝 놀라죠.

그런데 실사판에서는 우선 벨이 "빛으로 나오라"고 말한 뒤,

그냥 오래 기다리지도 않고 자기가 먼저 나아가서 횃불로 야수 얼굴을 비춰버립니다. (!)

또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저녁식사를 거부당한 야수가 크게 화를 내며

"나와 안 먹으면 계속 굶기겠다"고 협박해 벨이 밥을 먹지 못하는 반면

실사판에서는 벨이 먼저 화를 내면서

"너랑 밥 먹느니 차라리 굶어죽겠다!" 고 소리치고 돌아섭니다.

마지막 개스통 vs 야수 대결에서도

둘의 싸움을 그저 지켜볼 뿐인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실사판에서는 벨이 직접 대결에 뛰어들죠.

이런 작은 변화들을 통해서, 극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던 여주인공이

영화에서는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여주인공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 뿐 아닙니다. 남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도 변화가 있었죠.

사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 는 작품의 메시지와는 좀 다르게

애니메이션 속 남주인공은 왕자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아주 대놓고 야수 취급을 받습니다..

연출 상으로야 두 주인공이 서로 마음을 열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느 시점부터 여주인공을 '그 여자'가 아니라 '벨'로 부르는 야수와는 달리

벨은 극의 후반부까지도 야수를 이렇게 부릅니다.

......

물론 뭐 이름을 모르니까 그럴 수는 있겠다마는,

그래도, 야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설정의 여인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에서조차, 대놓고 이렇게 부르죠.

(좋댄다...)

사실 미국엔 존댓말이 없으니까 정확히는 이런 느낌일 겁니다.

다른 영한사전으로 번역해봐도 느낌은 달라지지 않죠.

심지어 이 야수는 생긴 게 야수라서, 판타지 물이 저주를 푸는 전형적인 방법인 입맞춤조차도

끝까지 받지 못합니다.

사람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할 수 있죠.

하지만 실사판은 다릅니다.

우선 벨이 야수를 야수라고 부를 때는 거울에게 말할 때 딱 한 번 뿐이고,

나머지 모든 대사에서는 '그' 또는 '그 사람' 으로 야수를 지칭합니다.

그리고, 네. 야수와 입맞춤도 하죠.

즉 실사판 미녀와 야수는 변화한 여성상만 반영한 작품이 아니라는 겁니다.

야수의 인권까지 챙겨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있으니까요 :)

"벨이 야수와 사랑에 빠지게 만들자!" 이건 사실 좀 파렴치한 계획이죠.

야수의 신하들과 야수 본인도 알고 있는 이 무례한 계획은

실사판에서도 그대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 때 아주 큰 차이점이 있는데요,

스토리 끝까지 야수의 저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애니메이션 판 벨과는 달리

실사판 벨은 신하들로부터 직접 저주에 대해 듣게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하면 저주를 풀 수 있는지 묻기까지 하죠.

그런데 이 때 주전자 부인이 오히려 "그건 아가씨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라고 말합니다.

온갖 술수를 써가며 벨을 야수 곁에 두려고 조작했던 장본인들이

막상 결정적인 상황에서는 벨의 자유 의지를 지켜주려 하는 이 장면.

'한 사람에게 엄청난 기대가 있다 해도 그것은 기대하는 사람들의 기대로만 남아야지,'

'당사자의 자유 의지를 해치는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또 한번 자유의지가 등장하는 대목은 바로 개스통의 친구 르푸입니다.

애니메이션과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죠.

보통 애니메이션은 캐릭터들이 선이면 선, 악이면 악 등

처음 갖고 있던 신념을 끝까지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개스통의 오른팔인 루프는 처음엔 개스통 편에 서있다가

이후 개스통의 행동에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결국 반대편에서 싸웁니다.

굳건히 믿고 있던 생각이어도 그것이 틀렸다고 판단될 때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 짤막한 장면들을 통해 르푸가 동성애자임을 암시해주는데요.

그동안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에서 동성애를 철저히 배제시켜왔던 관행과 달리

짧게나마 이와 관련된 연출을 계속 포함시키면서

사랑이라는 의미가 오늘날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묘사했습니다.

지금까지 간단히 두 <미녀와 야수>를 비교하며 현재의 시대상을 살펴보았습니다.

부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드렸길 바라며, 저는 다음에 다른 영상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놓치지 말아야 할 태그

#신기방기

    많이 본 TOP3

      당신을 위한 1boo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