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었다

조회수 2018. 5. 2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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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삼천포에서 지내던 밤, 꼭 잡고 자던 아빠 손의 온기가 그립다.

나는 손이 참 못생겼다. 그래서 누구에게도 떳떳하게 보여 주지 못했다. 


고향인 삼천포를 떠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나는 겨울 방학을 맞아 부모님 곁으로 왔다. 얼마 전 소파에서 불편하게 자는 나를 바로 눕히려는 아빠 때문에 잠에서 깼다. 나는 “아빠! 잘 때 제발 좀 건드리지 마!”라며 화내고는 다시 잠들었다.


그날 집에 돌아온 아빠가 말했다. 좀 더 편하게 잤으면 해서 그랬던 거라고. 또 내가 아무리 화내도 아빠는 좋았다고 덧붙였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정이 그립던 우리 아빠. 당신의 자식들은 부족함없이 뒷바라지해 주겠다며 남들 공부할 나이에 삽을 들고 일한 우리 아빠. 자식들이 어엿한 직장을 가지면 세상을 떠나도 여한이 없다는 우리 아빠.


방학이 끝나 서울행 버스를 탔다. 어찌나 마음이 싱숭생숭하던지……. 다음 터미널에 잠시 멈춘 버스에서 나는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 여대생이 버스에 오르자 그녀의 엄마는 두 손을 올려 하트를 만들어 주었다.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었다. 얼마 전 스마트폰으로 돈을 이체하는 방법을 알려 줬는데, 아빠는 굵은 손가락 탓에 숫자를 누르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자고 있을때면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참 작고 귀엽다고 했는데……. 과연 아빠의 손은 어렸을 때부터 두꺼웠을까?


늘 건강이 우선이라고 했지만, 서울에 오자마자 많이 아팠다. 괜한 걱정할까 봐 연락하지 않았는데 정말이지 부모님이 더욱 생각났다. 겨우내 삼천포에서 지내던 밤, 꼭 잡고 자던 아빠 손의 온기가 그립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최윤지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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