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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로 휘발유를 만든다고요?

조회수 2018. 4. 19. 12: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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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이웃님들은 맥주 좋아하시나요? 팍팍한 세상에 맥주 한 잔은 삶의 동력이 되곤 하죠. 그런데 이웃님, 이제는 맛난 맥주의 동력을 자동차와도 나눌 수 있을 날이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출처: 포토리아
노나먹자 우쭈쭈
맥주로 휘발유 만들었다?!

영국 브리스톨(Bristol) 대학 화학과 연구원 케이티 J.펠로우(Katy J. Pellow)는 맥주로부터 자동차에 쓸 수 있는 연료를 합성해냈습니다.

출처: Wass research group
맥주로 휘발유를 만든답니다!

사진 설명을 드릴게요. 맥주는 알겠는데, 화살표 위의 '루 카탈리스트'는 뭘까요? H2O는 문과도 알 겁니다. 그 옆에 머리를 오른손에 들고 있는 졸라맨 같은 모양은 뭘까요.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맥주는 여러분이 아시는 맥주입니다. 논문을 보면 라거를 썼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투명한 황금빛에 깔끔한 술맛, 탄산이 강한 인생의 친구지요. 요즘은 값이 올라서 500ml를 4천 원에 먹을 수 있죠. 물론 <이웃집과학자> 사무실에서는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제가 입사한 이유입니다.

라거는 화학적으로는 약 5%의 에탄올과 미네랄, 탄수화물이 물에 녹아 있는 화합물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맥주의 어떤 성분이 휘발유로??
출처: pixabay
뭐가 어떻게 바뀌는 걸까요?

이번에 연구진은 맥주 안에 있는 '에탄올'을 부탄올로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에탄올은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하는 분자이고(헤헷~♡ 편집장니ㅁ 저 술 안먹거썽요. -에디터가 술에서 안 깹니다. 송구합니다. 편집자 주-) 부탄올은 자동차의 밥인 휘발유로 쓸 수 있는 물질이지요.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에 게재됐어요.

아ㄴ머겄다니까 그러시네

휘발유는 글자 그대로 휘발성이 있는 기름, 즉 잘 증발하는 기름이라는 뜻입니다. 휘발유 안에는 한 가지 분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석유 안에 있는 여러 물질이 혼합된 상태에요. 옥테인, 헵테인 등(그냥 그런 게 있나보다 하시면 됩니다) 여러 가지가 섞여 있어요. 기존의 휘발유와 성질이 비슷하다면, 휘발유 대신 차에 주유해서 동력원으로 쓸 수 있지요.

연구진은 맥주에 있는 에탄올에 메탄올을 넣고 반응을 진행시켰는데요. 루테늄 촉매(그림에 나왔던 Ru catalyst)를 개발했다는 게 핵심입니다. Ru는 루테늄을 뜻하는 원소기호이고, catalyst는 우리말로 ‘촉매’라고 부릅니다. 촉매는 마법의 돌이라고도 부르던 물질인데요. 반응에 필요한 최대 에너지를 낮춰 반응 속도를 빠르게 해 주는 것이 촉매입니다.

잠깐, 촉매가 뭔데요?!


집에서 맥주에 메탄올을 섞어 둔다고 해도 절대로 휘발유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 반응을 진행시키기 위해 ‘촉매’라는 물질이 필요합니다. 에탄올이나 메탄올처럼 시작할 때 넣어주는 물질을 ‘반응물’이라고 하는데요. 촉매는 반응물들과 붙었다 떨어졌다, 일부분을 주고받았다 하면서 좀 더 편한 조건에서 반응하도록 도와주는 물질이에요. 반응이 끝나면 반응물질은 다 소모되어 남아있지 않지만 촉매는 자기 할일을 다 하고 나면 처음의 상태로 돌아갑니다. 따라서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이용된 촉매는 루테늄(Ru)이 들어가서 Ru catalyst라고 썼고, 염소(Cl)가 포함된 녀석입니다. 혹시, 만에 하나 촉매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아래 그림을 넣었습니다. 풀 네임이 궁금하신 분도 참조하세요.

출처: Catal. Sci. Technol
맥주를 휘발유로 바꿔주는 촉매 trans-[RuCl2(dppm)2]

첫 그림에 있던 졸라맨을 비롯해서, 이렇게 알파벳과 막대기로 그린 그림을 읽는 방법은 대학교 1학년 때 배우니, 모르셔도 당황하지 말고 화학과에 진학하시면 됩니다. 

그럼 뭘 휘발유로 쓸 수 있다고요?!

제가 바로 아이소부탄올입니다

이 반응에서 만들고 싶었던 것이 자기 머리를 들고있는 졸라맨 그림처럼 생긴 녀석입니다. 이 분자의 이름은 간단하게 말하면 부탄올, 모양까지 같이 말하면 아이소부탄올입니다. 아이소부탄올은 에너지 밀도가 높고, 옥탄가가 적절해서 현재 쓰고 있는 휘발유의 이상적인 대체제로 보고 있습니다.

잠시 옥탄가에 대해 알려드리면

차덕(I♡CAR)이신 분들은 옥탄가라는 말을 아실텐데요. 간단하게 말하면 '옥탄가가 높다'라는 말은 노킹이 일어나지 않는다, 즉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라고 보면 됩니다.

출처: 포토리아
옥탄가가 좋은 휘발유는 뭔가요?

친절한 <이웃집과학자>에서 차덕을 위해 좀 더 자세히 알려드릴테니 귀찮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시원하게 내리시길 추천합니다.

자동차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 과정을 통해서 위 아래로 피스톤 운동을 하게 됩니다. 흡입하는 동안 공기가 들어가고, 들어간 공기를 고압으로 압축한 뒤 스파크를 가해서 빵! 터트려서 피스톤을 아래로 강하게 미는 거지요.

출처: giphy
흡입-압축-폭발-배기!

그런데 적절하지 못한 연료를 쓸 경우, '압축하는 도중에 연료가 폭발을 일으켜버립니다!'. 그렇다면 위로 올라오고 싶어하던 피스톤을 부적절한 타이밍에 아래로 내리겠지요? 이때 깡깡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이걸 노크 같다고 노킹이라고 합니다. 노킹은 차 엔진에 큰 무리를 주기 때문에 엔진 사망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그럼 옥탄가는 뭐냐고요? 탄소가 8개 연결된 탄화수소를 옥테인(octane)이라고 하는데요, 옛날식으로는 옥탄(C8H18, 씨ㅍ…. 알파벳과 숫자를 그대로 읽으시면 재밌습니다)이라고 합니다. 옥테인의 비율이 높은 휘발유일수록 노킹이 일어나지 않아요. 옥탄가는 지금 사용하는 휘발유가 얼마나 순수한 옥테인과 비슷한 성질을 띄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주유할 때 일반 휘발유와 고급 휘발유를 보신 적 있나요? 고급 휘발유가 옥탄가가 높은 것들이랍니다.

H2O는 굳이 왜 적혀있나요?

H2O가 뭔지 아시는 분? 네! 물입니다.

출처: 나무위키
누군가의 흑역사.

모 인터넷커뮤니티에서 너무도 어이없는 댓글로 웃지 못할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 떠올라 잠깐 관련 사진을 첨부했습니다. 모 유저가 '산소'라고 했다가 지웠는데, 그래요. H2O는 물입니다(그래도 지구는 돈다!!).


그럼 물은 이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요? 기존 연구에서도 에탄올을 이용해서 부탄올을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물이 생성돼 반응을 방해하는 바람에 원료로 물과 섞이지 않은 상태의 에탄올을 이용했어야 했다고 합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물의 방해를 받지 않고 같은 효율로 합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물이 짱짱 많이 섞인 맥주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즐거운 소식입니다. 

그럼 지금 내려가서 맥주를 차에 부으면 될까요?!

아쉽게도 원래 연구라는 것이, 연구 성공 후 상용화까지는 수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도 유망한 진행 경과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당분간은 참으시고, 상용화에 성공했을 때 함께 축배를 드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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