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거 Wo.. 읍읍", <이터널 라이트> CBT 체험기
강남역 지하상가를 지나갈 때면 미디어폴을 활용한 게임 광고를 종종 본다. 보통은 저게 뭐여… 하며 가볍게 쓱 보고 지나치지만, 어느새 그 게임 이름은 뇌리에 무단침입해 주저앉고 만다.
<이터널 라이트>도 그 중 하나였다. 아마 3월의 마지막 주말, 강남역을 지나갈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솔직히 머릿속에 남아있는 건 정우성님의 존안 뿐이었지만, 공개된 광고 영상을 보니 게임 제목도 스르륵 떠올랐다. 그때 무릎을 탁! 치며 느꼈다. 이래서 광고를 하는 거구나…
등받이에 편히 기대고 앉아 게임을 다운로드 받았다. 워리어, 레인저, 미스틱. 클래스 구성은 가장 간소화된 형태다. 보통 이런 장르의 게임에 3클래스라면 탱/딜/힐 구성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클래스 설명을 얼추 살펴보니 죄다 딜/딜/딜(힐)인 듯하다.
CBT에서는 클래스 따위로 고민하지 않는 법. (그렇다고 정식 버전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지만.) 역시 이번에도 내 선택은 묻지도 따지지 않고 워리어다.
보통 RPG 장르에서 어깨뽕 튼실한 판금 클래스를 광적으로 선호하는 편인데, 이유는 별 거 없다. 대체로 얘네는 방어력이 좋은 편이고, 방어력이 좋으면 컨트롤 좀 후달려도 살아남기가 쉬우니까.
RPG에서 흔히 쓰는 문법대로, 적들이 깽판을 치고 있는 전장 한복판에서 게임을 시작한다. 15년 동안 미동도 없었던 악마들이 갑자기 왜 쳐들어왔는지는 1도 모르겠지만, 그딴 걸 궁금해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일단은 까라는 대로 까기 바쁘니까.
튜토리얼 퀘스트지만 자동 돌려놓고 넋 놓고 있다간 빅엿을 먹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됐다. 같은 사무실에서 먼저 체험을 시작했던 한 분이 자동 전투로 내버려 뒀더가 튜토리얼 보스? 정예몹? 아무튼 그 녀석에게 얻어맞고 황천 특급열차를 타셨다는 제보를 들었기 때문.
최근 접했던 모바일 RPG 치고 튜토리얼에서 죽어본 적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호오… 모바일 RPG치곤 제법이로군요?
모 게임 대지 정령왕을 닮은 악마 3자매에게 신나게 두들겨 맞고, 역시 RPG의 스토리 법칙대로 어느 해변가에서 눈을 떴다. 간신히 정신 차리고 눈 깜빡이는 연출을 캡처해보려 했지만… 잠시 멍 때리는 사이 지나가버렸다.
전체적인 UI를 살펴봤다. 유달리 눈에 띄는 점도, 특별히 불편한 점도 없다. 스킬 버튼 쪽에 뭐에 쓰는 건지 헷갈리게 생긴 버튼이 있길래 터치해봤는데 엄훠나? 점프를 하신다.
PC 온라인 게임의 스페이스 바를 점프 키로 익히 써온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점프 기능을 쓸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기했던 부분.
반쯤 혼이 나간 표정으로 퀘스트 자동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상자가 뻥- 하고 터지더니 체력이 반 정도 날아가질 않나. 전설의 용사 어쩌구 뻔한 말씀 하시길래 늬예 늬예~ 그러믄요~ 하면서 밖으로 나왔는데, 내 캐릭터랑 비슷하게 생긴 놈이 와서 시비를 걸질 않나. 이 정도면 나름 스펙타클함이 있는 전개라 하겠다.
그러고 보니 시작할 때부터 계속 느꼈던 건데, 그래픽 풍이 무척 익숙하다. 대놓고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특정 게임을 떠올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그 생각,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더욱 짙어져 간다.
전투 관련 UI는 전반적으로 매우, 아주, 굉장히 익숙하다. 특히 레이드에서 흔히 사용하는 대미지 미터기는 정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내 눈에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사무실 동료들에게 보여줬으나 다들 같은 의견이었다. (만약 맛이 갔으면 다 같이 간 거고 아니면 정상이라는 얘기다)
전투 중 출력되는 알림 폰트는 조금 거슬렸다. 좋게 말하면 정직(?)한 폰트, 나쁘게 말하면 좀 구린 폰트랄까. 다른 UI나 채팅 폰트는 괜찮게 해놨는데 왜 저것만 명조체(맞나?)로 했는지는…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물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별 생각없이 진행하다가 파티 던전을 한 번 다녀왔다. 금세 집중력이 방전돼 도중에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CBT에서조차 민폐 끼치기는 싫어서 안간힘 좀 써봤다. (덕분에 체험 당일 퇴근 후에는 침대와 물아일체 상태로 보냈다.)
파티 관련 인터페이스는 개인적으로 그리 직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이다. 가라는 던전은 안 가고 괜히 파티만 만들었다가 해체하는 짓거리를 몇 번 했더니 대략 어떤 구조인지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게임 진행 중 발생하는 기능별 튜토리얼은 장점으로 꼽고 싶다.
요즘 모바일 게임을 보면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의 튜토리얼을 진행하는 방식을 쓴다. 이때 대개 다른 행동은 할 수 없고 반드시 해당 튜토리얼을 수행하게끔 하는데, 이게 때에 따라서는 진행 맥락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터널 라이트>는 튜토리얼이 뜨건 말건 움직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화면 어딘가에 기능 튜토리얼이 떠서 깜빡깜빡 하더라도 할 일(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미뤄두고 그것부터 해도 된다는 뜻이다.
이번 CBT에서는 스피드 레벨업을 할 수 있게끔 해놨다고 들었는데, 체감상 레벨업이 빠르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내가 워낙 게으르게 플레이하는 타입이라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건, 퀘스트건 일반 사냥이건 한 시간쯤 자동 진행 해놓으면 3~40레벨쯤 쭉쭉 올라가는 종류의 RPG에 비하면 레벨 하나하나가 소중한(?) 게임이라는 거다.
체험기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그 게임의 이름은 마지막까지 직접 거론하지는 않으려 한다. CBT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에 "플랫폼 다른 게임을 비교하기는 좀…"이라고 지껄여 놓은 걸 지켜보려는 나름의 뚝심이랄까.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는 사람들은 이미 다 알겠지만.
하다 보니 은근히 계속 하게 돼서 이후에도 좀 더 레벨업을 하긴 했으나, 스크롤이 너무 길어져 적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