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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 끝까지 Eat ALL하는가

조회수 2017. 11. 14. 16: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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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잘 먹으면 대식가 소리를 듣지만 처먹으면 아귀가 씌었냐는 핀잔이나 듣는 법이다. 거기서 더 나가면 EA가 된다.

Eat All? Evil Axis? 오명도 참 가지가지다. 일렉트로닉 아츠다. 사명을 잘 지어야 회사가 잘된다는 얘기도 있는데 얘네는 도대체 왜 이러나 모르겠다(닉값을 못한다). 사명 풀네임을 바꾸던지 최소한 뒤에 A는 떼 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솔직히 처음부터 이런 건 아니었다. 꽤 좋은 회사라고 생각했다고. 하지만 EA 때문에 갈려나간 모 타이틀(한두개가 아니긴 하다)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마는 것이었다. 


사명은 참 좋다. 영어 풀네임이 Electronic Arts다. 게임 개발자를 아티스트로 대우한다는, 듣기만 해도 찬란한 설립이념이다. 창립자인 트립 호킨스가 82년 설립한 이래 참 많은 게임이 EA를 '거쳐' 갔다. 


초반에는 괜찮았다고 한다. 80년대 초반의 게임개발 환경이 꽤 열악했던 데다 개발자 개인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었고.  


80년대의 수많은 사건(그 유명한 아타리 쇼크가 대표적이다)을 잘 견뎌낸 EA는 90년대 초반엔 대형 기업이 되어 있었다. 수많은 중소 게임사들을 차차 합병해 나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EAT A-L-L

적당히 잘 먹으면 대식가 소리를 듣지만 처먹으면 아귀가 씌었냐는 핀잔이나 듣는 법이다. 거기서 더 나가면 EA가 된다.


중소 게임사 합병하는 것까진 좋다. 문제는 나름 재밌는 타이틀을 뽑아냈던 개발사들이 EA에 합병만 되고 나면 망겜이 나오는 거다. 물론 항상 재밌는 대명작만 뽑아낼 수는 없겠지만 EA의 경우에는 안 망친 거 찾기가 참 힘들다.

일단 대표적으로 망친 타이틀이나 쭉 읊어 보자. 

커맨드 앤 컨커
울티마 시리즈
데드 스페이스
심시티
심즈

창립자가 퇴사해서 그런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EA는 개발자들에게 빠듯한 일정을 강요하는 걸로 유명하며 출시일자를 맞추지 못하거나 게임이 실패하면 퇴사시킨다고 협박을 하는 등 개발자를 존중하기는커녕 소모품 취급하고 있다. 솔직히 국내 유수의 게임사들 보는 것 같지만 일단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게임이란 게 일정 쫀다고 나오는 게 아니거니와, 창작의 영역에 있는 이상 짤릴지도 모른다는 스트레스 받으면서 개발하는데 그게 잘 나올 리가 있나?


대형 게임사 밑으로 들어가면 이래저래 형편 좀 필 줄 알았던 재기 넘치는 중소 개발자들은 압박과 시달림에 못이겨 마침내 똥을 싸고야 마는 것이었다. 게다가 일단 망하고 나면 모가지도 날아간다.  

15년을 끝장낸 미완성의 저주

RTS 장르, 즉 스타크래프트 같은 실시간 전략게임에서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를 빼놓고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 시리즈는 95년부터 2010년까지 장장 15년동안 이어졌지만 마지막 시리즈인 C&C 4는....없는 게 나았다.


커맨드 앤 컨커 시리즈로 명성을 누리고 있었던 웨스트우드가 EA에 합병되자 웨스트우드의 개발자들이 가장 먼저 마주해야 했던 것은 딱딱하게 지시하고 그걸 당연히 따라야 하는 회사 분위기였다. EA는 개발 진척이나 상황, 볼륨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일정에 맞춰 기한 안에 출시하기만을 요구했다.  


개발진들은 어쩔 수 없이(예로부터 까라면 까야 되는게 직장생활) 기한에 맞춰 출시하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했다.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후속작을 잘 내 보자는 생각 때문에 개발진이 선택한 수많은 컨텐츠는 잘려나갈 수밖에 없었고,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탑재했지만 최적화 작업 따윈 이루어지지 않았다.  


버벅대는 게임을 참아줄 만큼 인내심 넘치는 게이머는...많지 않다. 결국 커맨드 앤 컨커 타이베리안 선은 스타크래프트에 밀릴 수밖에 없었고 EA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시리즈에 대놓고 간섭하기 시작한다. 이걸 참을 수 없었던 개발자들은 대거 퇴사했고 결국에는 장대한 시리즈의 끝에 C&C 4라는 폭탄을 던지고야 만다. 

C&C시리즈의 비운의 마침표
어떻게 울티마를 말아먹을 수 있지

잠시 예전 얘기부터 해보자. 필자가 게임지를 타독하던 어린시절, 모 지면에서는 울티마온라인 플레이 일지(수기에 가깝다고 해야하나)를 연재하고 있었다. 각고의 노력을 거쳐 집을 갖게 되고 잘 꾸며놓기까지 했는데 강도가 들어 살해당한데다 재산까지 싹 다 털리는(....) 초현실적인 상황은 MMORPG라는 장르 자체가 생소했던 당시로서는 엄청난 매력이었다.

필자는 다짐했다. 울티마 온라인 꼭 해봐야지.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컴퓨터를 갖게 되면서 온갖 게임을 해보았지만, 당시 울티마 온라인 연대기를 보던 그 재미만큼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언젠가 해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울티마가, 왜, 망했는지, 알게 된 건, 좀 지나서였다. 

울티마의 아버지 리처드 개리엇

울티마 시리즈의 천재 개발자인 리처드 개리엇(로드 브리티쉬)은 EA의 합병제안을 받아들였으며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을 했다. EA에서 내민 그 계약서에는 울티마 시리즈의 모든 저작권을 EA에게 헌납한다는 내용이 있었다(그리고 로드 브리티쉬는 슬레이브 오브 EA로 전락). 


모든 권리를 가져온 EA는 대놓고 울티마 개발팀을 굴리며 자기 입맛대로 게임을 뽑아내기를 종용했고, 일정조차 넉넉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게임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마지막 울티마인 울티마 8은 말그대로 미완성작이었다.  


RPG의 교과서이자 전설인 울티마 시리즈는 리처드 개리엇이 EA를 떠난 이후에도 도대체 왜 내서 똥칠을 하나 싶은 후속작이 이어졌지만 성공한 게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건 차라리 호러에 가까워

데드 스페이스는 의외로 EA가 합병시킨 회사가 아니라 원래 EA의 내부 스튜디오였던 EA 레드우드 쇼어의 손에서 탄생했다. 뭐 이렇게 들으면 EA가 팍팍 밀어준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시다. 그럴리가 없다 EA가. 


고유한 게임타이틀을 제작하고 싶었던 글렌 스코필드는 데드 스페이스라는 신작 아이디어를 경영진에게 제안했지만 이들은 콧방귀만 좀 뀌는 정도였다. 3개월, 소수인력. 그게 EA가 이들에게 준 전부였다. 


시간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개발진은 성공한 게임으로부터 장점을 취해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 뭔가를 디자인하고 만들어낼 만한 여력이 안 됐으니까. 3개월간 이들이 만든건 놀라운 수준이었다(얼마나 갈려나갔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데드스페이스는 성공했고, 스튜디오는 비서럴 게임즈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EA는 뒤늦게 이 시리즈에 입김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차라리 좀 늦게 알려져서 입김 안 들어갔으면...아니다. 그랬으면 EA가 후속작을 안 내줬겠구나. 하여간 EA는 개발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고 독특한 매력이 있었던 게임을 강제로 평범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결국 개발자들은 대거 이탈하고 만다. 

20년은 나올 줄 알았다고

2013년 심시티가 출시됐다. 어린 시절 밤새워 도시를 운영했던 꼬마시장들은 이미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있었고 타이틀 사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멀티 플레이 지원은 너무도 매력적인 부분이었으며 풀 3D 그래픽까지 유저들을 혹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껍질 까보니 심시티는 아니나 다를까, 똥이었다. 멀티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주제에 턱없이 서버는 부족하질 않나 실시간 플레이는 제대로 되지도 않고 틈만 나면 게임이 멈추니 뭘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훌륭한 수준의 서비스까지 삼박자 찬찬찬

게다가 쏟아지는 유저들의 버그 개선 요구를 갖가지 변명을 들어 거절했는데, 하나씩 차차 거짓말인 게 밝혀지면서 EA의 평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꾸준히 인기를 유지해 오던 심시티 시리즈도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온라인 연동과 멀티플레이 등의 네트워크 기능을 강조한 주제에 턱없이 적은 숫자의 서버(5개라고 한다)를 준비해 두는 철저한 준비성과 더불어 운영상의 미스까지 계속 겹쳐 심시티 타이틀은 하락세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후속작이 몇 개 나왔지만-모바일 이식도 됐다 돈 엄청 드는 타입의 SNG-성공할 리 없었다.  


심즈 4에서 사상 최초로 전작보다 구려진 퀄리티와 구성을 자랑하게 되었지만, 이제까지 해오던 짓인 개비싼 DLC 끼워팔기는 멈출 수 없었다(이쯤되면 돈벌레 수준이다). 솔직히 심즈 VR버전이나 개발하는 게 모두를 위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멈추지 않는 돼지근성

이 시점에서 스타워즈의 게임화 IP를 EA가 갖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2013년에 10년 계약을 체결했으니 앞으로 6년 남은 셈인데 별 일 없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EA에서 내놓은 새로운 스타워즈 배틀프론트는 제작 발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게임이 나오고 나자 부실한 구성에 비해 어처구니없는 가격 때문에 빈축을 샀다.


EA는 결국 배틀프론트가 미완성 상태였단 걸 시인했다. 그리고는 배틀프론트 2를 출시하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1은 냅두고 2나 사라는 얘기 같은데. 가격에 비해 컨텐츠가 적으면 무료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해 주는 고객 서비스 형태의 후속조치도 충분히 가능하건만 한번 돈 냈으니 낼름하고 끝이고 이젠 다시 시작할테니 다음 것도 사줘 ^^ 하는 게 아니냔 말이다. 


뭐 그래도 EA답지 않게(미완성이란 점은 매우 EA스러웠지만) 게임은 할만했고 그래픽은 훌륭했으므로 넘어가도록 한다. 엄청난 성공은 아니어도 스타워즈 IP의 강력함과 더불어 배틀프론트2의 테스트도 유유히 흘러가는 것 같았다. 랜덤박스 형식의 추가결제를 도입하기 전까지는.

하여간 돈 되는 거라면 안하는 게 없다. 가챠 시스템 참 돈빼먹기 좋은 시스템 아니냐. 돼지근성 똘똘 뭉친 EA에서 이짓을 안할 리가 없었다. 시스템이야 그렇다 치는데, 문제는 여기서 제작으로만 얻을 수 있던 능력치 향상 아이템인 스타 카드의 최상위 등급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물론 유저들에게 욕을 처먹고 결국 시스템을 개선하기는 했지만 일단 게임사가 EA라는 점은 유저들의 분노를 촉발시키기엔 충분했다(스타워즈에까지 똥칠할 생각이냐).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2지만 원성은 거세고도 거세다. 비공개 테스트 중 공개된 캐릭터 6개를 해제하는 데만 밤낮없이 1주일의 플레이타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오자 팬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캐릭터 해제는 물론이고 랜덤박스까지 결제를 해야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있는 지경이니, 패키지로 판매하고 추가 결제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얘기는 사실상 거짓말이라고 해도 좋은 거 아닌가. 


솔직히 이젠 지겨울 정도다. 배틀프론트 전작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욕을 먹었던 건 유저들만 기억하고 있는지, EA는 또 돈 벌 생각에 눈이 멀어 그래도 아직 애정이 있는 유저들을 몰아낼 생각인 건지 싶다.

언제쯤 EA 게임을 보고도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돈독 오른 이들은 언제쯤 Eat All을 멈출 것인가. 

전도유망한 중소개발사를 집어삼켜 돈을 무기로 입김 불어넣다 멀쩡한 게임 망가뜨리는 짓은 이제 그만 좀 하고, 갖고 있는 타이틀이나 어떻게 좀 정상적으로만 내 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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