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말로만 듣던 지하철 로맨스?

조회수 2017. 11. 2.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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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에 비친 내 모습이 찌들어 보여 시선을 돌리려는데, 옆 사람이 연신 재채기했다.

퇴근길, 신입사원이 준 복숭아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지친 몸으로 지하철에 올랐다.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이 찌들어 보여 시선을 돌리려는데, 옆 사람이 연신 재채기했다.


'남자도 귀엽게 재채기할 수 있구나.'

문득 얼굴이 궁금해 슬쩍 고개를 돌렸다. 한데 웬걸, 그도 나를 쳐다보는 게 아닌가.

'내 얼굴 엉망인데 어쩌지…….' 


그는 “아…….” 하며 말을 걸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지하철 로맨스?'

순간 온갖 걱정이 들었다.

'사람도 많은데 대놓고 번호를 물으면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어서 줘야지.'

'난 신입 사원이 준 복숭아도 소중히 다루는 썩 괜찮은 사람 아니던가!'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죄송한데 제가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하마터면 입에서 '제 번호요?' 하는 말이 먼저 튀어나올 뻔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난 아무 대답도 못했다. 그저 복숭아가 든 비닐봉지를 급히 가방에 넣는 것 말고는. 나는 얼굴이 빨개진 채 옆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마음을 쉽게 여는 나지만 사랑 앞에서만큼은 아니었다. 그 지조가 무너질뻔한 소중한 순간을 복숭아 때문에 망치다니…….괜히 복숭아를 준 신입사원을 원망하려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 쳤다.


그 남자였다. 아까는 미안했다고, 자기가 자리를 피해야 했다며 사과했다.

'어쩜 착하기까지!'

난 최대한 조신하게 “괜찮아요.” 했다. 우린 그 인연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때론 과감히 사랑에 빠지는 용기가 인연을 만들기도 한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하늘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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