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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함이 가시지 않아 지역 카페에 글을 올렸다

조회수 2018. 5. 1.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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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고 했을 뿐인데 댓글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2학년 아들이 '화채 준비물 목록'을 가져왔다. 네 명이 한 모둠인데 아들의 준비물이 유독 많았다. 키위, 바나나, 사과, 양푼, 앞치마 두 개. 한 아이는 수박과 블루베리, 다른 아이는 지퍼 백과 사이다, 나머지 아이는 작은 국자와 주걱이었다.


우리 부부는 짜증이 났다. 특히 국자와 주걱만 가져오는 아이는 반장인데 아들이 앞치마를 두 개 챙기는 이유도 그 아이의 부탁 때문이란다. 


우리는 손해 보는 것과 배려의 차이에 대해 잔소리했다. 그 안에는 순진한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도 있었다.


오늘 아침, 다섯 가지 과일에 통조림, 얼음까지 푸짐하게 챙겨 주었다. 그러고도 속상함이 가시지 않아 지역 카페에 글을 올렸다. 공감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고 했을 뿐인데 댓글을 보고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속상하시겠지만 나중에 크게 될 아이네요. '친구들을 위해 이것저것 챙겨가는 아이가 너밖에 없네? 우리 아들 역시 장하다.' 하고 칭찬해 주세요.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베푼 만큼 돌려받는답니다.”


그랬다. 아들은 이런 준비물 분담을 억울해하지 않았다. 그저 친구들과 화채를 만든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다. 아들의 기쁨을 내가 날카롭게 자른 것은 아닐까? 순수한 눈에 색안경을 씌운 것은 아닐까? 아무리 손해 보는 모습이 싫더라도 아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 뒤 말해도 늦지 않았을 텐데…….


생각해보면 책임감 강하고 베풀 줄 아는 아이들이 먼저 손들고 이것저것 가져온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아이들은 으쓱해하며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스스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뿌듯해한다.


오늘의 깨달음, 아이 마음부터 바라봐 주자. 가르침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속상했던 마음, 전후 사정 떠나 남의 아들을 미워했던 마음 반성한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미희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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