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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이 환각 성분을 가지게 된 이유

조회수 2017. 9. 20. 15: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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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이 환각물질이 우울증을 치료하고, 금연을 도와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 이 글은 The Atlantic에 기고된 「How Mushrooms Became Magic」을 번역한 글입니다.


(추워서)

환각제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50년대와 60년대 미국은 최고의 시대였을 겁니다. LSD 와 사일로사이빈–환각 버섯의 성분–은 합법적인 약물이었고 연구자들은 이를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정부 연구비로 이들 화학물질의 정신질환 치료 효과에 관한 수백 건의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들어 리차드 닉슨의 통제물질법(Controlled Substances Act)이 발효되었고 그 시기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 법은 환각 물질의 사용과 판매, 배달을 완전하게 금지했고 그 결과 환각 물질에 대한 연구 역시 불가능해졌습니다. “환각 물질을 연구할 경우 경력을 망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있었지요.” 오하이오 주립대 제이슨 슬롯의 말입니다.


사실 슬롯은 한 가지 부끄러운 기억이 있습니다. 그는 젊어서 환각 버섯을 사용했고 그 사실이 그가 과학자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점입니다.

환각 버섯은 어떤 제한 없이 더 유연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연의 패턴을 발견하는데에도 도움이 되었지요.

그는 대학 졸업 후 몇몇 직업을 전전하다 환각 버섯의 경험 때문에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와 진화를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많은 나라에서 이는 불법이고 위험이 따르는 일입니다. 버섯을 잘 아는 이의 관리하에 사용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곰팡이를 연구하는 균류학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사용했던 바로 그 버섯을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누구도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물질의 생태학과 유전학에 대해 우리가 정말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왜 버섯은 환각 물질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당연히 인간 때문은 아닙니다. 환각 버섯은 인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그럼 버섯은 애초에 왜 사일로사이빈을 만들게된 것일까요? 그리고 왜 유전적으로 매우 먼 버섯들이 각각 사일로사이빈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요?

이 물질을 만드는 버섯은 200여 종에 이르지만 그 버섯들은 여러 다른 버섯 군에 속해있습니다. 곧, 다양한 버섯 종류 중에 환각 물질을 가진 버섯들이 있으며, 이들 버섯의 매우 가까운 종 중에도 환각 물질을 가지지 않은 종이 존재합니다.

작은 갈색 버섯, 작은 흰 버섯… 심지어 이끼 중에도 있습니다. 이들이 진화과정에서 갈라진 것은 수천만 년 전입니다.

이들 버섯이 각각 사일로사이빈을 만들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모든 버섯이 한때는 사일로사이빈을 만들었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버섯은 그러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슬롯은 이 두 가정이 모두 사실이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사일로사이빈을 만드는 유전자가 서로 다른 종 사이로 도약하며 옮겨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유전자 전달 방식은 부모에서 자손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 외에 다른 종으로 유전자가 직접 옮겨가는 방식이 있으며 이는 동물에게서는 매우 드물게 발견되지만 박테리아 수준에서는 종종 나타납니다. 버섯이 속한 곰팡이류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슬롯은 독소나 영양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다른 곰팡이로 옮겨가는 경우를 여러 번 발견했습니다. 사일로사이빈에게 같은 일이 일어났을 수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슬롯은 사일로사이빈을 만드는 유전자를 먼저 찾았습니다. 연구실의 포스트닥인 한나 레이놀즈는 여러 환각 버섯들은 가지고 있지만 다른 버섯들은 가지고 있지 않은 유전자를 찾았습니다. 발견된 다섯 개의 유전자는 다른 화학물질로부터 사일로사이빈을 합성하는데 필요한 효소를 만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섯 유전자를 곰팡이 분류체계에 표시한 결과 슬롯의 연구팀은 이들이 도약을 통해 옮겨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이들이 같은 목(order)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들은 썩은 나무와 동물의 배설물을 분해하는 곰팡이에게서 진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나무와 배설물은 풍부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어 곤충과 곰팡이가 서로 경쟁하는 자원입니다. 슬롯은 이 때문에, 즉 곰팡이가 바로 이 경쟁자들 때문에 사일로사이빈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의 가설은 합리적입니다. 사일로사이빈은 뇌의 신호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이 수용체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곤충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즉, 사일로사이빈은 곤충의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곤충이 무엇을 느낄지는 알 수 없습니다.

곤충이 환각상태에 빠질 수 있는 가를 알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일로사이빈이 곤충의 식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보인 실험이 있습니다.


이 화학물질을 만들어냄으로써 어쩌면 과거의 한 곰팡이들은 곤충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며 썩은 나무와 동물의 배설물을 독차지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버섯 역시 유전자 도약을 통해 이런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아직 그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이들은 곰팡이는 종종 서로 합체하며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말합니다. 슬롯은 곰팡이가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 외부의 유전자를 받아들인다는 가설을 더 선호합니다. 어떤 경우이든 사일로사이빈 유전자는 버섯들 사이로 전파되었습니다.


이 모든 가설은 간접적 증거에 기반한 상상에 불과할 뿐입니다. 사일로사이빈은 아직 통제 물질로 지정되어 있으며, 슬롯은 실험실에서 이를 합성할 수 없고 따라서 자신들이 발견한 유전자가 실제로 사일로사이빈을 만들어내는지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퍼듀 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제니퍼 와이즈카버는 슬롯의 연구팀이 충분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제시한 사실들로 볼 때 이 가설은 매우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최근 사일로사이빈에 대해 이루어진 일련의 연구 중 하나입니다. 지난주, 더크 호프마이스터가 이끄는 독일의 연구팀은 사일로사이빈을 만드는 네 효소를 발견했고, 이는 버섯을 키울 필요 없이 이 물질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일로사이빈이 우울증을 치료하고, 금연을 도와주며, 암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음을 보인 연구도 있습니다.

환각 버섯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슬롯의 말입니다.

그러니까 무시하지 말자….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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