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삼 씨, 나와 결혼해 주세요

조회수 2017. 10. 12. 09: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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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당신은 나를 위해 결단을 내렸죠. 한 번도 안 해 본 일을 하면서 나를 붙잡아 주었어요.

우리가 사귄 지도 어느덧 9년이 되어 가네요. 서로 마음이 잘 맞는 남부럽지 않은 연인이어서 친구들 중 내가 가장 먼저 시집갈 줄 알았답니다.


그런데 어느덧 서른한 살, 사실 작년에 당신과 헤어지려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 공부하는 당신과의 미래가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죠. 게다가 집안 문제까지 겹쳐 나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리고 싶었답니다.


그때 당신은 나를 위해 결단을 내렸죠. 한 번도 안 해 본 일을 하면서 나를 붙잡아 주었어요. 하지만 그때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과연 당신을 믿고 살아도 되나 싶어서요.


기억나죠? 4개월 전의 처참한 내 모습……. 내가 결혼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던 날 말이에요.


당신은 내 이불에 얼굴을 묻고 많이 울었다고 했죠. 나는 그 뒤로 일주일간의 기억이 없어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뒤에야 가까스로 정신이 돌아왔죠. 좁은 간이침대에서 잠든 당신을 보며 '왜 저기에 있지?' 했을 뿐입니다. 나중에야 내가 머리를 다쳐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당신, 내가 다쳤다는 소식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죠. 평생 못일어나도 좋으니까 의식만 찾으면, 눈만 뜨면 나와 결혼하겠노라 다짐했다고요.


그것만으로도 감동이었는데, 당신은 고되게 일하면서도 매일같이 나를 찾아와 위로하고 걱정해 주었어요. 그런 당신을 내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눈만 뜬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말처럼 진실 된 프러포즈가 또있을까요?


그래서 말인데 홍영삼 씨, 나와 결혼해 주세요. 이번에는 내가 프러포즈 하는 거예요. 누구보다 착하고 성실한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천현정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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