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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회사에 입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조회수 2018. 3. 2. 1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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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면접관에게 내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한 게 자랑스럽다.

어느 날 친구가 자기 회사 자금 팀에서 사람을 뽑으니 지원해 보라고 했다. 이전 직장을 관두고 2주 정도 지났을 즈음이었다. '그래. 너무 오래 쉬어도 이직하기 힘들지.'라는 생각에 지원 서류를 넣었다. 얼마 뒤,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말끔한 옷을 입고 면접 장소로 향했다. 면접실엔 첫인상이 좀 차갑고 무서워 보이는 남자가 있었다. 가족 사항을 본 그의 첫마디는 “어? 부모님이 한쪽밖에 안 계시네요? 돌아가셨나?”였다.


당황스러웠다. 부모님은 아주 어릴 적에 이혼해 나는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었다. 설사 엄마가 돌아가셨더라도 면접자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그가 무례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의연한 말투로 “부모님이 이혼해서 할머니가 키워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렇군요. 혹시 용돈 부족하지 않았나?”라고 물었다.


뜻밖의 질문을 하자 나는 긴장이 됐다. 속으로 심호흡하고서 대답했다.


“갖고 싶은 것을 다 갖진 못했지만 필요한 물건은 할머니가 꼭 사 주셨습니다.”


“우리는 돈을 다루는 자금 팀인데 돈 보면 욕심나지 않겠어요? 형편이 어려웠으면 돈에 욕심이 날 텐데?”


순간 울컥했다. 손이 벌벌 떨려 탁자 밑으로 감추고 두 손을 움켜쥐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지만 울면 지는 것 같아 참았다.


“어려운 시간을 보냈기에 돈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것을 압니다. 가족 사항만 보고 그렇게 판단하시는 것 같아 유감스럽습니다.”


면접을 마치고 나오자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눈물이 쏟아졌다. 팀 실무자가 와서 괜찮냐고 묻는데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인사 팀에서 전화가 왔다.


“방금 면접 보고 가셨죠? 합격입니다. 다음주부터 출근할 수 있나요?”

합격 통보였다. 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니오. 저는 그 회사에 출근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얘기로는 면접관이 인성을 평가하고자 그런 질문을 했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해 달라고 했단다.


나는 그 회사에 입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면접관에게 내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한 게 자랑스럽다. 그 후에 입사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5년간 즐겁게 일했고 많이 성장했다.


요즘 회사에서는 인성과 성실함보다는 그 사람의 배경을 더 중요시한다. 이력서에 가족사항을 쓸 때 고민하는 많은 취업 준비생에게 말해 주고 싶다. 


자신의 환경을 부끄러워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어느 곳에 가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송지민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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