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 너무 튄다며 걱정하던 건축주, 결국 웃었죠"

조회수 2018. 2. 14. 14: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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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기 멘토]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의 시작과 끝은 사람..라이프스타일부터 이해하는 게 먼저"

'부동산의 중심' 땅집고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할 제2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문을 엽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2기 과정을 이끌 교수진을 미리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집짓기 멘토]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사람을 놓치면 끝입니다. 결국 상가주택의 트렌드는 사람입니다." 


2011년 젊은건축가상을 받으며 건축계에서 주목받았던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그는 지금도 신혼시절 살았던 다가구주택의 복도 사진을 스마트폰에 담아 다닌다.

김창균 유타건축사사무소 대표

사진 속 좁은 복도에는 자전거와 잡동사니가 담긴 종이상자, 플라스틱 바구니가 보인다. 김 대표는 이런 복도를 지나야 집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를 수 있었다. 


이 사진 한 장에 김 대표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건축의 시작과 끝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며 인터뷰 내내 사람을 강조했다. 사람이 오가는, 사람을 모으는, 사람이 머물고 싶은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역세권, 학군, 임대료 등 돈과 부동산의 가치만으로 상가주택 간 경쟁이 벌어졌다”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이천의 상가주택. 모든 세대에 오픈된 외부 발코니를 적용해 리드미컬하고 조형적인 인상을 준다. /박세원

그의 이런 철학은 2015년 경기도 이천에 지은 대지 80평, 연면적 200평 규모의 상가주택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임차인 요구에 부응해야 상가주택이 경쟁력을 가진다며 모든 가구마다 발코니를 설계했다.


건축 초기에는 건물 모습이 튄다는 주변 우려가 많아 건축주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 때마다 상가주택의 진심은 사람 냄새가 나고, 마음이 담겨야 한다며 계속 건축주를 다독였다. 마침내 반전이 일어났다. 완공되기도 전에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임차인을 모두 구한 것. 모든 건물 안에는 사람이 있기에, 결국 사람이 사는 모습에 집중한 결과였다.

아파트 발코니와는 다르게 외기가 직접 닿아 내외부를 연결하는 작은 마당을 만들었다. 임차인의 활용에 따라 가족을 위한 테라스, 빨래 건조, 수납, 장독대 등 유용한 장소로 사용될 수 있다. /박세원

서울시 지정 공공건축가이기도 한 김 대표는 올해 초부터 대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이다. 1인 가구를 위한 800여가구 규모의 새로운 주거 공간을 기획하고 있다. 주거 이외에 사람의 이야기를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건축가는 건물을 멋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의 건강한 삶의 모습을 읽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배움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Q.

최근 상가주택의 변화 트렌드는.

A.

최근 상가주택의 흐름은 과거 동네에서 업자에게 그냥 맡겨 마지막에 입주만 하는 모습에서 벗어나고 있다. 건축가와 함께 설계를 진행하며 건축주 본인의 개성을 살리고 나아가 세입자들의 입장에서 조금 더 편리하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건물의 부동산적 가치보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결과적으로는 주변에 비해 경쟁력도 생기고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위례신도시에 지은 상가주택. 밋밋한 외관의 상가주택이 즐비한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박세원
입주자를 위한 개별 발코니가 도심 속 작은 마당과 기분 좋은 테라스 역할을 한다. 외부 프레임은 각 세대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한다. /박세원

Q.

상가주택은 집의 기능과 상업시설 기능이 충돌할 수도 있다.

A.

과거에는 그저 몇 평형이라는 것만 중시됐다면 현재는 임대공간을 잘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축주의 주거 영역과 임대 공간을 적절히 분리하되 소통할 수 있도록 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느낌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임대공간에 입주하는 분들도 많은 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단 0.5평이라도 할애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입주자를 위한 2층과 3층은 꽤나 넓은 복도에 자전거를 놓을 거치대도 있다. 기존 다가구나 다세대주택과 달리 내부 공용 공간을 많이 할애했다. /김용순

Q.

상가주택은 무엇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이 중요하지 않나.

A.

임대가 잘된다는 것은 지역적인 조건도 있지만 건물 자체에도 공간적인 배려가 있어야 한다. 모든 임대 공간을 획일적으로 구성하기보다 채광이 불리한 쪽은 복층(復層)으로 만들거나 임차인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 거치 공간, 재활용 분리 공간 등도 여유있게 계획한다면 임대 수입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본다.

경기도 화성시 신동지구의 상가주택. 상가가 있는 1층을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반 층 정도 올라간 계단 왼쪽에 분리수거함과 대형 청소기를 위한 공간이 있다. /김용순

Q.

상가주택에서는 주차시설이 가장 민감한 것 같다.

A.

주차장은 적은 주차 대수를 기계식 주차장 등으로 억지로 꿰맞추기보다 가급적 자주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나아가 앞뒤 직렬식보다 병렬식으로 주차하는 것이 입주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아직 법 시행 전이지만, 주차장의 너비도 2.5m로 만든다면 문콕 사고가 적게 발생한다.

Q.

건축주들과 소통하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A.

결국 모든 집은 건축가의 것이 아닌 건축주 자신의 집이다. 다양한 의견은 언제든 가능하고 환영한다. 충분히 듣고 교감하면서 건축가로서 제시할 수 있는 공간과 디자인에 대한 여러 대안을 가지고 소통하려고 한다. 한가지 안만 고집하는 것은 건축가의 집이 아니기에 맞지 않다.

Q.

이번에 어떤 점을 집중해서 강의할 계획인가.

A.

건물의 가치는 결국 사람의 가치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저 부동산의 가치로만 집을 이해하는 것이 아닌 도시 내 다양한 변수와 사람이 사는 이야기를 충분히 담는 집이 중요하다. 이점을 강조할 것이다.

Q.

집을 지으려는 예비 건축주들에게 조언한다면.

A.

최근 물가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공사비나 설계비, 감리비가 상승했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에 평당 얼마였는데라는 생각은 ‘내 건물은 싸게 대충 지어도 좋으니 알아서 지어주세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싸고 좋은 건물은 없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건축가와 함께 어떻게 비용을 절감하면서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 논의해 좋은 집들이 많이 지어지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수익형 상가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은 (주인집은 당연하지만) 제발 임차인을 위한 배려를 잊지말기를 당부드린다.

글=오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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