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해제, 그 후] 2부: 개발독재라는 그림자

조회수 2018. 6. 19. 19: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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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역 균형 발전, 그리고 개발 독재의 암운

※ 이 글은 「[대북제재 해제, 그 후] 1부: 북한철도 재건의 10가지 주요 과제」에서 이어집니다.


북한 철도 옆에도 도롱뇽이 있을지 모른다 


나는 이들 로드맵에 따라올 세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자 한다. 첫 번째 문제는 일각에서 확인 가능한, 지나치게 성급한 사업 일정에 대한 제안이다. 예를 들어, 비록 착각 때문이었지만, 박흥수는 분명 2-3년 내로 경의고속선 같은 대형 사업을 끝내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성급하게 접근할 경우, 경제개발 협력에서 가져야 할 중요한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그 정신이란, 개발 과정에서 선진국이 겪었던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장점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사업을 지나치게 급하게 추진하면 이를 달성하기는 어려워진다. 이것은 아주 구체적인 기반도 가진 경고다.


나는 북한철도의 개발에서 곱씹어야 할 한국철도의 중대한 시행착오는 1980년대의 긴축과 그로 인한 철도의 위기, 그리고 이후의 환경에 대한 거친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지금 글쓴이가 한참 연구 중인 주제인 만큼 여기서 결론을 제시할 수는 없다(앞서 소개한 연말 출간 예정인 책 『서울, 수도권, 철도: 거대 도시와 철도, 철도와 거대 도시』에 수록될 예정이다). 하지만 후자는 비교적 손쉽게 논의할 수 있는 문제를 남긴다. 논의의 출발점으로 좋은 장면은, 탈북민들이 천성산 도롱뇽 사건을 언급했던 보도일 것이다.

처음 대한민국에 왔을 때 천성산 도롱뇽 때문에 일어났던 단식과 엄청난 촛불을 보면서 생명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처럼 훌륭한 나라에서 살게 된 데 긍지와 감사를 느꼈다.

“탈북자들의 생명이 천성산 도롱뇽보다 못하나”」, 조선일보
출처: 녹색연합

이는 앞글의 주제인 철도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감상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천성산 원효터널이 400m 두께의 화강암괴 위 고산 습지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비록 지질·지형학적으로는 믿기 어렵다 해도 이 소송은 환경 영향이 현대적 동력교통수단 가운데 가장 작은 철도 역시 주변 환경을 세심하게 평가하는 과정 이후에 건설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남겼다. 북한 내각이나 로동당, 인민 일반에게 개발사업을 환경의 견지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정도로 성숙한 의식이 있다고는 아직 생각할 수 없는 만큼, 한국 측은 적어도 건설사업에서는 환경 문제를 엄격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주요 간선에 대한 신규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국내와 동일한 수준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사업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한반도의 자연환경은 1년을 주기로 크게 변화하므로,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는 적어도 1년은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는 환경적 이득으로 돌아올 것이다. 또한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인민에게 가는 피해 역시 엄정히 평가하여 감쇄시킬 수 있기 때문에 1년여의 조사 시간은 인간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의미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기에 평안남도 지역은 더욱더 각별한 평가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일대는 이른바 “평남지향사”라는 이름을 가진 석회석과 탄전 지대이기 때문이다. 정말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 석회 동굴이 존재하고, 그 동굴 속에 인류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신종 도롱뇽이 살지도, 그리고 고속철도가 바로 그곳을 관통해 이 도롱뇽을 멸종으로 몰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북한 당국은 모든 주요 건설사업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고 조사원들의 현지 조사 여건을 보장해야만 한다. 환경 평가로 인한 사업 기간 증가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조사 과정은 한국 측의 개발이 얼마나 꼼꼼하게 여러 가치를 조절하고 반영하는 작업인지 북한 인민에게 확인시켜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한 가지 더 언급할 가치가 있는 사실도 있다. 현 평양역은 옛 고구려의 장안성을 그대로 관통한다. 서평양 일대의 중심가, 지금의 평천, 중, 모란봉구역 일대가 모두 평원왕 연간부터 1,500년간 이어진 평양성의 옛터기 때문이다. 재개발 과정에서 매장문화재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1,400년 전의 시간을 담은 고구려의 유물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는 땅이 바로 평양역 부지라면, 신속한 공사보다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는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1:100만 축적 지질도

파랑은 석회석. 단층 또는 발달한 절리(검은 선)가 아주 많이 보이는 복잡한 지질 환경임을 확인할 수 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북한지역에 대해서는 더 세밀한 지질도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아직 지질 정보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 문제


재원의 분배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도 있다. 이 문제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경부고속도로 부설 당시로 되돌아가 보자. 당시 김대중은, 박정희 정부가 고속도로를 경부 축에 건설하는 것은 이미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던 한국의 지역 개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며, 따라서 다른 축선에 우선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개도국이 동원할 수 있는 빈약한 자원을 주요 거점에 집약해야 그나마 효율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 논쟁의 어느 편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은 지금으로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논쟁과 동일한 구도를, 북한 개발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현재 북한 인구의 절반은 경의 축에 집결해 있다. 특히 이 축의 중심인 평양은 특권적 지위를 누리는 도시이며, 비유하자면 중국 내륙의 2선급 지방 도시 정도는 되는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반면 함북∙함남∙자강∙량강, 동북변 4개 도는 면적으로는 북한의 절반이지만 인구는 1/4만 거주하는 지역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들 지역은 개혁개방과 함께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 주체 중화학공업은 사실상 종말을 맞이할 것인 데다, 서울과의 거리도 멀고, 함북은 무연탄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우며, 자강∙량강도는 지형까지 아주 험준하여 투자와 산업구조 구축 자체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평양을 통과하는 축선에 먼저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북한의 불균형 상태를 더욱더 악화하는 선택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물론 재원이 정말 극도로 부족하다면 경의 축에만 모든 것을 몰아놓을 수도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선진국이 되었고 경부고속도로 논쟁을 벌이던 당시와는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20년 전에도 대규모 투자에 꼭 필요했던 외국 채권을 사용할 이유는 이제 없다. 북한지역에 필요한 자금을 국채 또는 공기업 채권으로 조달한다면, 이들의 현재 이자율은 3% 미만이다. 재정 역시 교통시설 건설에 매년 수조 원 정도는 충분히 투입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예산안에서 교통시설특별회계 가운데 약 7조 원은 교통시설 건설에 투입되지 않고 일종의 예비비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 7조 원의 흐름을 유지한다면(물론 이를 위해서는 교통 관련 세제를 계속해서 잘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급한 목표를 잡지 않고 30년 정도의 긴 호흡을 이어갈 수 있다면 현재 가치 200조 원 정도의 투자에 어려움은 없을지 모른다. 참고로 지난 30년(1989-2018)간 한국 정부가 도로와 철도에 투자한 금액의 절대 액수는 278조 원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이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배분 작업의 필요성은 없어지지 않는다. 북한 재건을 위한 투자의 범위는 그야말로 광범위할 수밖에 없으며, 재원 역시 한국 측 영토 내에서 북한 연결을 위해 정비해야 하는 망의 방대한 규모나 여전히 부족한 수도권과 남부 지방 철도망에 대한 투자를 감안하면 여유 있는 것은 아니다. 토건 예산을 줄여 복지 재원에 쓰여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강력해질지도 모른다.


북한 철도망에 재정을 투자하는 것은 이 모든 요구를 뒤로 미룬 채 이뤄지는 선택이다. 이런 선택은, 기왕이면 효율적이어야 하고 이 선택을 위해 자신의 자원을 기꺼이 내어 준 사람들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만 할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재원 배분은 이런 선택의 한 양태일 것이라고 본다. 한국의 개발 시도가 북한의 지리적 불균형 발전을 심화시키는 역할만을 할 뿐이라면, 이미 이로 인한 정치적 비용을 크게 치르는 한국민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귀결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생활 수준이 북한 내에서는 매우 높은 평양보다는 주체 중화학공업의 쇠락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함경도 동해안 축선, 군수공업의 해체로 위기에 처하게 될 강계, 별다른 산업이 없는 혜산, 도태가 필요한 무연탄광이 즐비한 함북 두만강 만곡부 일대에 대한 투자가 절실하며, 우선시되어야 한다. 이들 지역의 인민이야말로 개발 사업을 통해 생길 기회가 없으면 개혁개방의 충격 속에서 상대적인 빈곤에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수도권과 가까운 패서 지역이나 강원도, 대도시 평양, 심양∙대련과 가까운 평북 지역에 대해서는 투자 순위를 늦추거나, 재정 투자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의 인적 자원이 집중된 경의선에 대한 투자가 지나치게 늦어져서는 곤란하다. 나는 경의고속선 투자를 전액 국채와 철도시설공단 채권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여기서 아낀 재정을 관북고속선, 그리고 나머지 지선망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철도보다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고속도로망과 공항은 한국에서와같이 사업비의 50% 이상을 채권으로 조달해야 할 것이다).

관북고속선

경의고속선은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인원의 대부분을 수송할 것이며, 서울에서 심양, 나아가 대련과 장춘 방면을 오가는 국제선 승객 또한 상당 부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하얼빈, 북경은 항공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매우 어려운 거리다) 상당한 운임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운임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추정한 13.5-15.8조 원의 막대한 비용 가운데 아마도 절반 정도는 이들 승객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호남고속선 역시 건설비의 절반을 부채로 조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관북고속선, 그리고 기타 지선들은 운임 수익으로는 철도의 유지관리비용조차 충분히 조달하기 어려울 것이 확실시된다. 멀리 갈 것 없이, 경부선을 제외한 지금의 한국철도 노선 대부분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이들 노선의 지속적인 현대화를 위해서는 건설과 운영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필수적이다. 결국 북한 내 불균형 발전을 최대한 억제하는 데 철도가 기여하기 위해서는, 경의선에 대해 채권을 조달하여 아낀 재정을, 이들 선구에 집중하는 재정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



개발 독재의 암운


다시 배분과 선택이라는 문제로 돌아가 보자. 북한 측 철도망의 재건에 국공채나 재정을 투입하는 선택은, 그것을 통해 할 수 있었던 다른 일을 포기하겠다는 선택과 같다. 이 선택은 효율적이어야 함은 물론, 자원을 내어주고 기회비용을 버린 한국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선택이 되어야만 한다.


김정은은 지금 이런 선택이 자신의 계산대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찾아온 평화 분위기 앞에 많은 한국민이 기뻐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김정은은 인민의 인준을 직접 받은 통치자가 아니며, 억압적 통치 기구를 다각적으로 활용하여 인민의 의지와 자유, 자결권을 억압한 채 조선로동당의 일당 독재를 이어가는 인물이라는 명백한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한국 정부가 언급을 자제한 것은 오늘의 북한을, 그리고 근미래의 북한을 통제할 수 있는 집권 세력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김정은과 조선로동당뿐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상황이 급변하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서이지 김정은 정권이 어떤 이상을 실현하는 정부라고 보아서가 아니라는 점을 김정은과 로동당 간부들은 주지해야만 한다. 한국민 역시 흥분이 가시면 이 문제에 대해 다시 고뇌하기 시작할 것이다.

북한 체제가 지금까지 보여온 억압적인 모습은 유사한(다만 훨씬 더 느슨했던) 방식으로 한국민을 억압했던 과거의, 박정희∙전두환 시기의 한국 정부와도 비견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민은 이들 정권에 대해 지속적인 항의를 멈추지 않았으며, 그 결과 대통령을 일반 국민이 선출하는 등 정부에 대한 민주적 견제 장치가 크게 강화된 제6공화국이 시작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 민주적 가치를 여러 측면에서 훼손해 온 보수 대통령 두 명에 대한 정치적 항의가 결실을 맺었고, 사법 처리도 시작되었다. 


김정은은 자신이 상대한 한국의 대통령이, 이런 정치사 위에, 그리고 한국민의 민주주의를 향한 의지 위에 서 있는 인물임을 단 한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준 자원을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인구 집단에게 공정하게 배분하지 못하고, 억압적 통치 기구를 강화하는 데 주로 사용한다는 보고가 계속된다면 한국민의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점점 그 역량을 성장시킬 북한 인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될 것인지 (아마도 이 글을 찾아볼) 김정은은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문제는 이것이다. 30년에 걸친 철도망 개발이, 다만 김정은과 로동당의 억압적 통치 기구를 강화할 뿐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증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김정은의 목표가 박정희∙전두환과 같은 개발 독재라면 대체 이를 돕는 일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는 있는 것일까?


개발 독재, 그리고 그들 정권을 인정하고 도움을 준 미국의 가치 논쟁은 지금도 한국 현대사를 평가할 때 매우 뜨거운 논점이다. 30-50년 뒤 경제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자유화 덕에 북한의 학자들 역시 남한의 개발 지원에 대해 김정은의 개발 독재를 돕는 것이었으니 비난할 수 있다는 논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그리고 이런 해석에 기반해, 마치 한국의 뿌리 깊은 반미 운동권처럼, 반한 운동권이 북한에서 자라날지도 모를 일이다).


상황을 바꾸려면 필요한 것은 결국 김정은의 결단이다. 나는 최소한 다음 조건이 만족될 경우에만 위에서 제시한 철도망 개발 사업이 진정으로 인민을 위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은은, 비유하자면 박정희∙전두환보다는 노태우를 모범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 북한을 안정적으로 통치할 능력이 김정은과 로동당에게만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2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다면,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인민의 역량이 강화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때쯤에는 김정은이 권좌에서 내려오더라도 인민의 요구를 제대로 된 방식으로 대의할, 좀 더 체계적이고 민주적인 정치 체계 하에서 북한이 통치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희망이 섞인 한 가지 제안을 김정은에게 하고 싶다. 


한국의 개발 참여가 확실해지면 지금으로부터 20년쯤 뒤 제헌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총선거를 한국 선관위나 기타 국제 관리 하에 치르고, 변화한 북한의 상황과 인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새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차근차근 수행해 가는 것이 어떨까(물론 노태우는 감옥에 다녀왔고, 추징금도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어쨌든 완납했다. 김정은도 조국을 정의로운 새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담담하게 다녀올 생각을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사실 이렇게 해도 로동당의 재집권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바로 노태우와 김영삼이 보여준다는 사실 역시 참고하길 바란다. 한국과 북조선의 최종적인 통합은 이렇게 자결권을 찾은 인민이 결정하면 될 일이다. 한국민의 모든 의구심을 떨치고, 개발 지원이 억압적 체제를 강화하는 데 쓰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려면 철도 로드맵은 정치체제 변화 로드맵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북한 민주화 로드맵이 아예 없을 경우, 한국 정부가 국제적, 도덕적으로 처할 입장 또한 고려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민주화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열린 한국의 지갑은, 마치 독재자들의 억압적 행동과 무관하게 그들에게 열려 있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의 지갑과 그 도덕적 위계가 같아지고 말 것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억압적 정권을 후퇴시키고 민주적 제도를 쟁취해 낸 한국민들이, 자신들의 지갑이 이런 식으로 평가받는 것을 원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의 외교적 수사와는 무관하게, 민간에서는 김정은에게 개발 독재가 가진 중요한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북한의 안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하는 데 적절한 수준의 민주화 로드맵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이 이어져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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