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병, 왜 내 점퍼만 두툼한 건가?

조회수 2018. 2. 19. 09: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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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거리던 김 일병이 대답했다.

장교로 군 복무할 때 부산 해안을 경계하는 소초장 임무를 맡았다. 하지만 병장들은 이등병보다 모르는 것이 많던 내게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특히 설 병장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내 지시에 사사건건 토를 달았다. 어르고 달래고 윽박지르고 여러 방법을 써 봤지만 소용없었다.


설 병장과 씨름하면서 소초 생활에 적응해 나갈 무렵이었다. 어느덧 겨울이 왔다. 남부 지방이지만 한밤중 바닷가 절벽이라면 상황은 다르다. 내복을 껴입고 방한복을 걸쳐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날도 작전에 들어가기 전 소대원이 건네준 방한 점퍼를 입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내 옷과 달리 병사들 것은 오리털이 다 빠져 있었다.


“김일병, 왜 내 점퍼만 두툼한 건가?”

머뭇거리던 김 일병이 대답했다.


“설 병장이 소대장님에게는 털 많이 든 옷을 드리라고 했습니다.” 

곧장 설 병장 진지로 가 그의 옷을 만져 보니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털이 빠졌으면 보고해야지. 이런다고 누가 좋아할 줄 알았나?”

“소대장님에게 어찌 안 좋은 옷을 드립니까? 미리 말씀 못해 죄송합니다.”


설 병장이 전역하기 며칠 전 속내를 나누었다.

“나한테 왜 그리 못되게 굴었냐?”

“제가 소대장님이랑 동갑 아닙니까? 처음 왔을 때 계급만 높았지 잘 모르는 게 많아 솔직히 말 듣기 싫었습니다.”


솔직한 그의 대답이 밉지만은 않았다. 매사에 서툴렀던 나를 보며 병사들도 힘들었을 터. 내가 전역하면 꼭 설 병장 고향에 놀러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벌써 3년이다 되어 간다. 설 병장이 보고 싶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성준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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