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고생하는 양은 누구나 똑같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고생하는 양은 누구나 똑같다고 한다. 그 말이 맞다면 이제 우리 가정엔 좋은 일만 생길 것이다.
남편은 30년간 해 온 일을 정리한 뒤 남은 빚을 갚기 위해 도축 일을 시작했다. 새벽 다섯 시에 출근해 집에 들어오면 쓰러져 잠들었다. 많이 힘들 텐데도 남편은 6개월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하지만 몸은 거짓말을 못하는지, 어느 날 차에서 내리던 남편은 갑자기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병원에 실려 간 그는 수술 후유증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내가 간병하느라 세 딸을 돌보지 못해 재작년에 시집 간 첫째 딸이 동생들을 보살핀다. 큰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려운 환경에도 열심히 공부해 특목고에 간 딸을 잘 챙겨 주지 못했다. 하루라도 장사를 안 하면 어음을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큰딸은 여기저기 알아본 끝에 미국에서 장학금 받으며 공부했다. 큰딸은 이제 와 말한다. 엄마가 계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혼자 헤쳐 나가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생활비 벌며 유학할 때 그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고.
큰딸이 결혼할 때도 나는 큰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어렵사리 모은 백만 원으로 냉장고만 사 줬을 뿐, 딸은 침대도 쓰던 걸 가져갔다. 그런데도 우리에게 도움을 못 주고 시집간다며 미안해했다. 지금도 얼마나 마음이 짠한지…….
다행히 남편의 병세가 호전되고 있으니 곧 우리 가족이 다시 모이는 것은 물론, 큰딸과 사위의 고생도 끝나리라 믿는다. 늘 힘이 되어 준 세 딸과 사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서성순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