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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전략: 공간과 경험

조회수 2018. 5. 24. 14: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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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회사? 공간을 파는 부동산 회사기도 하다.

스타벅스를 모르는 사람은 이제 없다. 세계 최고의 커피 브랜드로써 스타벅스의 입지는 무너질 수 없을 만큼 강력해졌다. 그러나 최근 커피시장에서 수요의 변화가 포착되기 시작했는데, 바로 ‘제3의 커피 웨이브’라고 불리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제1 웨이브는 폴저스 커피(Folgers Coffee) 같은 커피 가루를 집에서 간편하게 내려 마시는 환경을 만들었다. 제2 웨이브는 1960년대 피츠 커피(Peet’s Coffee)나 1980년대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 체인을 통해 소비자들이 다양한 커피를 기호식품으로 소비하고 언제 어디서나 커피를 즐기게 했다. 이제 커피는 제3 웨이브를 통해 여느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그렇듯 고급화 단계를 맞이한 것이다.


개성을 강조하고, 양보다는 질을, 속도보다는 느림의 미학을 우선시하는 제3의 웨이브는 그 전 웨이브를 주도했던 스타벅스에게 새로운 국면이자 과제였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자기 자신의 포지션을 재정립하고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맞춰 다시 한번 커피 문화를 알리고 긴밀해질 것인가?

시카고 라살&먼로 길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내부. 최근에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선택과 집중


며칠 전 스타벅스는 식품기업 네슬레(Nestle)에게 포장 커피 제품 판매권을 7조 원에 매각했다. 이번 딜로 네슬레는 스타벅스가 브랜딩 된 커피 원두와 그라운드 제품, 그리고 RTD(Ready-to-drink, single-serve) 제품을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판매할 수 있다.


네슬레야 큐리그(Keurig) 커피의 지주회사인 JAB 홀딩스(JAB Holdings)와의 경쟁으로 인해 스페셜티 커피 및 포장커피 시장 확장을 위해 인수했다고 하지만, 스타벅스는 꽤 수익성이 좋은 사업인 커피 포장제품 사업을 왜 매각하기로 결정했을까.


왜 네슬레에게 포장제품 사업을 매각했는지에 대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바로 스타벅스 전략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다다익선이란 말이 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통념적으로는 좋은 뜻이지만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연관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무수하게 많이 모아놓는 것은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덩치만 크고, 둔하며, 해체되기 딱 좋은 대기업 같은 존재다.


비즈니스는 가장 잘하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기보다 작은 돈을 벌기 쉬운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80/20나 파레토의 법칙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법칙은 아니지만 대개 80%의 결과는 20%의 인풋에서 나온다는 정설이다. 컨설팅에서 주로 많이 쓰이는 경험 법칙(rule of thumb)이기도 하다.


스타벅스의 입장에서는 가장 높은 가치를 가져올 20%의 사업, 즉 고급화 커피에 집중해서 80%의 결과를 내겠다는 얘기다. 티바나(Teavana) 매장 문을 닫은 것도, 최근 스타벅스 닷컴 매장 문을 닫은 것도 다 가장 기대가치가 높은 파이에 집중하겠다는 신임 CEO 케빈 존슨이 이끄는 스타벅스의 새로운 전략의 선구자적인 행보다.

80/20 법칙도 한계가 있다. 80/20의 한계 적용 예시로 롱테일 전략이 있다. 아마존과 같은 유통업체가 대표적인 롱테일 회사다.

스타벅스는 커피회사가 아니다. 스타벅스가 커피만을 판매하는 회사라면 커피 포장제품 역시 ‘업의 본질’의 범주 안에 들어야 마땅하겠지만, 스타벅스는 그 이상의 회사다. 그들의 전략도 그 이상을 지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지향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스타벅스는 그러면 도대체 어떤 회사인가?


스타벅스의 새로운 전략은 다음과 같다. 스타벅스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브랜드가 된다. 따라서 커피사업에 국한되지 않은, 스타벅스만의 공간에서 스타벅스만의 특별한 경험을 오직 고객과의 대면 (=오프라인)만을 통해 제공한다. 스타벅스는 공간, 경험 중심 브랜드다.


스타벅스를 커피회사로 규정하지만, 동시에 공간을 파는 부동산 회사라고 볼 수도 있다. 커피 한 잔에는 고객이 의자에 앉아 편히 커피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값도 포함된다. 여담이지만, 스타벅스는 전략적 점포개발을 통해 주위 상권의 발전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스타벅스의 매출 중 80% 정도가 직영매장에서 온다. 스타벅스가 커피뿐만 아니라 공간과 경험을 파는 회사라는 주장에 뒷받침되는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의 연간 실적 리포트(10-K)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자사 직영점 설명을 이렇게 한다.

우리는 커피와 차 제품군을 이끄는 유통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특별한 ‘스타벅스 경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스타벅스 경험은 질 높은 고객 서비스와 디지털 경험, 깨끗하고 쾌적한 매장, 그리고 각 지역 커뮤니티의 특성을 투영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합니다.

다시 해석하면 스타벅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특별한 경험과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 것들은 쳐내겠다는 얘기다. 스타벅스는 2017년 중순 400개가 넘는 자사의 티바나 매장을 닫기로 결정했다. 돈도 안 되었겠지만, 우선 스타벅스가 새로 수립한 전략과 일치하지 않는 사업이었다.


또한 공간을 파는 회사라면 온라인에서의 존재(Presence)가 무슨 의미 있겠는가. 2017년 10월에 스타벅스는 온라인 사업을 중단했다. 온라인 사업에는 스타벅스가 브랜딩 된 머그잔, 텀블러, 포장 커피 등을 팔아왔는데, 이 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게 스타벅스의 전략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업의 본질에서 많이 벗어난 인접(adjacent) 제품/서비스는 실적을 올릴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게임을 하기에는 리스크도 크고, 무엇보다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스타벅스의 창업주이자 전 회장이었던 하워드 슐츠는 2017년 4월 주주 콘퍼런스 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환경(디지털 세대) 속에서 리테일 회사가 이기려면, 그 회사의 매장은 경험을 제공하는 유일한 목적지여야만 합니다. […] 따라서 대개의 경우,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제품은 온라인에서 제공되면 안 되고, 아마존에서 제공되는 일은 더더욱이 안 될 것입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전 회장

JAB 홀딩스의 큐리그 커피와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돌체구스토 플랫폼에서도 판매를 계속할 계획이다. 소비자가 집에서도 스타벅스 브랜드를 소비할 수 있게 위함인데, 매출 추이로 보면 미미하다. 



애프터눈 커피


갈 길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테이크아웃 커피만이 답이다. 느긋하게 커피숍에 앉아 신문을 보고 대화하며 커피를 즐길 여유는 없다. 장기적으로 커피 문화를 번영케 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이 매장에 제 발로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스타벅스의 매출 중 59%는 아침 시간대로 대다수 사람이 커피를 아침에 즐기지만, 23%의 오후 시간대도 무시하기 어려운 파이다. 그래서 스타벅스는 “애프터눈 커피”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사실 스타벅스가 네슬레에게 포장커피 제품 사업권을 넘긴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선택과 집중. 이 사업은 미국의 1,500만 명이 넘는 스타벅스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들을 상대로 벌이는 이 사업은 미국의 독특한 문화인 해피아워(Happy Hour)의 일환이다.

‘해피아워’란 레스토랑에서 디너 시작 전 알코올음료를 할인해주거나 오드볼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타임을 말한다. 여기서 ‘해피’는 술을 약하게 마신다는 뜻이다. 업소 측에서야 손님 끌기 작전으로 이용하지만 샐러리맨들 입장에선 일터에서 해방된 시간을 마음 가볍게 자축하는 일과성 ‘의식’이 되고 있다.

중앙일보

즉 점심과 저녁시간 사이인 오후 시간대에 특정 콜드 브루 커피 및 새로운 커피 제품과 티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이다. 이 시간대에 더 경험이 많은 바리스타들을 배치하도록 하고, 오히려 아침 시간대에 신입 바리스타들을 배치한다고 한다. 퇴근하기 전, 직장인들이 머리를 잠시 식히고 동료들과 재밌는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여전히 넘어야 할 벽은 있다. 오후 시간대에 벌어지는 카페인 전쟁은 오전보다도 더 치열하다. 아침에는 출근 전 커피를 사서 회사에 가는 게 교회 성도가 예배를 드리듯 하나의 의식이 되었지만, 오후는 다르다. 이 시간대에는 커피만 사는 것보다 음식과 함께 사려는 고객들이 많아 맥도날드의 맥카페(McCafe), 던킨도너츠 같은 저렴한 가격대의 커피와도 경쟁해야 하며 잠을 못 잘까 봐 조심스러운 고객층도 여전히 많다.


제품의 품질은 기본으로 깔고 간다. 공간과 경험을 판다 해서 소비되는 제품이 별로면 아무 소용없다. 미국 내 스타벅스의 강력한 경쟁업체 중 하나인 피츠 커피가 미는 역량이기도 한데, 커피의 맛이 안 중요한 것은 아니다. 되려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하는 부분이다.


스타벅스는 지속적으로 자사의 커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좋은 커피를 공수해오는 데 필요한 물류 역량을 키워야 한다. 스타벅스를 물류회사로 보는 견해도 꽤 있는데, 이는 스타벅스가 물류와 SCM에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


2018년 1분기에만 스타벅스는 5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었다. 이제는 76개국에서 2만 8,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스타벅스에게 전략적인 시장이다. 파이 그 자체도 클 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더불어 성숙한 중국 소비자층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예전부터 해외 브랜드에 대한 인식은 대체로 좋은 편이었으나, 이제는 소비 수요가 세분화되어 스타벅스 브랜드를 소비하는 특정 층이 생겼다(젊은 세대).

상하이에 위치한 스타벅스의 로스터리 매장 내부.

그러나 거시적으로 봤을 때 중국 시장의 커피 문화는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중국의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은 겨우 반 컵이다. 미국의 연간 1인당 커피 소비량이 300컵 정도인 것에 비하면 스타벅스는 커피 문화를 중국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선교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미 ‘럭셔리함’과 ‘특별함’에 푹 빠진 중국 소비층을 위해 처음부터 스타벅스는 고급화 전략을 차용하기로 했다. 일반 스타벅스 매장과 더불어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설비를 갖춘 스타벅스 로스터리(Starbucks Roastery)와 리저브(Reserve), 그리고 스타벅스의 제빵 사업인 프린시 베이커리(Princi Bakery) 역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로스터리/리저브는 스타벅스 브랜드 이미지 쉐이퍼(image shaper)로써 중국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었다. 1인당 매출이 일반 스타벅스 매장의 3배다. 그런데도 수요는 끊이지 않는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와인처럼, 커피도


와인은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음료다. 적절한 고급화를 통해 성공적으로 세분화된 시장이기도 하다. 와인에 소믈리에가 있는 것처럼, 커피 역시 이제는 까다로운 감정가들에게 평가받는 상품이 되었다.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비자들도 점차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아다니고, 공정무역과 원산지 등을 중요시하며 건강한 소비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수요가 커진다. 스타벅스가 이러한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어떻게 새로운 전략을 시행할지 두고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원문: The Daily Soobp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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