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발정제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조회수 2017. 4. 23. 19: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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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음제로 약효를 인정받은 물질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한테 돼지 발정제(…)를 먹여서 최음효과를 얻으려고 했다던 모질이 얘기를 들으니까 도대체 이게 성분이 뭔가 싶어서 좀 찾아봤다. 수의대가 아니라서 정확하진 않다만, 일단 하나 확실한 건 실제로 가축에게 사용하는 발정제들은 거진 주사제 형태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대부분의 경우 경구투여해서 절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출처: 아시아경제

당뇨병 환자들이 매일 몸을 바늘로 찌르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이유는 ‘인슐린’이 먹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단백질로만 구성된 호르몬인데, 이걸 경구투여하면 우리가 삼겹살 삼키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위에서 소화되고, 장에서 소화되어버리니까 혈액 속으로 들어가서 의도된 역할을 수행하기보단 그냥 삼겹살이 소화되듯 아미노산 형태로 흡수되어버린다. 게다가 흡수된 약물은 간에서 대사과정을 거쳐서 일부가 소실되는데, 심한 경우엔 100% 다 대사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부득이하게 주사로 맞아야만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걸 바꿔 말하자면 먹어서는 원하는 효과를 낼 수가 없으니까 굳이 살을 주사바늘로 찔러가면서 주사 형태로 투여를 한다는 얘기다. 근데 그걸 먹어서 효과를 낸다? 일단 여기서 한 번 멍청한 짓을 한 거다.


두 번째는 약의 성분. 인터넷에서 ‘돼지 발정제’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제품들을 얼추 살펴보면, 요힘빈(Yohimbine)인 경우가 있고 아예 돼지한테 주사제로 쓰는 성호르몬제가 있던데 두 경우 모두 ‘최음’ 작용이란 건 전혀 없다. 먼저 요힘빈의 경우, 해당 약물의 작용기전은 α-adrenergic 수용체 차단이다. 흔히들 아드레날린(epinephrine)이라고 알고 있는 호르몬의 작용을 막는 건데, 그 효과란 게 사실 별것 없다. 아드레날린이 작용하면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는데, 그 작용을 막아버리니 혈관이 이완되어서 혈압이 낮아진다. 그런데 이 경우에 사타구니 쪽으로 가는 혈관이 확장되어 혈액 유입이 증가된다는 것을 근거로 이걸 ‘최음제’라고 하는 모양. 저게 효과가 컸으면 비아그라 출시 이전에 세계 제약시장을 제패했을 텐데, 아닌걸 보면 그마저도 신통치 않다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 고혈압약으로도 저런 기작을 이용한 약은 거의 안 쓴다.


차라리 요힘빈이야 좀 낫지, 더 큰 문제는 성호르몬제다. 저 주사를 맞히는 이유는 빨리 발정이 나게 해서 새끼를 치려는 목적인데 그러려면 제일 필요한 게 배란주기를 당기는 일이다. 개 번식장에서 암캐에게 발정주사와 항생제를 끊임없이 맞히며 새끼를 뽑아낸다는 동물 학대 얘기를 들어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저기서 맞히는 발정주사란게 배란유도제다. 동물한테만 쓰는 건 아닌 게 난임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들이 배란유도제를 맞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맞는 유도제의 성분은 난자 성숙을 촉진하는 호르몬 두 종류(FSH, LH)이거나 그런 호르몬의 생성을 촉진하는 물질. 역시나 수의학과가 아닌지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가축용 발정제란 것도 아마 저런 류의 약들이리라 확신한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FSH나 LH 또한 위에서 얘기한 인슐린처럼 단백질 호르몬이다. 배란이 일어난다고 발정이 나지도 않는다만, 배란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비싼 단백질 용액일 뿐이라는 얘기.


마지막으로 자궁내막을 두껍게 하는 호르몬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을 위해서는 자궁내막을 두껍게 유지해야 하니 그 역시 발정기에는 중요한 요소인데, 그를 위해서 쓰는 약물이 에스트로젠이나 프로게스테론이다. 근데 주변에 여성분이 계신다면 한 번 여쭤보자. 생리할 즈음이 되어서 한창 가슴이 부풀어 올랐을 때, 성욕이 막 끓어넘치시냐고. 만약 그런 경우라면 저 약물이 어느 정도 그런 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생리 직전의 여성을 한 번이라도 겪어보셨으면 저 약을 이용해서 최음효과를 얻는다는 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말인지는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게다가 이게 호르몬제다 보니, 가능성이 희박한 최음효과로 얻는 이득보다는 호르몬 불균형으로 얻을 피해가 압도적으로 크다. 그냥 몸만 상하고 개뻘짓 하는 거란 말.

출처: SBS

현재까지 ‘최음제’로서 약효를 인정받은 물질은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협지나 성인만화에나 나오는 미약이란 건 세상에 없는데도, 본인의 떨어지는 성적 매력을 한 번에 뒤집어보자 하는 그릇된 욕망을 가진 인간이 많다 보니 아직도 ‘돼지 발정제’가 최음제라고 팔리고 있는 모양. 개인적으론 차라리 그 돈으로 헬스장 PT를 끊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지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FDA에서 승인받은, 약효가 명확한 발기부전 치료제라도 사용해보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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