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에 '김성호'라는 기자가 있었다

조회수 2020. 12. 24. 17: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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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기자는 어디에 서 있는가?

나라를 뒤흔든 특종을 취재한 기자


<한겨레신문>에 김성호란 기자가 있었다. 1997년 노동법 날치기 총파업과 한보비리란 불길 속에서 그는 소통령 김현철의 국정농단을 밝혀내는 결정적인 특종을 터뜨렸다. 비뇨기과 의사 박경식의 비디오를 입수해 폭로한 특종보도로 김현철은 영어의 몸이 되었고 김성호는 그해의 기자상들을 휩쓸었다.

3년 뒤 김성호는 새정치국민회의를 확대 개편해 새로 창당한 새천년민주당에 총재 김대중의 지명으로 입당했다. 즉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현직 대통령의 점지를 받아 전도유망하게 출발한 셈이다.


민주당에 입당한 김성호는 민완기자로서의 유명세에 힘입어 곧바로 험지에 투입되었다. 그는 당시 ‘김대중 저격수’로 악명을 떨치던 한나라당 이신범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에 ‘저격공천’을 받았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지역구 투입 한 달 만에 5천표 차로 승리하며 16대 총선 최대 화제의 당선자가 되었다.


의정활동과 개혁성에서 모두 훌륭한 국회의원이었고, 2002년 대선에서도 흔들리던 대선후보 노무현을 지키는 데 앞장서며 1등 공신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당연히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2003년 민주당 소속 당시.

그러나 다음 해 17대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경선에서 김성호는 강서구청장 노현송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16대 총선의 당선만큼이나 17대 총선 후보 경선의 패배 또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경선결과에 승복해 노현송 후보가 당선되도록 도왔다.


하지만 그때 패배한 뒤로 김성호의 정치 인생은 꼬이기만 했다. 2007년에 노무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며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 19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를 잘 닦아왔음에도 전남에서 차출되어 올라온 중진 김효석에게 밀려 경선도 못 치르고 공천에서 탈락했다.


20대 총선에서 김성호는 조바심 때문인지 무리수를 두었다. 강적 김성태를 피하기 위해 강서을을 떠나 신설 지역구인 강서병을 택한 것은 좋았다. 그러나 경선조차 치러보지 않고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 공천을 받은 것부터 무리수였다. 분구 이전 강서을 공천에 도전했던 한정애도 김성호도 강서병에서는 모두 동등한 처지였음에도 그랬다.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열세를 느낀 한정애와 김성호는 단일화 협상을 거쳐 최종합의문까지 교환했지만, 김성호는 돌연 단일화 철회를 선언하고 완주를 고집했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에도 한정애의 1만표 차 압승이었다. 김성호는 20%를 득표했지만 3등 낙선일 뿐이었다.



오늘 그 기자는 어디에 서 있는가


그리고 김성호는 희대의 선거 조작극을 만든 주범 중 하나로 전락했다. 대선기간 중 그가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으로서 문준용 씨에게 쏟아부었던 막말들은 이미 준용 씨 본인에 의해 고소당한 상태다.

그를 비롯해 국민의당 사람들이 결정적인 증거라고 득의양양하게 제시한 녹취록은 안철수의 측근이 친지와 함께 연기해 만든 가짜였다. 한겨레 출신 대선배로서 그의 존재는 대선 기간 내내 노골적으로 안철수를 밀어주며 편파보도를 일삼았던(심지어 대선 전날 공개방송에서 통곡할 기세였던 하어영!) 한겨레의 행보를 이해할 수 있는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공교롭게도, 김성호의 특종으로 감옥에 간 김현철과 저격공천으로 김성호에게 패했던 이신범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문재인을 지지했다. 김성호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졌으리라. 어떤 수를 써서라도 저 원조 적폐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강렬한 사명감이 20년 전 특종을 낚을 때처럼 불타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치는 돌고 도는 항해 같아도 마지막에는 올바른 목적지에 정박해야 한다. 김성호가 정박했어야 할 곳은 어디였을까? 소통령 김현철의 국정농단을 파헤쳤던 민완기자의 말로가 너무 초라하다.


출처: 정빈나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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