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AP이 오조오억이면 당최 언제까지, 뭐부터 하란 걸까

조회수 2018. 1. 16.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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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대표 마음이 급해지면 모든 게 ASAP입니다.

뭐 그렇습니다. 항상 모든 일은 빨리하는 게 좋죠. 너에게도 좋고 회사에도 좋습니다. 나에게만 안 좋죠. 이걸 빨리 쳐낸다고 집에 빨리 가는 것도 아니니. ASAP는 ‘가능한 한 빨리(As soon as possible)’의 약자입니다. 사실 이 만큼 애매모호한 오더가 또 있을까요?

‘가능한 한 빨리’란 말을 분석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가능한 한 = 내가 생각하는 시간 안에
빨리 = 내놔라

그렇군요. ASAP는 ‘내가 원할 때 내놔라‘는 뜻이었습니다. 문제는 “니가 언제 원하냐“는 겁니다. 게다가 보통은 내놓으라는 게 한두 개가 아니죠. 대부분 모든 것이 ASAP로 처리되므로 실무자 입장에선 도대체 뭐부터 먼저 하란 건지 모두 한날한시에 끝내라는 건지 고구맙니다.


목이 강하게 막혀오고 명치가 답답해진다고 ‘뭐부터 처리할까요?’라고 되물으면 ‘일단 급한 것부터 해’ 라는 더욱 난해한 대답이 돌아오지요. 아니 그러니까 일단 급한 게 뭐냐고. 우리는 무료 고구마를 안고 자리에 돌아와 머리카락의 윤기를 손가락 사이로 느끼곤 합니다.


그 정도는 실무자인 니가 센스 것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정 부분 그걸 스스로 정하는 것도 중요하긴 하지요. 실제로 실무자 중에선 본인이 일을 못 해서 어버버 하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스티븐 코비 박사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법칙’에서 중요도의 우선순위를 분류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네, 이렇게 생긴 것이죠. 뭔지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리더십 강의에선 이와 같은 사분면 매트릭스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서 챡챡 하라고 감동적으로 알려주지요. 큰 돌 먼저 넣고 자갈을 넣기도 하고, 막 뻔한데 그럴싸한 퍼포먼스로 한 떨기 끄덕거림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저 매트릭스는 이론적으로 전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매우 정석적이고 저게 옳죠. 근데 문제는 이겁니다. 근데 나 혼자만 저리 하고 있음 뭐합니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상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다른데.


이론적으로 2사분면이 최우선입니다만 그냥 쫄리거나 외부압박이 있거나 돈이 더 크거나 친분관계가 있거나 그냥 내 판단에 의해서 4사분면을 먼저 하라는 오더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 사실 그런 경우가 더 많죠.


우리는 매우 의아하고 내 업무 스케줄이 몽땅 꼬이는 것을 느낍니다. 이렇게 담뱃세와 주류세를 성실히 납부하는 시민이 되었습니다.

소주는 트럼펫처럼 뿌우뿌우우 후우우 휘오오오오

그러니 오늘은 ASAP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이며 여러 개의 ASAP가 있을 땐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는 스스로 판단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ASAP는 언제까지 하는 걸까

  1. 오늘이 월요일 점심 이후라면 수요일까지입니다.
  2. 오늘이 화요일이라면 수요일까지입니다.
  3. 오늘이 수요일이라면 금요일 오전까지입니다.
  4. 오늘이 목요일이라면 금요일 오전까지입니다.

  5. 오늘이 금요일이라면 토요일 오후까지입니다(응?). 

  6. 오늘이 토요일이라면 토요일까지입니다. 

  7. 오늘이 일요일이라면 월요일 오전까지입니다. 

  8. 오늘이 월요일 오전이라면 점심 전까지입니다. 

보통 큰 건의 경우엔 위와 같습니다. 수요일이 기준이 되는 이유는 심리적으로다가 뭔가 컨펌을 해서, 다른 일을 진행하기에 충분한 분기점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부분 팀장이나 대표들은 수요일을 기점으로 ‘다 됐어?’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야 수요일 수정을 하든 컨펌을 하든 해서 다른 오더를 내리니까요. 


그 오더는 금요일까지 주로 진행되죠. 대신 오전 중에 컨펌이 나야 오후에 뭔가 다른 오더를 업체에 보내든 다른 팀에 보내든 어쩌든 하니까 대부분 금요일 오전 중에 끝내겠지… 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건 ASAP는 주말을 치지 않습니다. 보통 나의 시간은 주5일이지만 너는 주7일을 살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토록 지랄 맞은 평행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상사님들의 자택은 죄다 시간과 공간의 방입니다. 그곳의 시간은 느리게 흐르죠. 자잘한 일일 경우엔 ASAP가 더 세분화됩니다. 자잘한 수정 건이나 서칭 건이라고 해봅시다.

  1. 9시에 시켰다면 점심 전입니다.

  2. 10시에 시켰다면 점심 전입니다. 

  3. 11시에 시켰다면 2시까지입니다. 

  4. 12시에 시키면 개자식입니다. 

  5. 오후 1시에 시키면 4시까지입니다. 

  6. 오후 2시에 시키면 5시까지입니다. 

  7. 오후 3시에 시키면 5시까지입니다. 

  8. 오후 4시에 시키면 퇴근 전까지입니다. 

  9. 퇴근 전에 시키면 밤 9시까지입니다. 

  10. 밤 9시에 시키면 내일 아침 9시까지입니다.

등이 있겠군요. 보통 인간은 3의 프레임에 굉장히 익숙합니다. 수요일도 그러하고, 3시간도 마찬가지죠. 보통 1시간은 인간적으로 너무 짧다 생각하고, 2시간은 애매하고, 3시간이면 다 끝나겠지? 라고 (지 맘대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마지노선이 5시 정도라는 건데, 6시가 되면 지켜지진 않지만 퇴근 시간이라는 심리적 압박이 있어서 일단 그 전에 끝내야 내가 컨펌하고 뭔가 수정을 내리겠다… 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ASAP 중 어떤 걸 먼저 해야 할까


ASAP처럼 모호한 표현은 함의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미간 찌푸림이나 쓰읍… 하는 입 다심, 머뭇거리는 침묵 등에서 업무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거든요. 일단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로 미간 찌푸림, 쓰읍, 하아… 음, 침묵, 어… 이건… 등 고민 끝의 ASAP는 후순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진짜 급한 건 기껏 하란 거 하고 있는데 갑자기 와서 “이것 먼저 처리해줘 급한 거야!”라고 급 직구로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1. 이거 먼저 처리해줘


‘이거, 그거’ 등 가까운 느낌의 대명사가 있는 경우가 더 먼저입니다. ‘저거, 말한 거’ 등 거리가 먼 that 계열의 대명사를 쓸 땐 심리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가면 그거보다 ‘이거’가 우선입니다. 그러니 영어로 말하던가, 아니면 손에 들고 정확하게 짚으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바: 개의 품종입니다.

2. 그때 그거 빨리 되나? 


과거의 일이라고 해도 ‘그거’라는 대명사를 쓰면 중요도가 올라갑니다. 과거의 일을 현재로 끌고 와서 내 품에 안고 얘기하는 것이죠. ‘그때 그거’를 먼저 합시다(‘이거’보다 우선입니다).


3. 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라는 말 대신 위와 같이 풀어 말하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겁니다. 사실 해도 언제 내 마음이 바뀔지 몰라서 본인도 아리까리한 상태죠.


4. 진짜 급해


진짜 급한 겁니다. 1, 2번보다 더 급합니다. ‘진짜, 대박, 제발, 얼른, X나’ 등이 붙으면 그게 최우선입니다.

5. 이것도 아삽으로 해줘 


‘~도’라는 건 보통 앞 문장과 동등한 지위를 지니지만 실생활에선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나온 말이 중요합니다. “이것도~”라는 말은 부연에 속합니다. 보통 이런 말은 본인도 딱히 언제까지 해야 할지 잘 모르겠을 때 그냥 빨리하라고 하는 경우거든요.


6. 이거 ASAP면 좋을 것 같은데


네, 저는 안 좋습니다. 라고 말할 순 없겠죠. 중요도가 한참 떨어지는 겁니다.


7. 하아… 그거? 음… ASAP


이건 분명히 내일 되면 “어 그거 안 해도 된대.”라는 소리가 나올 겁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언제까진지 명확지 않은 것은 항상 ASAP이므로 그중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라질 위험이 높습니다. 보통 업무에서 데이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것들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거든요.


8. A 먼저 해주고, 그리고 이건… ASAP


1번에서 ‘이거’ 가 붙으면 우선순위라고 했지만, 그 문장 앞에 ‘그리고’라는 순접 접속사가 붙으면 부사절로 변하고 맙니다. 영문법에선 접속부사라고 하죠. 중요도에서 밀리므로 A일을 먼저 처리합니다.


9. 근데, 이것도 ASAP다


애매한 경우죠. 이것이라고 했으니 중요한데 ‘~도’가 붙었으니 밀립니다. ‘근데’라는 역접접속사가 붙었으니 문법적으론 이걸 먼저 처리하는 게 맞습니다. 매우 헷갈리죠. 이럴 땐 말투가 중요합니다.

근데, 이것도 ASAP다!!!!

라고 깜박했다는 느낌이면 이게 먼저고

근데, 이것도 ASAP네…


라고 종결어미가 엄마 품처럼 부드러우면 후순윕니다.


10. 그냥 다 ASAP야

안 되겠소, 쏩시다.

소소한 팁


죄다 온통 모든 것이 ASAP인 이유는 정작 본인도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니 다시 뭐가 중요한지 되물어봐도 소용없습니다. 상사 입장에선 “어?… 잘 모르겠는데…(긁적)” 하긴 싫고 일단 뭘 시키긴 해야겠으니 “그 정돈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이상한 질책이 돌아오는 거죠.


보통 큰일을 먼저 하고 자잘한 것을 집어넣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만 무한아삽에선 그 공식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일단 자잘하고 빨리 ‘끝낼 수 있는’ 것들을 끝내는 게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작은 일을 빨리 쳐내서 끝내버리고 큰일은 업무분장 조정을 하든 배를 째든 합시다. 상사 입장에선 어차피 크든 작든 다 작아 보입니다. 상사는 빅픽쳐를 보고 있기에 그 목표를 향한 업무들을 모두 ‘과정의 일부’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작은 일 10개를 못하고 큰일 1개를 해도 그냥 일 1개를 한 겁니다. 별것도 아니지만 일 10가지를 못하면 그냥 10가지를 못한 무능력자 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얼토당토않게 “넌 손이 느린 것 같아?”라고 쿠사리도 먹고 그렇습니다(억울뿌앵). 눈치 봐서 조정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면 그냥 엑셀로 리스트를 만들어서 들이밀며 ‘순서 정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제일 속 편하긴 합니다. 근데 대부분 순서 못 정함.


대부분의 ASAP은 실질적인 근거에 의해서 내려지는 오더가 아닙니다. 기분에 따라 내려지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냥 대표 마음이 급해지면 모든 게 ASAP인 겁니다. 뭔가 하나가 잘 풀려서 여유로워지면, ‘어 그건 다음 주에 해도 돼.’가 되기도 하고 말이죠. 그러니 그 오더를 100% 믿지 마세요. ASAP은 업무 우선순위가 아닌 ‘내가 원할 때’라는 사실을 곰곰이 되새겨 보면 도움이 되실지도…(사실 별 도움은 안 됨)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귀여운 탓인가… 라고 정신 승리합시다.

원문: 애프터모멘트 크리에이티브 랩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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