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운드 삼척 2018 트렉 라이드 페스트 참가기

조회수 2018. 5. 8. 1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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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좋았다. 체력이 모자랐을 뿐

여러 차례 행사 취재를 다니면서, 참가자와 공감할 수 없었다. 특히나 모두가 경품 추첨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을 때, 한 발짝 물러서서 구경만 하려니 아쉬웠다. 경품이 커질수록 아쉬움도 커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100% 공감하기 위해 참가자가 됐다. 대회 참가를 즐기지 않는 기자에게는 특별한 경험이다.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력을 키운다. 이런 일반적인 방법 외에도 지지 않는 방법이 있다. 참가하지 않는 것.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패배를 피해 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비경쟁 대회가 생기기 시작했고, 스스로에게 지지만 않는다면 된다는 생각에 참가를 결정했다.

참가한 대회는 지난 4월 29일에 열렸던 어라운드 삼척 2018 트렉 라이드 페스트(이하 트렉 어라운드 삼척)다. 신청할 때만 해도 취재하면서 참가자의 기분을 느끼려는 생각이었다. 140km나 되는 코스를 모두 달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40여 km의 동행 코스를 신청해도 됐을 텐데, 어느새 휴대폰에는 ‘도전코스’라고 쓰인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4월 27일, 책 마감을 하던 날이다. 중간에는 트렉 세가프레도 팀 유지뇨 알라파치 선수 사인회가 있어 다녀왔다. 라이딩 현장에서도 볼 수는 있겠지만 그를 따라갈 수 없을 건 분명하고, 프로 투어 팀의 현역 선수를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이때 경품으로 트렉 세가프레도 팀 암 워머에 당첨됐으나 분위기에 휩쓸려, 다음날의 행운을 기대하며 양보했다. 사인회 이후 사무실로 돌아왔고, 늘 그렇듯 일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집에 도착한 시각은 28일 새벽 3시쯤. 한 달을 잘 마무리했다는 뿌듯한 마음과, 피곤한 몸, 내일을 향한 기대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적당히 점심때쯤 일어나 삼척으로 출발했다. 여섯시가 조금 못 돼 도착한 삼척문화예술회관 광장에는 도로 통제용 방벽이 설치돼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온 꽤 많은 사람이 있었고, 접수대 앞에는 꽤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기자 역시 대열에 합류해 신분증을 제시하고 번호표와 기념품을 받았다.

이어지는 전야제 행사는 라이딩 참가자와 삼척시민, 공연 출연자가 함께 어울린 즐거운 축제였다. 참가자 입장이라고는 하지만 취재도 겸해야만 해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지만, 점점 흥이 올라 나중에는 카메라를 맡기고 본격적으로 관객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리고 기대했던 경품 추첨은, 역시나 꽝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날의 암 워머를 양보하지 말 걸 그랬나 싶다.

라이딩 당일 아침이다. 알람을 맞추고 잠에서 깼는데,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다. 새벽까지 마감, 장시간 운전, 전야제에서의 적극적 참여(라 쓰고 ‘폭주’라고 읽는다)의 후유증일까? 술을 끊은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마치 숙취처럼 머리가 멍하고 온몸이 뻐근하다. 역시나 라이딩은 취재 목적으로 적당히 해야겠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출발하는 사진을 찍느라, 상당히 뒤처졌다. 도전코스 참가자는 모두 출발한 상황에서, 동행코스 참가자와 함께 출발했다. 출발 직후에 라이딩 기록을 시작하지 않은 사실을 깨닫고, 길가에 멈춰서 여러 전자기기를 조작한 것도 합류가 늦어진 원인이다. 시속 20km 기준인 C그룹으로 신청을 했으나 초반에는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며 앞의 그룹을 따라갔다.

가까스로 합류에 성공했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려면 이들을 앞서 가야 하는 상황이다. 18km 지점, 문의재 초입에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먹은 것도 없는데 뱃속에서 뭐가 자꾸 올라온다. 꾹 누르고 우선 촬영. 촬영 후에는 길가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라이딩 초반에 마셨던 파란색 음료수를 토해 버리고 말았다. 제대로 취재를 마칠 수 있을까?

속을 비우고 나니 한결 낫다. 다시금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덕 끝이 보인다. 이 정도인 줄 알았으면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고 정상에서 뒤에 오는 사람들을 찍었을 텐데, 사전답사를 하지 않은 내 탓이다.

조금 내려가다 보니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유니폼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던, 초반에 앞질렀던 커플에게 뒤쳐졌다가 다시 만났다. 당시 속도는 시속 19km 정도. 이 정도 속도로 계속 가고 싶다는 말에 공감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속도를 내 카메라를 들었더니 손을 흔든다. 부디 완주에 성공했기를 바란다.

이제 다시 오르막이다. 문의재터널 앞, 1보급소까지는 계속 올라가야 한다. 여유롭게 오르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전거를 끌고 뛰는 사람도 있다. 회수차를 타지 않기 위해 동료 라이더를 견인하는 사람도 있고, 아예 길가 그늘에 드러누워 쉬는 사람도 있다. 비경쟁 대회에서만 볼 수 있는 여유, 끈기, 협동을 느꼈다.

드디어 도착한 1보급소에서는 반가운 이들을 만났다. 트렉 컨셉스토어 루트바이크 회원들이다. 비록 정기 라이딩에 참석은 잘 못하지만 기자도 일단은 루트바이크 회원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모여 있으니 방송 취재도 한다. 지금까지는 혼자 달려왔지만, 이제부터는 같이 간다. 어쩌면 완주를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이 큰 그림은 누구의 작품인가?

회수차 대신 회수열차!

문의재터널 안은 추울 정도로 시원했다. 평소 터널을 지날 때면 차량 통행에 신경을 쓰며 긴장해야만 했는데, 자전거로만 가득한 터널을 달리니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터널 이후에는 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 끝 좌회전하는 곳에서 루트바이크 회원들 모두 모이기로 약속했다.

처음에는 루트바이크 회원 10여 명이 팩을 이뤄 달렸다. 꽤나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도 그룹 안에 있으니 힘든 줄 몰랐다. 그 결과 무모하게도 선두교대 요청에 응했다. 속도만 유지하고 뒤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옆에서 누군가 이런 얘기를 한다. 회수차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이게 회수차라고.

10명 조금 넘는데 무슨 회수차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인원에 대한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선두에서 잠깐 끌었던 탓에 오르막 구간이 나오자 뒤로 흐르기 시작했고, 수십 명이 나를 지나쳐 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멋있는 광경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힘이 빠진다.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마법의 주문,

컷오프

2보급소를 통과할 때, 컷오프 20분 전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미 필요한 사진은 어느 정도 찍었고, 기사 작성에는 부족하지 않을 듯하다. 슬슬 자전거에서 내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안일한 생각에 대한 벌을 받은 걸까? 85km, 임원-신남 구간에서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한다.

쥐가 나고 굳어진 다리로 꾸역꾸역 3보급소까지 도착했다. 이쯤에서 라이딩을 마치고 골인지점까지는 차로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3보급소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던 조준우 기자가 외친다. “컷오프 한대요!” 이미 체력이 소진돼 생각할 힘도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바나나와 물까지 챙겨 주니 달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입속에 바나나를 쑤셔 넣고 출발하면서 조기자에게 골인지점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바나나를 먹었으니 쥐가 나던 게 좀 괜찮아지리라는 착각과, 누군가는 거기서 취재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이때의 판단미스로 인해 나는 슬슬 죽어가기 시작했다.

3보급소를 통과하고 나니, 4보급소까지 가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거기서만 사용할 수 있는 아미노바이탈 퍼펙트 에너지젤 쿠폰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거라도 먹으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 슬슬 완주 욕심도 생긴다. 다리에는 쥐가 났지만, 애써 고통을 참으며 자력으로 골인했다.

이제 더 이상 참지 않아도 된다. 긴장이 풀리니 버티던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다리는 물론이고 복근까지 밀려오는 고통에 숨을 쉬기가 힘들다. 다행히도 구급요원과 행사 스태프의 도움으로 휴식 후에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7시간 38분이라는 기록으로, 완주는 실패했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멋진 코스와 좋은 날씨, 적절한 장소에서 휴식과 에너지 보충을 하게 해 준 보급소, 회수열차 수준의 팩 라이딩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문제는 나다. 체력보다도 장비 문제가 심각하다. 실력이 안 돼서 장비로 커버할 생각이었으나 실패했다. 작년에 주문했던 휠과 프레임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교체하고 나면 8분 정도는 단축할 수 있지 않을까?



글: 함태식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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