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 한번 했을 뿐인데, 제 사업 아이템을 뺏겨버렸습니다"

조회수 2018. 7. 6. 17: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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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 ② "갑님"에게 아이템을 지키는 안전한 자세

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

② “갑님”에게 아이템을 지키는 안전한 자세

위기 사례 연구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사무실을 하나 얻어 작은 사업을 꾸리는 신철만(39) 씨의 야심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국내 대기업 C사가 자기 사업을 인수 합병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한다. 소싯적 그곳에 몸담았을 때 그는 일찍이 보았던 것이다. 이러이러한 사업 아이템을, 이 자본 이 인력 가지고 하면, 세계도 넘볼 수 있겠다고. 하지만 C사는 너무나 게을렀고, 철만은 답답해서 자기가 뛰기로 했다.

우선은 작게 시작하자. 이 아이템 자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MVP로 보여주고, 그걸 가지고 C사와 딜을 하자. 그러면 될 거야.

그의 사업장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극비리로 그 아이템의 최소 기능 제품을 만들었고, 드디어 그 구현과 이윤 창출에 성공했다. 여기에 철만의 노하우와 C사의 인프라만 합치면 그야말로 ‘히트’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남은 것은 성공뿐!

때가 왔다고 생각한 그는 어렵사리 연줄을 타고 기회를 잡아, C사의 신사업 제안 PT를 따냈다. 전 직원이 이 PT 준비에 꼬박 한 달을 매달린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여러분 그간 내가 너무 고생시켰어요. 이제 다음 주에 PT 갔다 오면, 조만간 우리 모두 C사 직원 되고 임원 되는 겁니다. 마지막까지 잘해봅시다, 건배!

자료를 들고 PT장에 입장한 철만. 아이템에 대한 구체적이고 검증된 정보가 소개되자, 별 기대 없이 삐딱하게 듣던 심사관들도 자세를 고쳐 앉았다. 철만은 신이 나서 복사해 간 자료를 한 명 한 명 나누어 주었다.

이건 대외비 자료인데 제가 여기 출신인 것도 있고 해서 특별히 보여드립니다.

자료를 받아본 심사관들은 싱긋 웃어 보였고, 철만도 그것을 희망으로 삼아 몇 날 며칠을 C사의 연락만 기다렸는데…

대표님, 저번에 우리 PT하러 갔던 C사 있잖습니까?
어, 연락 왔어?
그게 아니고요… 보니까 그때 저희가 보여준 아이템이랑 완전 똑같은 걸 페북에 광고 올려놨는데요…?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신 씨가 미처 손쓸 사이도 없이, 이미 C사는 그가 맨손으로 일구어 성공시키고 C사에게만 보여준 사업 아이템을 판에 박아 따라 한 무엇인가를 런칭해 놓았다. 이미 사람들은 이 아이템의 원조를 C사로 알았다. 철만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좌절 속에서 문득 한 가지 간절하게 궁금해지는 것이 있었다. 

그 PT 장소에서, 신철만 씨가 무언가를 했더라면 (또는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을까?

  1. 비밀 유지 약정을 체결했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2. 대외비 자료를 나누어주지 않았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3. 대외비 자료를 공개한 시점에서 어떤 식으로든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4. 공증인의 입회하에 비밀 유지 구두 약속을 체결했다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답

  1. 비밀 유지 약정(Non-Disclosure Agreement) 체결을 통해 경업 금지 의무를 강제할 수 있음

사례 해설


대한민국 상법 아래에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이른바 ‘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것이 있다. 독일에서 따 온 것으로 알려진 이 법은 ‘비밀 유지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그 의무를 저버릴 경우 거기서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고, 책임 조치를 취하며, 경우에 따라 형사상 처벌까지도 받도록 규정한다.

누가 비밀 유지 의무를 어겼는가?

그러면 이때 누가 누구의 비밀을 얼마나 어떻게 유지할 의무를 지는 것인가? 이 구체적 내용은 사업상 거래를 하는 당사자 간의 구체적 계약으로 규정되는데, 그 계약을 바로 ‘비밀 유지 약정’(Non-Disclosure Agreement, NDA)이라고 한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부정행위라고 간주할 상당한 근거가 있는 일체의 행위들을 규정하고 그로 인한 피해의 방지와 피해 발생 시 구제책을 담은 법인데, 그 부정행위 중에는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 교섭 또는 거래 과정에서/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비밀 유지가 필요했던 신 씨의 경우는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 된다.

예방 가이드


신철만 씨의 경우에는 PT 때 서면상으로 이런 내용을 확약받았다면 좋았을 것이다. NDA를 구성하는 최소 조항들은 다음과 같다.

  1. 해당 계약으로 보호하려는 비밀 정보의 정의 조항. ‘대외비(confidential)’라고 명기하지 않은 문서도 비밀에 부칠 수 있고, 실물이 없는 아이디어도 비밀 정보에 포함할 수 있으며, 구두로 전달되는 내용도 비밀 유지 약정의 구속을 받도록 할 수 있다. 해당 정보의 특성에 맞게 임의로 규정할 수 있는 만큼, 되도록 넓고 느슨하게 정의하는 것이 좋다.
  2. 비밀 정보의 용도 제한 조항. 예컨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을은 오직 갑에 대한 투자 가능성 검토 또는 업무 제휴 목적에서만 비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이외의 목적으로 을이 비밀 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해당 비밀 정보의 제삼자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본 계약에 위배된다.”
  3. 비밀 정보 누설 금지 조항. 보통은 정보 제공자의 사전 서면 동의를 요구하도록 규정한다.
  4. 경업(競業) 금지 조항. ‘경업’이란 경쟁적 성질을 띠는 행위를 뜻한다. 비밀 정보에 설명된 형태의 상품을 출시해 손해를 끼치는 것, 관계사에 정보를 누설해 모방을 부추기는 것, 아이디어를 차용한 동종 업계 진출 등이 경업에 해당한다. 중요한 조항이므로 구체적 내용과 금지 범위는 당사자 간 사정에 따라 법률 자문을 받아서 작성하는 편이 좋다.
  5. 감독 책임 조항. 이 계약의 당사자인 ‘회사’가 아니라, 그 회사의 임직원 또는 관계사가 감독 책임을 진다고 명기할 필요가 있다.
  6. 위약벌 조항. 규정된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벌금의 액수를 정하고, 나아가 “정보 제공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이 벌금과는 별도로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실제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냉정하게 손해액을 산정하기가 곤란할 수 있으므로 ‘이 정도면 최소한의 피해 보전이 되겠다’ 하는 액수를 사전에 정하는 조항이다.
  7. 비밀 유지 기간 조항. 계약 교섭이든 프리젠테이션이든, 비밀 정보를 가지고 어떤 거래를 했을 때 그 거래가 성사되어 사업이 안정되기까지 예상되는 기간이 있을 것이다. 그 기간 동안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면 된다.
무척 어렵지…만… 꼭… 기억…하기…

신 씨처럼 NDA를 체결하지 않았을 경우, 기밀 정보 여부는 부정 경쟁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때 대표적으로 주의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 상품/아이디어의 형성 과정을 명백하게 입증할 자료를 갖고 있자.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항 ‘차’목에 따르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역시 부정경쟁 방지의 대상이다. 따라서, NDA 미체결 등으로 인해 상품(서비스)의 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그 상품(서비스)을 만들어 온 과정을 자료화하여 그 투자와 노력의 주인임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좋다.


㈁ 해당 상품/아이디어가 완성 후 3년이 지났는지, 동종 업계에서 얼마나 독창적인지 점검하자.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항 ‘자’목에 따르면, 비밀 정보였든 아니든 “타인이 제작한 상품(시제품이나 소개서 내용도 포함)을 모방”해 장사하는 것은 부정경쟁행위에 속한다. 그런데, 모방당한 상품이 “형태가 갖추어진 날”로부터 3년이 지났거나 ‘동종 상품이 통상적으로 갖는’ 형태일 경우에는 부정 모방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때 시장에서 유일했던 “초코파이”를 오늘날 너도나도 내놓는 것은 바로 이런 이치이다. 따라서 당신의 상품/아이디어가 혹시나 ‘또 하나의 초코파이’에 불과하지는 않은지, 명백하게 독창적이고 이제 막 새로 나온 물건인지, 그래서 모방만으로도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지 등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 부정행위가 예상될 경우 한시라도 빨리 법원을 찾아가 금지 또는 예방 조치를 청구하자.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렇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에 쓰인 일들이 당신에게 일어날 것 같을 경우, 즉시 법원에 찾아가 상대편의 부정행위를 조성하는 물건(예컨대 베껴서 만든 상품)의 폐기, 그 물건을 만드는 데 들인 설비의 제거, 그 물건에 관련된 웹사이트 도메인의 등록 말소, 부정행위를 예방할 조치를 요구하도록 하자.


사례 연구의 신 씨의 경우를 다시 살펴보자면, 해당 아이템의 시제품은 그 형태가 갖추어진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그 제작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들였다는 정황도 확인된다.

진짜 내 건데…

하지만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항 각 목의 단서 조항에 의해, C사가 그 아이디어를 이미 알았다는 주장이나 C사의 상품이 ‘신 씨의 상품과 흡사한 만큼’ 동종 업계의 다른 상품들과도 흡사하다는 주장이 인정된다면, 이 자체가 “부정경쟁행위”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 씨의 피해가 쉽게 보전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의 교훈


자기 사업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남 주기 아까운 아이디어나 스스로 보아도 잘 만든 시제품 하나쯤은 가진 법이다. 그것들을 그대로 묵혀 두는 것 역시 미련한 일이지만, 부주의하게 그것들을 공개하고 다니는 것 또한 자칫 ‘경업’ 등의 부정경쟁으로 이어지는 경거망동이 될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이나 투자 자본과의 교섭과 같은 달콤한 기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좋은 기회가 와서 자기 사업의 구상을 누군가와 나누려고 할 때는 오히려 주의 깊은 자세로 ‘비밀 유지 약정’과 같은 법적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육강식의 비즈니스 세계가 갈수록 급변함에 따라, 이제는 ‘이것이 내 사업이다’ ‘내 아이템이다’라고 강변하는 일에서조차도 법률의 도움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제3부 예고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 우리 서비스에 올라온 글 우리가 쓰겠다는데 무슨 저작권 침해니, 고소를 하니 이러고 앉았어?

〈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 4부작은 스타트업 전문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의 자문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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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위기탈출 넘버원〉 다시 보기 

  1.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으로 전환했더니 대표님이 죽어버렸다?!
  2. “미팅 한번 했을 뿐인데, 제 사업 아이템을 뺏겨버렸습니다”
  3. “고소요? 우리 회사를요? 저작권 침해로요?”
  4. “내 회사란 생각으로 밤새 일했는데, 내가 임원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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