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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아침을 설레게 만들겠다는 큰 꿈: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인터뷰

조회수 2018. 6. 5. 11: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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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지방선거 특집: 서울특별시교육감 조희연 인터뷰

이승환(ㅍㅍㅅㅅ 대표, 이하 리): 이번에도 교육감 선거 나오신 이유는 뭔가요? “사퇴하세요!” 이런 소리나 듣는 자리인데.


조희연(서울특별시교육감): 와하하하!

출처: 비디오머그 갈무리
지금은 웃지만 그때는…

리: …… 


조희연: 일단, 지금 아이들이 불행한 교육을 받고 있어요. 수능 끝나면 한두 명은 꼭 자살하는 비극적인 현실이죠. 행복한 교육, 배움에 즐거움이 있는 교육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제가 4년 동안 해온 과정들을 완성해야 해요. 거기에 더 나아가서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해요. 지금 안 되면 김상곤 교육부에 대한 신뢰도도 휘청거립니다. 이 천재일우의 기회가 지나가 버립니다. 그래서 조희연이 있어야 합니다.


리: 행복한 교육, 배움에 즐거움이 있는 교육에 대한 키워드 몇 개만 제시해 주시겠어요?


조희연: 입시라는 블랙홀의 흡입력을 줄이고,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결하고, 그걸 극복하는 교육혁신이 필요합니다. 또 ‘아침이 설레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하고 있어요. 자러 가는 곳, 끌려가는 곳이 아닌 학교를 만들겠다는 거죠.


리: ‘아침이 설레는’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일까요?


조희연: 사실 원래 학교에 간다는 것은 또 다른 나를 만드는 과정이거든요. 배움을 통해서건, 친구 관계를 통해서건. 그런데 지금은 입시라는 블랙홀 때문에 교육이 도구화되어 버렸어요. 자꾸 개념어가 튀어나오는데…


리: 교수 출신은 다 그렇습니다(…)


조희연: 아하하하, 이것 때문에 어려웠던 게 초등학생 만나는 거였어요. 지금은 초등학생들과 눈도 맞추고 하니까 나아졌어요.



1980년대의 학술 운동, 그 정점에 섰던 사나이


리: 그럼,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죠. 몇 학번으로 입학하셨죠?


조희연: 1975년에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때가 긴급조치 9호 시대예요. 그래서 고등학교 선배들의 꾐에 빠져서 이념 서클에 들어갔죠. 장발 단속에 금지 가요에 억압적인 시대였으니 아주 치열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78년부터 79년까진 긴급조치 9호로 감옥도 다녀왔어요. 학생운동 하며 박정희 대통령 비판하는 유인물 은밀하게 뿌리고 그랬죠.


리: 그렇게 치열하게, 제대로 뿌린 것도 아닌데 감옥까지 다녀오신 거예요?


조희연: 우리 시대는 ‘막걸리반공법’이라고 해서 막걸리 먹고 박정희 비판하다가 끌려간 사람도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일 많았죠. 그 후에는 노동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공단으로 향했어요.


리: 무슨 일 했습니까?


조희연: 저는 좀 비겁했어요(웃음). 조금이라도 편하게 있으려면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야겠다 생각했어요. 열관리기능사자격증을 따려고 마음먹고 1차 필기시험까지는 합격했는데, 실기시험에선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게 나오니(…) 안 됐죠. 그러다 1979년에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했잖아요. 1980년에 복학했어요. 그때 했던 다짐이 ‘나는 비겁하니까 노동자의 길을 가거나 정치 투쟁을 하는 사람은 못 되겠지만, 지식인으로서 2선이라도 지키자’는 것이었죠.


리: 그때 박원순 시장과도 알게 되고…


조희연: 그렇습니다. 1980년대에. 그때는 넓은 의미의 시민사회 운동, 재야운동이 전개되고 있을 때였죠. 그때 박원순 시장은 변호사로 인권 운동을 했고, 저는 비판적 지식인 운동을 이끌었어요. 초반에는 출판 운동을 했어요. 일종의 비판적인, 사회과학 서적을 냈죠. 집필도 하고. 가장 유명한 것은 『사회구성체논쟁』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의 성격을 규정하는 책이었어요.

사회구성체, 소위 ‘사구체’ 논쟁은 당시 학생사회와 운동권을 지배한 화두였다(저거 아님)

리: 운동을 촉발한 게 본인이세요? 


조희연: 촉발은 아니고, 논쟁에 일부 가담하기도 하고 정리하면서 글을 쓴 거죠.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글쓰기랄까요. 그러다 83년에 연대에서 석사를 마쳤어요. 그 이후론 학술 운동을 조직화하는 데 역할을 했죠. 그때 보수적인 학계 문화에 저항하는 젊은 세대의 비판적 학술 운동이 처음 시작되어 들불처럼 퍼져나갔어요.


리: 10-20년 사이에 학술운동이 다 죽은 느낌도 드는데 어떻게 보세요?


조희연: 저희는 거대한 확산기를 살았어요. 민주화운동이 확산되면서 동시에 비판적 아카데미즘도 확산되었죠. 그러다 지금은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젊은 세대로 계승되는 부분도, 계승되지 않는 부분도 있겠죠. 저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가 직면하는 모순과 문제에 분노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발언하고 글 쓰고 행동하게 될 거예요. 역사의 필연적 방식이라고 봐요.


리: 그때 만난 박 시장님은 어땠어요?


조희연: 참여연대를 같이 만들었거든요. 젊은 학생운동 그룹, 박원순 변호사로 상징되는 인권 그룹, 저와 함께한 비판적 사회과학 그룹이 만나서 만든 거예요. 그분은 너무 아이디어가 많아요. 아침에 신문을 보면 10~20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요. 그걸로 젊은 학생운동 출신 간사들을 닦달합니다. 그러면 간사들이 처음에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나중에는 머리가 굵어지니까 말도 잘 안 들어요. 그러면 박 시장이 화가 나서 다그치고 그럽디다. 그러면 제가 중간에서 양쪽을 매개하고 화해시키는 역할을 했죠(…) 그 과정에서 저도 많이 배웠어요.

젊은 간사들을 닦달하는 박원순 (상상도)

초중고를 넘어 ‘사회 전체’의 변혁을 꿈꾸다


리: 도입으로 돌아가서, ‘아침이 설레는 학교’는 대체 어떤 학교일까요?


조희연: 열정적 선생이 있고, 민주적인 학교문화가 있고, 아이들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갖춘 곳이죠. 그 모델이 혁신학교입니다. 초등학교 중에는 혁신학교가 아니더라도 그런 분위기를 갖춘 곳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는 완전히 입시전쟁터니 좀 다르지만요.


리: 애들을 입시에서 벗어나게 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조희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교육의 원리, 사회적 원리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 교육의 원리는 세 가지라고 보통 얘기를 해요. 하나는 수직 서열화입니다. 1등부터 꼴등까지 가파르게 서 있어요. 1등이 되기 위한 경쟁을 하고요, 1등한 그 승자에게 보상을 몰빵해줘요.


리: 그쵸, 아까 말씀하신 입시나 블랙홀과 이어지고요.


조희연: 근데 이 방식이 말하자면 후진국 시절에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유효한 방법론이었어요. 이게 삼성의 철학하고도 연결돼요. 한 명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리는 거죠. 그렇게 탁월한 개인들이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부분도 없진 않아요. 하지만 이젠 선진국형으로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거예요. 서열화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고, 1등에게 몰빵해 줄 필요도 없어요.

1등밖에 모르는 세상

리: 흔히 얘기하는 내신이나 수능이나 학군,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하세요? 


조희연: 큰 틀에서는, 수직 서열화를 수평적 다양성으로 바꿔야 합니다. 경쟁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 경쟁에 따른 차등적 보상을 조금 완화해야 합니다. 2등부터 꼴등까지 학생들이 당당하게 사는 사회, 그 아이들의 잠재력이 충분히 꽃피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말이 멋있어서 그렇지 바로 현실이 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런 방향으로 노력은 해야 할 것 같아요.


리: 그것은 교육감보다는 사회 전체적인 맥락에서 가능한 일 아닌가요?


조희연: 그렇습니다. 저는 말하자면 초중고를 관리하는 사람이에요. 하지만 그 뒤에는 대학 체제, 배후의 사회 체제, 혹은 사회 불평등 체제가 있죠. 4년 교육감 했지만 너무 한계가 많아요. 그래서 은근히 월권을 많이 했어요. 대학 체제 개혁, 사회 경제적 시스템에 대해서도 가끔씩 발언을 했죠.


리: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입시제도에서 학종 비중은 어떻게 될 것인지, 수능은 상대평가인지 절대평가인지 이 두 가지만 말씀 주셔도 교육 철학을 읽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조희연: 저는 여기에서 꽤 단순한 대안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입시와 평가는 독립변수가 아니라는 거예요. 이것들은 아까 말씀드린 사회적 원리, 즉 사회 불평등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종속변수입니다. 이런 거죠, 좋은 대기업에 가고 1등 기업에 가는 자만이 살아있고, 비정규직으로 떨어지면 완전히 낭떠러지가 되는 사회가 아니라면 우리가 이렇게 치열한 교육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리: 하지만 이미 그런 사회이지 않습니까?


조희연: 좀 완화해야 한다는 거예요. 경쟁이 너무 과도해요. 좀 덜 경쟁적이고, 경쟁에서 진 사람도 살 만한 사회로 만들어가야 하죠. 저는 그냥, 과도기적으로 심플하게 하자. 학종, 내신, 수능, 아주 심플하게 1:1:1. 학부모들 암기하기도 좋게. 이렇게 해서 당분간 유지하자.

비례와 균형을 사랑하는 조희연 교육감. 아마 봉중봉 선수 팬일 듯

학생부 종합 전형이 수능보다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그게 어떤 의미에서는 강남 사교육의 목소리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많은 교사는 학생부 종합 전형이 고교 교육 과정을 정상화하는 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리: 사실 그게 실제 입시에서도 그나마 공정하다고 하죠.


조희연: 그리고 큰 틀에서는 수능을 절대 평가로 바꾸고, 내신도 절대 평가로 가야 한다고 봐요. 상대평가라는 게 일등부터 쭉 줄 세우기 하는 거거든요. 그걸 좀 완화해야 해요. 그리고 교사에게 평가의 자율성을 부여해야 해요. 단지, 이것을 언제부터 어떻게 단계적으로 실시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죠. 저는 공론화 방식이 좋을 것 같아요. 학부모, 교사, 일반 시민들이 모여서 전문가들까지 모여서 의견을 모으면 될 거예요.


리: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군요.


조희연: 그러니까 대학 입시는 정답이 없다는 거예요. 그 전제하에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정답을 실현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입시 문제의 해결에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리: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혁신학교에 불만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일부 선택된 학생들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냐…


조희연: 이런 점이 있습니다. 대학도 초중교도, 혁신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학교를 지원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혁신학교에 재정 지원이 가죠. 수업혁신 하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맞춤형 교육해야 하고 하다 보니 부담이 늘어나는 면도 있고요.

서울형혁신학교는 올해 200곳까지 늘어날 계획이다

리: 혁신학교의 요소로 열정적인 교사를 꼽으셨어요. 그런데 열정적인 교사가 탄생하지 않는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지 않습니까? 과도한 행정업무나, 승진 문제 같은 것이요.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조희연: 196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이 있어요. 일등주의 방식의 평가 시스템, 동기부여 및 보상 시스템… 그리고 또 한 가지가 권위주의적 교육 행정이 있었어요. 말하자면 교사도 서열화를 시켜놓는 거예요. 교장, 교감, 평교사 이렇게. 그리고 평교사 중에 교장이 잘했다고 평가하는 한 명에게 점수를 몰아주고 승진시키는 거예요. 바꿔야지요. 선생님들의 행정업무나 잡무도 덜어야 해요. 교육이 일어나는 현장은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 대화, 눈 마주침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요? 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 시스템을 혁신해야 합니다. 그걸 저희는 학교 업무 정상화라 부르고요.


리: 어떻게 승진시스템과 행정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요?


조희연: 다양한 개혁안이 나와 있습니다. 크게 말하자면, 자격제에서 보직제로 전환하는 겁니다. 교사는 대학교수처럼, 교장은 대학 총장처럼 집무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대학 총장은 보직제예요. 선출에 의해서건 임명에 의해서건 다시 교수로 돌아가서 정년퇴직하는 게 명예잖아요. 그런데 지금 교장은 자격제예요. 다시 평교사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없어요. 이렇게 제안하시는 분도 있어요, 제가 채택한 정책은 아닙니다마는, 재직 15년이 되면 다 교감 자격증 드리자는 거예요. 공모제 확대라든지 내부 초빙형 교장 확대라든지 여러 방식이 또 있을 수 있죠.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하는 노력은 많이 진행되고 있어요.

교장의 절대권력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리: 교사나 교장을 평가하는 걸 학부모가 할 수도 있고, 사무관이 할 수도 있고, 아예 학생이 평가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조희연: 문제점이, 선생님의 수업을 학부모나 학생이 잘 모르거든요. 학생들의 경우는 인기투표가 되어버린다는 단점도 있고, 어린 학생들에게 선생 평가를 맡겨야 하냐는 의견도 있어요. 학부모들은 잘 모르는데 어떻게 평가를 내리나 싶어 황당해하고요. 아예 부적합하게 아이를 가르치는 경우야 들어내야겠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방법론에 내밀한 차이가 있는 거라 이걸 정량화해서 평가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변화가 필요한 건 분명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2016 세대’의 탄생: 촛불 이전, 촛불 이후의 학생은 다르다


리: 지금 굉장히 어려운 문제로 학교폭력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학교폭력예방법이나 학교폭력위원회 운영 방식에 아무도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어요.


조희연: 양면이 있어요. 학교폭력으로부터 충분히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는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학폭위를 만들었는데, 그러자 또 일상적인 갈등 사항이 학교폭력이 되어버립니다. 그게 모두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죠. 선생님들은 정말 학교폭력 문제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어요. 프로세스는 너무 복잡하고, 조금만 문제가 돼도 소송에 휘말립니다. 가해자 학부모도 학교폭력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면 입시에 영향을 미치니까 그건 막으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대안적 정책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리: 어떤 대안일까요?


조희연: 학교 폭력 사안은 아홉 가지로 나누어져요. 그중에서 경미한 사항들, 예를 들어 교내봉사나 경미한 사과로 끝날 사안들은 기록하지 말자고 했어요. 기록하는 순간 엄청난 문제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가해자 학생과 피해자 학생의 화해의 가능성이 없어져 버려요. 그래서 학교에서 일차적으로 화해적 처리, 회복적 처리, 교육적 처리에 품을 들여야 해요.

출처: theL
법에만 매달리니 오히려 이런 문제를 낳았다

리: 경미하다는 기준, 가이드가 중요하겠군요.


조희연: 네, 그런 것들을 세세하게 규정해야 해요. 문제는 또 있어요.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데 따르는 교사의 부담이 너무 많아요. 이것도 해결해야 합니다. 문제가 매우 복잡해요. 세분화된 대응책을 마련하고 이를 종합해야 하죠.


리: 외고 폐지에 대한 반발도 많아요. 사실 대안학교 중에도 외고보다 훨씬 비싼 데가 많잖아요.


조희연: 제도권 학교가 변화하는 아이들의 다양한 감수성을 받아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나온 게 대안학교 운동입니다. 여기 자극을 받아 비로소 제도권 공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혁신교육 운동이 전개된 거지요. 제가 대안학교 선생님들 만나서 그런 말씀을 드렸어요. 이제는 제도권이 대안학교적 요소를 가져갑니다. 그중 일부 학교는 명문 대안학교이자 명문 제도권 학교가 될 겁니다. 기반이 약화하면서 주변화되는 대안학교도 생길 거고요. 제도권 공교육이 대안교육을 수렴하는 노력에 대응해서, 대안학교도 2단계 전진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여기에 변증법적 순환과정이 있는 것 같아요.


리: 열정적인 교사 다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민주적인 학교 문화죠? 이건 모든 구성원을 다 전제로 한 건가요?


조희연: 우리 국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민주화가 가장 안 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상당한 제도적 변화들이 있었어요. 오히려 정치에 비해 일상생활의 민주화, 학교 민주화, 군대 민주화, 기업 민주화가 지체된 측면이 크죠. 큰 틀에서는 최근 미투 운동도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정치나 제도 민주화에서 생활 세계의 민주화로 전환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입니다.

미투 운동에 참여한 여성들. 정치 민주화보다 생활 영역에서의 민주화가 대두되고 있다.

리: 학교에서의 민주화가 굉장히 중요한 게, 여기서 익혀서 사회로도 나가는 거니까요.


조희연: 그렇습니다. 최근 교사들의 성추행이나 성희롱이 많이 노출되는데, 사실 갑자기 많아졌다고 보는 건 어폐가 있어요. 경향적으로는 감소하는 추세거든요. 학생들이 훨씬 주체화되고 자신감을 갖게 되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겁니다. 한 단계 높은 생활 세계의 민주주의가 드러나는 과정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리: 그런 변화의 계기가 있었을까요?


조희연: 저는 그게 촛불의 효과라고 봐요. 정치를 바꾸기 위한 싸움을 겪으며 시민들이 많이 바뀐 거예요. 특히 학생, 여성들이요. 그리고 이제 다양한 생활 세계의 의제들이 나오기 시작했죠. 화산이 폭발해서 마그마가 막 터져 나오는 거예요. 촛불 이전의 국민과 촛불 이후의 국민, 촛불 이전의 여성과 촛불 이후의 여성은 달라요. 그러다 보니 사실 선생님들이나 교육공무원들이 굉장히 힘들어해요.


리: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조희연: 예를 들어 미세먼지나 석면 문제가 터졌다고 해 보죠. 그러면 학부모가 예전과 다르게 훨씬 더 민감하고 감수성 있게 반응해요. 공무원들은 원래 통상 30~40% 수준의 해결책을 내밀어요. 그런데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요구하니까 60~70%의 답을 내놓습니다. 두 배 이상의 노력을 한 거예요. 그런데 학부모님들의 수준은 훨씬 올라가 있기 때문에 80~90%를 요구하는 거죠. 이런 갭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국민들의 높아진 기대 수준과 감수성이 있어야 사회발전이 된다고 생각해요.

출처: 연합뉴스
최근 미세먼지는 학부모와 교육청의 주된 이슈로 떠올랐다

리: 학생들은 어떨까요?


조희연: 촛불 광화문 시위에서 저에게 마이크가 넘어온 적 있어요. 그 자리에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제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여러분들은 중고등학생으로서 굉장히 중요한 변화를 겪고 있다. 여러분들은 나중에 2016년 세대라고 불릴 것이다. 4·19 세대나 87년 세대처럼, 평생 그 정치성이 따라다닌다. 마찬가지로 이 역사적 경험이 여러분들을 엄청나게 바꿔놓을 것이다. 여러분은 다시 태어난 주체적 세대다. 이제 여러분들은 그렇게 새로운 세대로서의 삶을 살아가 주길 바란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라진 중고등학생을 다르게 대우해야 합니다. 저는 이걸 ‘교복 입은 시민’ 정책이라 불러요. 교복을 입었지만 한 명의 어엿한 시민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 사회가 되려면, 시민으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두 집단을 대우해야 해요. 하나는 학생, 하나는 군인. 군인이 군복 입은 시민으로 대우받을 때, 학생이 교복 입은 시민으로 대우받을 때 저는 우리 사회가 진정한 민주 사회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리: 교사 같은 경우 발언이나 정당 가입이 많이 묶여 있는데요. 교사나 학생 모두 정치적인 활동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조희연: 교사나 공무원들의 정치적 권리, 노동의 권리를 ILO수준에서라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학생 같은 경우에도, 학생들을 피교육자로만 생각하는 접근법은 낡은 거예요. 스스로의 주체적 판단역량, 자율적 행동역량이 중요한 미래 역량입니다. 그런 점에서 수업 혁신이나 평가 혁신이 반영되어야 해요.


리: 예를 들어 어떤 시도를 하고 있지요?


조희연: 제가 2014년에 ‘민주시민교육과’를 만들었어요. 여기에서 학생들의 주체적인 활동 역량, 행동역량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표방하는 슬로건은 ‘교복 입은 시민 정신’이고요. 학생들의 인권 감수성, 양성평등 감수성, 학생회 운영역량 등등을 대폭 지원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취해 왔죠. 궁극적으로는 학교운영위원회에 학생대표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처: 돌아온 럭키짱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는 학생 대표(아님)

리: 예산까지 쓸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하시는 건가요?


조희연: 작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애들 용돈 줄 때도 그러잖아요. 엄마아빠가 계속 1,000원, 5,000원씩 필요할 때마다 주면 안 됩니다. 용돈 한도를 딱 정해서 자기가 분배해서 쓸 수 있게 해야 해요. 학생들에게도 제가 그렇게 지원했어요. 중학교 고등학교로 기본운영비 100만 원, 일종의 학생 자율재산 200만 원 해서 총 300만 원 내려보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여기서 짜투리만 주는 것 같아요. 제가 그러지 말라고 학교에 요청하는데… 18세 선거권 문제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겁니다.


리: 선거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희연: 18세 선거권, 16세 교육감 선거권 정도는 줄 수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처음부터 완성된 정책일 필요는 없어요. 만 18세에게 선거권을 주면, 고 3중에서 일부가 투표권을 갖게 돼요. 그 다음에는 16세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주는 거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어요. 보완입법을 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점진적으로 가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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