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상가주택은 커야 돈번다? 천만의 말씀이죠"

조회수 2018. 2. 11. 17:06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집짓기 멘토]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상가주택에도 스토리와 프로그램 입혀야 성공한다"

'부동산의 중심' 땅집고가 실패하지 않는 집짓기로 가는 바른 길을 제시하는 '제2기 조선일보 건축주 대학' 문을 엽니다. 좋은 집은 좋은 건축주가 만든다는 말처럼 건축주 스스로 충분한 지식을 쌓아야 좋은 건축가와 시공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2기 과정을 이끌 건축 멘토들을 만나 그들이 가진 집짓기 철학과 노하우를 들어봤습니다.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집짓기 멘토] ⑦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상가주택에도 이제는 스토리와 프로그램을 입혀야 합니다."


박창현 에이라운드건축 대표는 최근 ‘상가와 연계된 공동체주택’에 관심이 많다. 일반적으로 상가주택이라 불리지만, 흔히 알고 있는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박 대표는 “2010년 한일건축교류전에서 일본인 건축가가 ‘쉐어하우스(share house)’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로선 생소했지만, 따지고 보면 한국형 하숙집의 현대판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첫 프로젝트는 서울시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시작됐다. 오래된 동네목욕탕의 아이덴티티(identity,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상가주택을 짓는 작업이었다. 건축은 건물과 문화의 결합이라는 평소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 모형. /에이라운드건축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건물 모형에서 지하 공용공간이 보이는 정원. /에이라운드건축

우선 건축주를 설득해 지하 공간에 임차인들을 위한 예약제 목욕실을 만들었다. 주방과 세탁실, 창고 등 공용 시설도 따로 마련했다. 이전 경험에 비춰보면 완공 전에 주변 시세보다 더 비싼 임대료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건물 용도에 맞는 디자인에 기능, 스토리, 프로그램을 더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수익 위주 계산을 벗어나 접근한 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상가주택은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가 동네 상권 회복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한 동네에 가게, 이발소, 목욕탕, 철물점, 시장 등이 어우러져 하나의 상권을 만들었고, 그 속에서 자라났다"면서 "동네 상가주택마다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작용한다면 동네 상권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가주택을 지으면서 임대수익을 목표로 한 적은 없다. 최대 면적이 최대 수익을 주지 않는다"면서 "이번 강의를 통해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상가주택의 방향에 대해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들어설 상가주택 모형. 건물 앞 도로가 4m로 좁은 골목에 많은 집들이 접해 있다. 외부에서 건물이 폐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신경썼다. 층마다 외부 복도 사이의 작은 공간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에이라운드건축

Q.

상가주택과 단독주택 건축 시 다른 점이 있다면.

A.

단독주택은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기에 그에 따른 대지 선택이나 설계에 대한 방향을 잡으면 된다. 하지만 상가주택은 대지 위치와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속성이 있어 접근이 달라야 한다. 앞으로 변화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시장을 보는 관점도 필요하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골목 안쪽에 있는 작은 상가주택. 1층에는 골목에서 보이기도 하고 숨을 수 있는 루버(louver)로 디자인된 문을 만들었다. 움직이는 루버 문을 열면 안쪽 1층의 갤러리가 드러나고, 갤러리가 문을 닫으면 앞쪽 루버문을 닫아 골목과 분리된다. /진효숙

Q.

좋은 건축가를 선정하는 방법이 있다면.

A.

좋은 건축가라고 하는 기준이 주관적이기는 하다. 다만, 임대형 상가주택에 대한 요구에 대응해 줄 수 있는 안목과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고 있는 건축가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 건축가가 작업했던 결과물의 사진이나 글을 통해 건축가의 생각과 관점을 읽을 수 있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판단할 것으로 본다.

대전시 유성구 장동의 상가주택. 1층 도로 쪽으로 조경과 전망이 열려 있어 외부에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설계했다. 천장을 높이고, 간접 조명으로 부드러운 상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에이라운드건축
2층은 셰프가 운영하는 쿠킹클래스가 있다. 건물에 들어오는 프로그램에 따라 건물 이미지가 달라진다. /에이라운드건축

Q.

건축주는 건축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건축주를 어떻게 설득하나.

A.

건축비는 조심스런 부분이다. 건축주의 예산이 있다면 그것에 맞춰 설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건축주가 생각하는 수준과 예산의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시공비에 대한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Q.

상가주택은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특히 간판이 외관을 해칠 수도 있는데.

A.

단적인 예로 간판을 이야기하지만 건물을 위한 관리 매뉴얼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것을 임차인에게 미리 계약 조건으로 넣기도 한다. 물론 설계 시 간판이나 관리에 대한 계획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이처럼 관리에 필요한 매뉴얼 사전에 준비돼야 한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대로변에 있는 건물. 1층 출판사를 위한 간판 위치를 설계 단계에서부터 미리 계획한 후 제작했다. 사진 우측에 상호가 보인다. /진효숙

Q.

모든 건축이 마찬가지겠지만 시공사 선정 시 주의할 점이 있다면.

A.

시공사는 구체적인 스펙과 디테일을 도면화한 설계도를 줬을 때, 도면을 확인하고 충실하게 견적을 뽑아야 믿음이 간다. 시공사의 시공 실적과 시공한 건물을 직접 보고 확인하면 좋다. 마지막으로 비상식적으로 저렴한 시공비를 제시하는 시공사는 좋지 않다.

Q.

예비 건축주에게 조언한다면.

A.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금전적인 것도 있지만 신경써야 할 내용이 많다.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건물이 필요한 지, 어떻게 그 건물을 사용할 지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시작하면 좋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이 준비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믿고 함께 의논해가면서 진행할 수 있는 건축가를 선택한다면 고민의 반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글=오유신 기자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