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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할아버지도 극장에 가나?

조회수 2017. 10. 14. 0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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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남편이 아이는 걱정 말고 아버지와 영화관에 다녀오라고 했다. "아버님, 딸이랑 오랜만에 영화 어떠세요?"

고향에 사는 아버지가 모처럼 우리 집에 왔다.


항상 손수 준비한 음식을 가득 들고 오는 아버지. 괜찮다는데도 “고향에서 먹던 맛을 못 따라가는 거야.”라고 했다. 아기 엄마인 내가 아직도 어린아이 같나 보다.


하루는 남편이 아이는 걱정 말고 아버지와 영화관에 다녀오라고 했다.

“아버님, 딸이랑 오랜만에 영화 어떠세요?”

하는 남편의 제안에 나는 아버지가 손사래 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영화 좋지. 안 본 지 오래됐는데.”라며 좋아하시는게  아닌가. 아버지는 거울 앞에서 “나 너무 늙은이 티 안 나냐?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차려입고 오는 건데.”라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우린 서둘러 집을 나섰다.

“요즘 할아버지도 극장에 가나? 엄마랑 연애할 때 이후 처음이라 망신당하는 거 아닌지 몰라.”

“아버지. 영화 좋아하면 말을하시지. 결혼 전에 많이 보러 다닐걸…….”

“너희 귀찮게 할까 봐 그랬지.”


오랜만에 다정히 대화하며 도착한 극장, 한껏 기분 내며 팝콘도 사고 나란히 앉으니 아버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영화가 끝난 뒤 내친김에 식사도하자고 했더니 아버지는 귀한 시간 만들어 준 사위에게 미안해 집으로 가자며 발길을 재촉했다. 사위와 손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며 장을 보는 아버지 모습이 짠하게 다가왔다.


'왜 아버지는 영화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지…….'

나의 무관심이 떠올랐다. 주말마다 누구랑 영화를 볼까 휴대 전화를 살폈는데 정작 가장 행복하게 데이트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아버지에게 쑥스러운 고백을 건넸다.

“아버지, 보고 싶은 영화 있으면 꼭 말해 주세요. 시간 맞춰 같이 가요. 다음엔 더 오래 데이트도 하고요. 네?”

앞으로 둘만의 데이트가 계속될 것이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박수희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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