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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선생님을 향한 내 마음은 참 예뻤다

조회수 2018. 5. 15.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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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어디에서든 늘 건강하길 바란다.

오랜만에 서랍을 정리했다. 학창 시절 교과서와 필기구, 일기장이 가득했다. 짝꿍과 히히덕거리며 적었던 낙서를 가만히 쓰다듬다가 리본 자수가 수놓인 하얀 손수건을 발견했다. 순간 그때의 추억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느 여름날, 나는 유독 땀이 많던 선생님에게 손수건을 건넸다. 동네 가게에서 비슷한 모양의 손수건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 하며 고민해 산 것이었다. 


수줍게 내민 손수건은 늘 선생님의 하얀 이마와 목덜미를 맴돌았다. 그래서인지 선생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훤한 이마와 셔츠 옷깃 사이로 보이던 긴 목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손수건을 돌려주면 '또 언제 전해 드릴까?' 하는 설렘으로 정성스레 빨아 옥상에 널어 두었다. 하지만 그 뒤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떠나는 바람에 다시는 그럴 수 없었다.


그 시절, 선생님을 향한 내 마음은 참 예뻤다. 휴게실 청소를 담당했던 난 등교하자마자 준비해 간 음료수를 냉동실에 넣고 쉬는 시간마다 확인했다. 


꽁꽁 얼지 않도록 냉장고와 냉동실을 번갈아 가며 보관했다. 수업 한 시간 전에는 손수건을 물에 적셔 냉장고에 두기도 했다. 마치 그런 정성이 내 행복을 위한 것처럼 즐거웠다.


지금쯤 선생님이 어디에 계실지, 여름날이면 내가 건네던 음료수와 손수건을 떠올리진 않을지 궁금하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손수건을 고이 접어 다시 서랍 속에 넣었다.


선생님이 어디에서든 늘 건강하길 바란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우지연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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