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모델의 무한도전, 위풍당당 시니어의 인생 2막! 사회적 기업 '뉴시니어라이프'
햐얀 머리에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무대를 사뿐사뿐 걷습니다. 굽 있는 구두를 신었지만 허리를 곧게 편 자세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무대를 장악합니다. 그의 나이 91살. 10년 넘게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박양자 씨입니다.
패션모델, 배우, 광고 모델 분야 진출
박양자 씨의 인생 2막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사람은 뉴시니어라이프 모델교실 구하주 대표입니다. 구 대표는 지난 10년간 2,000여 명이 넘는 시니어 모델을 교육했고 이 가운데 현재 120명이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며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뉴시니어라이프는 시니어들에게 꿈과 젊음을 전파하는 패션이벤트 사회적 기업입니다. 시니어 모델교실, 패션쇼, 궁중의상 체험 관광, 시니어 이벤트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요.
91세 모델이 퍼트린 행복 바이러스
73세 이복순 씨는 텔레비전에 출연한 박양자 씨를 보고 수소문 끝에 7개월 전 뉴시니어라이프 모델 교실을 찾아왔습니다. 이 씨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충남 당진의 집을 출발해 버스와 택시 3-4번을 갈아타고 서울로 올라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왕복 4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결석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지팡이 없이는 10m도 제대로 걷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모델교실 졸업생을 위한 패션쇼에 당당히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복순 씨는 워킹 연습을 하면서 자신의 몸이 서서히 달라지는 걸 보니 힘들어도 자꾸 오게 된다고 합니다.
이 씨는 요즘 대입 검정고시에 도전합니다. 자신감이 또 다른 꿈을 이뤄낼 용기를 준 것이지요. 구 대표는 이 씨를 보면서 “인간 승리는 어느 곳에서나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람 패션쇼
구하주 대표는 30년 넘게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고객들이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형이 바뀌는 걸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실버산업을 공부하며 노화에 대해 알게 됐고 노인들이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지요.
구 대표는 디자이너로 첫 패션쇼를 열 때 가슴 설레던 특별한 감동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에게 패션쇼를 시켜드리면 새로운 인생을 기대하리라 믿고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구 대표가 생각하는 모델의 기준은 특별했습니다. 첫 모델 콘테스트 때 30명 모집에 280명이 모였는데 이른바 ‘키 크고 잘생기고 반듯한 사람’은 뽑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 대표는 “한이 풀리고 나니 이젠 후반기 인생을 더 의미 있게 살고 싶다며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욕구로 발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령자 친화 기업 설립… 일자리 확대 기반 마련
뉴시니어라이프는 지난 11년간 국내는 물론 독일, 네덜란드, 중국,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 151회 패션쇼를 공연했습니다. 2015년에는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예비창조관광기업’에 선정돼 조선왕조 궁중의상 쇼, 궁중의상 체험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뉴시니어라이프 모델 교실은 현재 서울 강남구와 성북구, 서초구, 구로구, 분당구, 전북 익산시 등 6곳에서 열립니다. 익산시의 경우 서울에서 모델 교실을 수료한 회원이 자신의 터전인 익산에 모델 교실을 열어 열심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뉴시니어라이프는 올해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고령자 친화 기업 설립 프로그램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게 돼 내년부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실버타운 건설이 목표, 50세부터 무덤까지
구 대표의 꿈은 배우고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실버타운 건설입니다.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이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